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피스톤스가 야심차게 준비한 성적 상승 대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는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들어온 블레이크 그리핀(29)에게 크게 달려 있을 것이다. 기존의 윙 포지션 주전 2명과 벤치 핵심 센터를 보내고 들여온 그리핀이기에 맡겨진 짐이 크다.

이런 가운데 그리핀이 성공적인 디트로이트 데뷔전을 가졌다.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각)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상대한 홈경기에서 디트로이트가 104-102로 역전승했을 때 그리핀이 큰 역할을 했다. 35분여를 뛴 그리핀은 50%의 야투율로 24득점과 10리바운드 5어시스트 2블록을 남겼다. 이 4부문 기록 모두 팀에서 가장 높은 숫자들이다.

32번 LA 클리퍼스 유니폼에서 23번 디트로이트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그리핀의 첫 경기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AFPBBNews = News1
모든 카메라 렌즈의 초점이 자신에게 맞춰진 경기에서 그리핀은 팀의 첫 득점 포문을 열었으며 마지막 팀의 역전 결승 득점에 어시스트를 건네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은 디트로이트가 자신을 위해 많은 자산을 내준 이유이며 앞으로 유지해야할 모습이다.

이에 이번 블록버스터 트레이드가 일어난 과정과 앞으로 그리핀과 디트로이트 양측의 과제들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미래보다 현재를 택한 디트로이트

이번 트레이드의 개요는 우선 디트로이트는 LA 클리퍼스로부터 그리핀과 함께 브라이스 존슨(24) 및 윌리 리드(28)를 받았다. 이에 대한 대가로 에이브리 브래들리(28), 토바이어스 해리스(26), 보반 마리아노비치(30)와 함께 2018년 1라운드 드래프트 픽과 2019년 2라운드 픽까지 클리퍼스로 넘어갔다.

일단 존슨과 리드는 올시즌 클리퍼스에서 가장 적은 시간을 뛰었던 두 선수다. 때문에 디트로이트 입장에서는 그리핀에 거의 모든 초점이 쏠려 있다.

한편 디트로이트는 평균 출전시간에 있어 안드레 드러먼드(25)의 33.2분에 이어 2,3번째로 많은 시간을 뛰었던 해리스(32.6분)와 브래들리(31.7분)를 보냈다. 무엇보다 드래프트 1라운드 픽을 보냄으로써 미래보다는 현재의 성적에 주안점을 둔다는 신호를 보였다.

올시즌이 끝나면 계약이 종료되는 브래들리, 다음 시즌이 끝나면 계약이 종료되는 해리스와 마리아노비치를 통해 디트로이트는 현재 아슬아슬한 위치에 있는 팀의 성적을 끌어올려줄 스타로서 그리핀을 바라봤다.

한편 올시즌 시작 전에 클리퍼스와 5년짜리 대형 재계약을 이뤘던 그리핀은 적어도 2020~21시즌까지는 계약이 끝날 수 없다. 5년에 걸쳐 총 1억7300만 달러(약 1868억원), 시즌 당 3460만 달러(약 374억원)가량에 해당하는 그리핀의 대형 계약이 디트로이트의 장부에 올라왔다. 즉 그리핀으로부터 기여를 톡톡히 받아내야 하는 디트로이트다.

▶그리핀의 과제

우선 그리핀이 디트로이트에 제공할 가장 큰 역할이 전면에 나서는 플레이메이커다. 농구에서 플레이메이커란 단지 어시스트를 많이 해주는 선수가 아닌 스스로의 득점 해결 능력을 기반으로 한 견인 역할의 선수를 일컫는다.

2006~07시즌부터 디트로이트에는 평균 20득점을 넘기는 선수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2000년대 중반 디트로이트는 주전 5인의 고른 활약이 빛나며 강력한 팀의 위력을 보여준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구도가 자칫하면 무딘 공격의 단초가 되는 경향도 크다.

올시즌 디트로이트는 첫 20경기까지 14승6패로 지구 2위까지 올랐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7연패에 빠지기도 했고 최근엔 8연패까지 빠지기도 했다. 이 두 번의 큰 연패가 해결사 부족과 연관이 깊었고, 레지 잭슨(28)이 발목 부상으로 빠진 동안 2일 전까지 8연패 포함 4승12패의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여기에 그리핀은 해결사 역할로 나서줄 수 있다. 볼을 갖고 있을 때 슛하거나 돌파를 통해 본인의 득점 또는 동료의 오픈 기회를 살려줄 수 있다. 사실 커리어 중반기를 넘어오면서 그리핀의 움직임은 가드와 같았다. 그리핀의 장신과 덩치를 제외하고 보면 가드가 움직이는 동선과 마무리 모습이다.

올시즌 한때 그리핀은 큰 부진에 빠지기도 했지만 부상으로 인한 12월 공백 후 복귀하면서 다시 컨디션을 되찾았다. 복귀 후 14경기 동안 클리퍼스 소속으로 46.7% 야투율로 평균 21.3득점 5,9어시스트 8.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9승5패라는 좋은 성적을 봤다.

이번 2일 디트로이트 선수로서 첫 선을 보인 경기에서 그리핀은 본인의 모든 공격 진영 경기력을 보여줬다. 3점 라인 바깥에서부터의 단독 돌파, 돌파 후의 레이업 공격, 돌파 과정 중의 빼주는 패스, 외곽 점프슛, 미스매치 때의 포스트업 공략 등 평소 보여주던 장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탠 밴 건디 감독과 그리핀 모두에게 앞으로 커리어 평가에 있어 큰 명운이 걸렸다. ⓒAFPBBNews = News1
그리고 접전으로 치달았던 경기 막판 5분 동안 디트로이트의 거의 모든 공격권에서 그리핀이 볼을 손에 쥐면서 시작했다. 종료 2분여 전 98-100으로 뒤져 있던 상황에서 그리핀은 3점 라인에서 드리블 돌파를 감행했다. 그리고 페인트 구역 가장자리에서 잠시 주춤했을 때 수비가 몰린 틈을 타 열린 동료에게 패스를 건네 3점슛 성공을 연결시켰다.

이것이 디트로이트의 결승 득점이었고, 그리핀이 패스를 빼주는 순간 멤피스의 수비수 5명이 모두 페인트 구역 안쪽 또는 가장자리에 걸쳐 있었을 정도로 몰려 있었다. 이렇게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팀의 득점을 만들어내는 역할이 무엇보다 그리핀에게 중요하다.

▶디트로이트의 과제

올시즌 디트로이트의 득점 온도는 초반 뜨거웠다가 12월과 1월 동안 식어버렸다. 점프슛의 비중이 큰 팀에게 있어 슈터들의 컨디션이 받쳐주지 못하면 난관을 겪기 마련이다.

올시즌 디트로이트는 리그의 다른 팀들과 유독 차이나는 플레이 형태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핸드오프(Hand-off)의 적극적 활용이다. 핸드오프란 볼을 가진 공격수 A가 자신 근처로 달려오는 동료 B에게 손에서 손으로 단거리 패스를 건네는 전술이다. 이때 볼을 받은 B선수는 열린 공간을 얻게 돼 그대로 돌파하거나 오픈 점프슛을 던질 수 있다.

이때 처음 볼을 가진 공격수 A는 장신과 덩치를 가진 선수인 경우가 많고 볼을 받는 공격수 B는 날랜 선수인 경우가 많다. 사실 볼 핸들러와 빅맨 사이에 펼쳐지는 픽앤롤과 결과는 비슷한 움직이기도 하다.

픽앤롤 대신 핸드오프를 주로 사용하는 이유는 주력으로 볼을 다루는 선수의 역량에 따라 크게 갈릴 수 있다. 대부분의 팀이 핸드오프보다 픽앤롤을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이유가 유능한 주력 볼 핸들러를 갖추고 있고 핸드오프를 유능하게 전개할 빅맨이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이런 핸드오프 활용에서 디트로이트는 리그에서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핸드오프로 공격이 마무리된 비중에서 디트로이트는 12.1%로, 마이애미의 10.8%와 더불어 유이하게 10%를 넘긴 팀이다. 3번째 팀 덴버 너겟츠가 6.6%이니 디트로이트와 마이애미의 큰 활용도를 알 수 있다.

다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볼을 받은 선수들이 잘 넣을 수 있느냐다. 아무리 오픈이라도 슈터의 컨디션이 받쳐주지 못하면 의미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디트로이트의 현재 외곽 슈터들이 이따금씩 단체로 난관에 빠지곤 하는데 앞으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슈팅 온도의 유지가 우선이다.

서로 오래 호흡을 맞추게 될 그리핀과 드러먼드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AFPBBNews = News1
그리고 점프슛과 별개로 인사이드 공략도 중요하다. 특히 센터 드러먼드의 활용이 그리핀의 가세로 기대 받고 있다. 드러먼드는 클리퍼스의 디안드레 조던처럼 슈팅 거리가 매우 짧다. 거의 슈팅 대부분이 5피트(약 1.5m) 안쪽에서 이뤄지며 5피트 밖에서는 성공률이 불과 25.5%에 그친다.

클리퍼스에서 그리핀은 조던에게 쉬운 기회를 많이 제공하며 좋은 호흡을 보여준 바 있다. 2일 경기에서도 그리핀은 드러먼드에게 앨리웁 덩크를 포함 자유투 획득 등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이런 과정 설계를 디트로이트가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드러먼드가 핸드오프 참여 등 공격 활용도가 높아졌지만 마무리 해결사로서 더욱 활용될 필요가 있다.

▶4월 디트로이트는 어느 위치에

2일 현재 디트로이트는 24승26패(승률 48.0%)로 NBA 동부지구 9위에 있다. 8위 24승24패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는 1경기 차이다.

이번 트레이드에서 디트로이트는 큰마음을 먹은 승부수를 던졌다. 장차 4시즌에 걸쳐 움직이기 힘든 큰 덩치의 계약을 들여왔기 때문에 가시적 성과를 얻을 필요가 있다. 디트로이트의 농구단장이기도 한 스탠 밴 건디 감독은 아직 디트로이트 선수들을 통해 플레이오프에서 단 1승도 건져보지 못했다. 2시즌 진출 실패, 유일한 진출에서 1라운드 스윕 탈락이었다.

앞으로의 또 하나 관건이 잭슨이 복귀했을 때 궁합이 잘 맞을 수 있느냐의 여부다. 이따금씩 독단적 모습에 빠지곤 하는 잭슨이 그리핀과의 주도권 경쟁으로 빠질 경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때문에 현재로써는 크게 낙관적이진 않다. 디트로이트 선수단 전원이 현재의 성적에 대한 동기부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럴 때 밴 건디 감독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가 중요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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