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프로농구 젊은 지도자들에게 추운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2017~18시즌 프로농구는 농구대잔치 시절 오빠 부대를 이끌었던 젊은 사령탑과 오랜 경험이 쌓인 베테랑 감독들의 자존심 대결 구도가 개막 전부터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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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에 드러난 베테랑 감독의 진가

전반기를 마친 시점까지는 베테랑 감독들이 대부분 미소를 지었다.

DB 이상범(49) 감독은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팀을 전반기 1위로 이끌며 ‘상범 매직’을 제대로 일으켰다. 디온테 버튼이라는 특급 에이스의 존재가 돌풍의 핵심 비결이지만 기존 백업급 선수들의 기량을 확실히 성장시키고 조직력을 가다듬은 이 감독의 역할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55)도 시즌 초반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으나 12월 중순부터 파죽의 10연승을 질주하며 어느덧 선두권을 위협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51)은 초반 좋은 페이스를 계속 이어가진 못했으나 5할 승률로 6강권을 유지 중이다. 물론 오리온 추일승 감독(55)의 경우 9위라는 성적으로 아쉬움을 삼켰지만 핵심 선수들이 군 입대 및 FA 이적 등으로 전력에서 대거 제외된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닌 감독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어느덧 감독 경력 7시즌 째를 보내고 있는 SK 문경은(47) 감독도 전반기 팀을 3강 체제에 합류시켰고, 개인 통산 200승을 따내는 성과도 남겼다.

그와 학번이 같은 KGC인삼공사 김승기(46) 감독도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의 성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플레이오프 안정권에 접어든 상태다.

반면 92학번 밑으로는 전반적으로 상황이 어둡다. 오직 KCC 추승균(44) 감독만이 상위권에서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을 뿐 삼성 이상민(46) 감독은 7위, LG 현주엽(43) 감독은 8위, kt 조동현(42) 감독은 10위에 각각 머물러 있다.

하위권에 놓인 젊은 지도자 중에서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진출 성과를 낸 이상민 감독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 올시즌에는 김준일, 임동섭의 군입대, 주희정의 은퇴로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도 했다.

특히 핵심 전력이나 다름없는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승률 5할 싸움을 해왔던 팀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최근 라틀리프가 복귀했기 때문에 반등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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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히포의 혹독한 신고식

그러나 현주엽, 조동현 감독은 플레이오프의 꿈이 사실상 멀어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시즌부터 LG 지휘봉을 잡게 된 현주엽 감독은 해설위원 경험은 있지만 지도자로서 이렇다 할 준비를 갖추지 않은 채 곧장 감독을 맡아 우려의 시선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현 감독은 취임식에서 “초보 감독이라 경험에 대해 걱정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런 얘기들이 나오지 않도록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성적을 위해 가장 기본이 돼야 하는 것이 수비라고 스스로 밝혔듯 평균 팀 평균 실점(81.5점, 최소 2위)에서도 나름의 성과는 있다.

그러나 반대로 LG는 공격에서 평균 78.6점 밖에 기록하지 못하며 전체 최하위로 밀려나 있다. 선수 구성으로 봤을 때에는 충분히 상위권에 오를 만하고, 빠른 농구를 추구할 만하지만 기대만큼의 조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부상 관리와도 연결될 수 있는 선수 기용 문제,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패턴 부재 등에 아쉬움을 느끼는 팬들이 많다.

현주엽 감독은 말 그대로 잦은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 있는 시기다. 문경은, 이상민 감독 등도 사령탑 첫 시즌에는 시련의 과정을 겪었고, 유재학 감독조차도 ‘만수’라는 별명을 얻기 전까지 순탄한 과정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하루 빨리 확실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지난 시즌 조성민 트레이드 이후 대권에 도전장을 던진 LG로서는 점점 더 힘을 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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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현 감독, 3년 간 찾지 못한 돌파구

조동현 감독의 경우 어느덧 3시즌 째를 치르고 있지만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kt 지휘봉을 잡기 전부터 팀 전력이 썩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감독 첫 해 성적이 베스트이며, 3년 차 성적이 오히려 최악이다. 리빌딩이 확실하게 뿌리내렸다고 보기도 어렵다.

물론 조 감독 역시 그동안 불운한 점이 많았다. 팀 내에 유독 심각한 부상 악령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면서 강도 높은 훈련 방식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무엇보다 올시즌을 앞두고는 검증된 외국인 선수들을 선발했고, 신인드래프트 1, 2순위 지명권으로 허훈, 양홍석을 영입하는 행운까지 찾아왔다.

또한 구단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힘을 실어주려는 모습도 있었지만 좀처럼 반등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조 감독 역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방법을 찾고 있지만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본인 역시 많이 지쳐있다. 조 감독의 은사이기도 한 유재학 감독은 최근 “연락조차 미안할 때가 있어 쉽지 않다”며 조 감독의 건강을 걱정하기도 했다.

‘감독 세대 교체’가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진행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감독으로서 40대 초중반의 나이에는 끊임없이 배움을 추구하는 시기다. 본인만의 지도 방식에 사로잡혀 있기보다 코칭스태프와의 피드백을 통해 유연한 사고를 가져가기도 쉬우며, 선수들과의 소통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도자 연수, 코치 경험 등이 지나치게 짧아지는 추세인 것도 사실이다.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는 젊은 감독이 많은 이유다. 비단 현주엽, 조동현 감독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특정 선수의 존재 여부에 의해 성적이 수시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감독들 역시 쉽게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선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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