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호포드(32·보스턴 셀틱스)가 버저비터를 통해 팀에 짜릿한 역전승을 안겼다.

보스턴은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각)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를 맞이한 홈경기에서 인원에 큰 구멍이 나 있었다. 카이리 어빙과 마커스 스마트 등 주력 가드들과 포워드 마커스 모리스가 부상으로 1월말부터 결장 중이다.

그럼에도 보스턴은 4연승 중에 있다. 이번 포틀랜드전은 종료 7초전 레이업 및 앤드원을 허용하며 1점차로 뒤진 상태에서 호포드의 버저비터를 통해 따낸 97-96 승리다. 올시즌 보스턴은 유난히 많은 클러치 승리들을 쌓은 가운데 다시 또 막판 접전 승리가 추가됐다.

현재까지 호포드는 이번 포틀랜드전 포함 두 번의 막판 역전 영웅 활약을 보여줬다. 나머지 한 번은 12월29일 휴스턴전에서 종료 3.7초를 남기고 돌파 후 플로터를 성공시키며 1점차 역전승을 이끌었다.

역전 버저비터가 또 호포드의 시즌을 장식했지만 호포드는 이미 훌륭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AFPBBNews = News1
이렇게 경기가 끝나갈 무렵 지고 있을 때 팀을 역전승으로 이끈 활약은 보스턴에서 호포드의 두 번이 가장 많다. 종료 10초전 안에 팀이 지고 있거나 동점일 때 득점을 성공시킨 보스턴 선수는 총 4득점의 호포드와 2득점의 제이슨 테이텀이 전부다.

하지만 이런 막판 버저비터 위닝샷은 사실 호포드의 올시즌 팀 기여도 중 일부에 불과하다. NBA 동부지구 1위, 리그 전체 3위의 보스턴에게 있어 가장 큰 버팀목을 해주고 있는 선수가 호포드다.

▶공수 양 진영 돋보이는 기여

5일 현재 39승15패(승률 72.2%)의 보스턴은 경기 당 4.8점차의 점수 마진을 남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트 위에 있을 때 4.8점차보다 큰 마진을 남기고 있는 보스턴 선수가 네 명이다. 호포드(5.6점차), 어빙(5.5점차), 제일런 브라운(5.2점차), 테이텀(4.9점차) 순이다.

이렇게 호포드가 가장 큰 코트 위 마진을 남기고 있는 이유는 공수 양 진영에서 팀의 경기력을 부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MVP 후보 언급 등 팬들과 매체의 화제는 어빙에게 쏠려 있지만 보스턴 안에서 가장 큰 구동력을 보여준 엔진이 호포드다.

호포드가 화제에 잘 오르지 못한 이유는 우선 기록지의 숫자가 그리 돋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평균 32.5분 동안 51.0% 야투율에 13.6득점 7.9리바운드 5.3어시스트 0.6스틸 1.1블록을 보고 감탄사가 나오거나 눈이 커질 일은 없다.

호포드의 11년차 개인 경력 안에서 봐도 올시즌 경기 당 5.3 어시스트만이 커리어 최고일 뿐 다른 부문들에선 더 높았고 눈에 띈 숫자들을 기록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농구 기록지가 선수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의 예로써 호포드 사례는 충분히 유용하다.

▶만능 경기력

5일 경기가 끝나면서 보스턴 지역방송 중계자는 호포드를 “Mr. Do Everything”이라 칭했다. 모든 것을 다 할 줄 아는 남자라는 말은 호포드의 경기력을 두고 충분히 걸맞은 호칭이다.

사실 208cm 신장 호포드가 다른 빅맨들에게 뚜렷한 신체적 우위를 가지는 면모는 없다. 대신 소질과 기술로 승부하는 유형이다. 최근엔 빅맨들에게 장거리 슈팅이 유행하고 있지만 호포드의 초창기 시절은 중거리 슈팅도 꽤 차별성이 있는 능력이었다.

여기에다 최근까지 호포드에게 차별성을 가진 기술이 볼 핸들링이다. 올시즌 경기 당 5.3어시스트는 빅맨들 중 차별성 있는 선두권이며, 보스턴의 팀플레이 선호 스타일에 있어 중요한 자질이다.

드리블과 패스는 호포드의 공격 진영 경기력에 있어 큰 축을 맡는다. ⓒAFPBBNews = News1
5일 경기 직후 코트 인터뷰에서 호포드는 마지막 버저비터 상황을 두고 자초지종을 밝혔다. 원래 애초의 작전은 인바운드 패스를 받은 호포드가 패스를 전한 브라운에게 다시 단거리 핸드오프 패스를 건네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을 읽은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이 호포드에게 그대로 쏘라고 주문했고 호포드는 턴어라운드 점프슛을 던졌다.

즉 이렇게 중요한 상황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는 선수가 호포드이며 패스도, 직접 득점도 할 수 있는 자질과 소질을 지녔다. NBA닷컴에 따르면 올시즌 보스턴은 2602분 동안 100포제션 당 104.8득점을 올렸다. 한편 호포드가 코트 위에 있던 1592분 동안엔 100포제션 당 107.8득점을 올렸다. 보스턴에서 500분 이상 뛴 선수들의 개인 공격지표 중 어빙(108.4)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숫자다.

▶파워 포워드로 많은 시간을 뛰는 혜택

많은 NBA 전문가들은 호포드에게 최적의 포지션으로 파워 포워드를 꼽는다. 센터 사이에서의 신체적 경쟁력은 우위에 있지 않지만 파워 포워드로서는 경쟁력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포드는 커리어 대부분을 센터로 보냈다.

대신 이번 시즌은 정통 센터와 뛰는 시간이 많아졌다. 출전시간 평균 18.2분의 애런 베인스와 14.0분의 다니엘 타이스가 호포드의 파트너 빅맨으로서 호흡을 맞췄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베인스가 선발 인원에 센터로 나서고 있기도 하다.

NBA 통계사이트 바스켓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올시즌 호포드는 전체 시간 중 센터로서 66%만큼 뛰었고 파워 포워드로서는 34%만큼 뛰었다. 4년차 2010~11시즌과 동일하게 파워 포워드로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이는 수비 측면에서 호포드의 숨통을 트게 만드는 혜택이다. 그리고 리그에 스몰라인업 가동 시간이 부쩍 늘은 최근 트렌드에서 호포드가 센터로 뛰는 시간의 경쟁력도 좋다.

▶평판 제고의 시즌

앞서 언급했듯 호포드는 뭐든지 다 할 줄 아는 선수로서 커리어 전체를 보냈다. 하지만 이렇게 골고루 다 하는 선수는 자칫 어정쩡한 위치에 처하기 십상이다.

특히 성적은 좋았지만 인사이드 열세를 뚜렷이 보여줬던 지난 시즌의 보스턴을 두고 호포드에 대한 비판이 컸다. 하지만 올시즌 호포드는 팀의 공격을 매끄럽게 진행시키는 핵심으로서 인정받고 있는 한편으로 수비에서도 힘에 부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번 시즌 호포드의 활약 평가를 두고 새삼 역전 버저비터들을 꺼내들 필요는 없다. 물론 짜릿한 역전 버저비터를 팀에서 가장 많이 성공시킨 선수이기도 하지만 경기 전체 동안 가장 큰 버팀목 역할을 한 선수가 호포드였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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