[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오승환이 스프링캠프를 2주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했다. 외신에 따르면 첫해 275만달러가 보장되며 다음 시즌에는 450만달러의 구단 옵션이다. 1년 275만달러 보장에 1+1, 725만달러.

과연 오승환은 좋은 팀을 골랐고 좋은 금액을 받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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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선택은 ‘그레잇’인 이유

일단 오승환이 텍사스 레인저스를 선택한 것은 최근 유행어로 ‘그레잇’이라고 평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총 3가지인데 1.텍사스가 플레이오프를 노릴 수 있는 전력이고, 2.추신수라는 존재로 인한 심정 안정감 3.텍사스 불펜에 확실히 뛰어난 선수가 없어 마무리 자리까지 노릴 수 있다.

1번의 경우 찬반이 나뉠 수 있지만 텍사스는 여전히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하다. 물론 같은 지구인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디펜딩 월드챔피언인데다 LA에인절스가 오타니 쇼헤이 등 엄청난 영입을 거듭하며 전력이 급상승했다.

그럼에도 텍사스에 희망을 거는 것은 에이스 투수인 콜 하멜스의 반등(2017시즌 평균자책점 4.20), 마틴 페레즈의 성장(지난해 26세로 13승 평균자책점 4.82), 베테랑과 어린 선수의 조화가 된 타선(아드리안 벨트레, 추신수, 엘비스 앤드루스 등의 베테랑과 조이 갈로, 론지 오도어 등의 신인급 선수)에 대한 희망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추신수가 팀의 리더로 있는 곳이기에 오승환 입장에서는 동갑내기로서 그 어느 팀보다도 편안하게 시즌을 보낼 수 있다. 추신수 역시 메이저리그 생활 후 처음으로 한국 선수와 한팀이 되기에 동반 반등을 노려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텍사스 불펜진이다. 여차하면 오승환도 언제든 마무리 보직을 노릴 수 있을 정도로 텍사스 불펜진은 혼전이다.

▶4년차 11세이브가 주전 마무리인 허약한 텍사스 불펜

올시즌 텍사스의 가장 유력한 마무리 투수는 지난시즌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한 좌완 알렉스 클라우디오다. 4년간 평균자책점 2.66이라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지만 지난시즌 11세이브가 전부일 정도로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물론 다른 후보군도 많다. 컨 켈라(ERA 2.79 WAR 0.8), 맷 부시(ERA 3.78, WAR 0.6), 기존 마무리였던 제이크 디크먼(11경기 ERA 2.53)도 있다. 하지만 그 누구 하나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냉정하게 이는 오승환을 후보군에 넣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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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장점과 단점이 있다. 디크먼은 뛰어난 불펜이었지만 통산 5세이브에 지나지 않고 클라우디오 역시 통산 11세이브에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2할8푼7리일 정도로 좋지 않다.

켈라는 2년 연속 부상이었고 부시는 강속구 투수지만 지난해 WHIP(이닝당 출루허용)가 1.452일 정도로 매우 높았다. 오승환도 완벽했던 2016시즌(ERA 1.92 불펜투수 WAR 전체 5위 2.6)에 비해 2017시즌의 추락(ERA 4.10 WAR 0.1)이라는 장단점이 있다.

이를 역으로 말하면 오승환 역시 언제든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오승환이 2016시즌만큼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 부활하는 모양새만 보여줘도 충분히 마무리자리까지 넘볼 수 있는 불펜 상황이다. 당장 스프링캠프에서 철벽의 모습만 보여줘도 개막전 마무리 자리를 2년 연속 따낼 가능성마저 충분하다.

물론 장단점이 명백한 불펜 투수들의 보유로 장점이 훨씬 부각되는 선수가 나오는 순간 오승환의 입지는 확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액은 스투핏? 시장 상황 낙관해 기다린 전략의 실패

이처럼 텍사스로 팀을 선택한 것은 칭찬받을 수 있지만 불확실한 인센티브를 빼고 1년 275만달러의 계약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해 오승환이 부활을 해도 2018시즌 텍사스에 팀옵션 450만달러가 걸려있다는 점도 주목하지 않는 ‘스투핏’ 포인트다.

오승환은 지난시즌에도 보장 연봉 275만달러를 받았다. 세인트루이스와 보장 계약 2년 525만달러의 계약을 했기 때문. 지난 2년간 세인트루이스에서의 활약이 더 나은 계약을 받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은 셈이다.

오승환 측은 지난해 12월 윈터미팅 종료 후에만 해도 괜찮은 계약 내용을 자신했다. 실제로 언론을 통해 “지금 당장이라도 나쁘지 않은 계약을 맺을 수 있지만 더 좋은 계약 내용을 위해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윈터미팅 중에도 오승환에 구체적 제의를 한 팀이 있었다고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연간 400만~500만달러에 2년 이상의 계약을 노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고 충분히 가능성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12월의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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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오타니 쇼헤이의 포스팅 계약,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트레이드 등으로 FA시장은 실타래 풀리듯 순순히 나아질 것이라 예상됐지만 스프링캠프 개막 2주여를 앞두고도 100여명 이상의 FA선수들이 남을 정도로 엄청난 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

게다가 그 사이에 나름 쓸만했던 불펜 선수들이 팀들을 찾아갔고 자연스레 오승환을 원하는 팀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지난 2년간 오승환보다 분명 활약도가 저조했던 헥터 론돈도 2년 850만달러(2년간 ERA 3.90 WAR 0.9, FIP 3.98), 루크 그레거슨도 2년 1100만달러의 계약(2년간 ERA 3.94 WAR 1.2, FIP 3.83)을 했지만 오승환은 1년 275만달러 계약(2년간 ERA 2.85 WAR 2.5, FIP 3.12에 그친 것이다.

론돈이나 그레거슨은 지난해 12월 일찍 계약한 것이 성공 포인트였고 오승환의 경우 낙관적인 시장상황을 예측했다 스프링캠프 2주전까지 벼랑끝 전술을 쓰다 실패한 셈이 된 것이다.

물론 론돈, 그레거슨에 비해 오승환이 지난해 성적이 더 안 좋고, 나이도 많지만 과연 이정도 금액의 차이가 있을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일견 이해가 되는 대목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12월 원터미팅 이후 오승환 측의 지연 전략에 대해 낙관적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만해도 불펜 투수 호황기라 여겨져 론돈이나 그레거슨 등에 비해 더 좋은 금액을 받을 수 있기에 차라리 좀 더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 하지만 시장 상황은 요동쳤고 결국 오승환은 1년 275만달러, 최대 2년 725만달러라는 다소 아쉬운 금액에 계약해야했다.

오승환 계약이야말로 미래는 알 수 없는 빠르게 변하는 FA시장의 특성을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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