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제임스. 이 이름을 듣고 NBA를 오래전부터 즐겨왔던 팬들이라면 2001~02시즌 마이애미 히트에서 데뷔해 2013~14시즌 시카고 불스에서 은퇴할 때까지 무려 11개팀에서 활약했던 저니맨 가드가 떠오를 것이다.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지 못한 후 유럽 리그를 전전하다 마이애미 히트에서 기회를 잡았던 이 선수는 사실 2005~06시즌 토론토 랩터스 시절의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각인돼있다. 그 전까지 확실한 주전급 선수로는 인정받지 못했던 제임스였지만 이전 시즌 빈스 카터가 뉴저지 네츠(현 브루클린 네츠)로 떠나는 등 전형적인 리빌딩 팀이던 토론토에서 기회를 잡았다.

크리스 보쉬가 처음으로 평균 득점 20점을 넘기기 시작했던 이 시즌에 제임스도 토론토에서 기록상으로는 매우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다. 출전했던 79경기 모두 선발 출장하며 20.3점 5.8어시스트에 무려 44.2%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런 단편적인 기록만 놓고 보면 왜 이 선수가 커리어 내내 저니맨으로 활약했는지 이해를 하지 못할 수 있다.

토론토 시절의 마이크 제임스. ⓒAFPBBNews = News1
하지만 제임스는 토론토 당시부터 뛰어난 기록에 비해 ‘리딩이 없다’, ‘슛 욕심이 많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또한 토론토를 떠난 후 미네소타에서는 다시 예전의 식스맨급 선수로 돌아가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제임스가 활약하던 시기가 현재보다는 정통 포인트가드와 2번 포지션 스코어러를 조금 더 확실하게 나누던 시절이었지만 이를 감안해도 자신을 중심으로 팀 승리를 이끌만한 선수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언드래프티 출신으로 10년 이상 NBA에서 살아남은 것 자체로 제임스는 현재도 NBA를 노리는 많은 드래프트 미지명자들에게는 부러움을 살 만한 존재로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2017~18시즌 또 다른 마이크 제임스가 NBA에 등장했다. 피닉스 선즈가 이번 시즌부터 새로이 생긴 투-웨이 계약으로 제임스를 로스터에 합류시킨 것. 투-웨이 계약은 NBA와 G리그를 병행할 수 있게 만든 제도이며, 이 계약을 맺은 선수는 45일까지 NBA에서 활약할 수 있다. 각 팀 당 총 2명씩 이러한 계약 형태의 선수를 보유할 수 있다.

제임스는 대학 졸업 후 NBA의 문을 두드렸지만 실패했고 결국 크로아티아, 그리스 등을 전전하다 지난해 여름 천금 같은 기회를 얻었다.

제임스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피닉스의 전력의 핵 중 하나였던 에릭 블레드소가 초반 팀 상황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SNS 사태를 일으켰고, 얼 왓슨의 해임 및 본인의 팀 이탈을 만들어낸 상황이 제임스 개인에게는 천운이었다. 10월 7경기 13.0점 3.7어시스트에 3점슛 성공률 47.6%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마이크 제임스. ⓒAFPBBNews = News1
이후 11월 들어 3점슛이 좀처럼 적중하지 않았지만 이 기간에도 10.1점 4.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나름 1번 자원으로 살아남을 만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지난 8일 투-웨이 계약 선수 최초로 계약을 1년 보장 계약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10월과 11월에 보여준 모습과 12월 초 팀내 주포 데빈 부커의 갑작스런 부상 등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시즌을 보장받는 계약을 얻어낸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12월의 모습은 분명 아쉬웠다. 3점 라인 바깥에서의 슛 성공률이 11월의 21.8%보다도 떨어졌고, 출전 시간도 20분으로 내려가는 등 비중 자체가 줄어들었다. 피닉스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쏠쏠한 모습을 보여준 가드 아이재이아 캐넌을 영입하며 제임스의 입지는 더욱 흔들렸다.

결국 제임스는 최초의 투-웨이 계약에서 정식 계약으로의 반전을 이뤄낸 선수라는 감동적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채 알려보기도 전에 지난 12월24일 피닉스로부터 방출통보를 받았다. 수비에서 끈끈한 모습을 보이던 캐넌에 비해 공수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지만 분명 아쉬운 소식이었다.

그러나 방출 이후 약 3주가 흐른 지난 15일 제임스는 결국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와 다시 투-웨이 계약을 맺었다. 15일 뉴욕 닉스, 17일 보스턴 셀틱스와의 경기에서는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제임스가 피닉스에서 찍은 스탯 라인은 아직까지도 토론토의 ‘마제’ 마이크 제임스가 보여줬던 기록보다도 비교우위에 있다. 제임스가 과연 팀을 옮겨 언드래프티 및 투-웨이 계약자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한국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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