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의 NBA 역사에서 케빈 듀란트(30·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44번째로 통산 2만 득점에 도달한 선수가 됐다.

듀란트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각) LA 클리퍼스와의 경기 전까지 통산 19975득점을 누적했다. 그리고 통산 2만 득점을 채우기 위한 25득점을 올리는 데에 불과 16분 만이 소요됐다.

전반 종료 1분41초가 남았을 때 듀란트는 디안드레 조던을 드리블 페이크를 통해 떨어트린 뒤 장거리 2점 점프슛을 꽂아 넣으며 25득점을 올렸다. 통산 2만 득점을 채우기에 충분히 멋들어진 득점 장면이었다.

통산 2만 득점 달성 후 듀란트는 홈팬들에게 기립 박수라는 성대한 축하를 받았다. ⓒAFPBBNews = News1
보통의 경우 경기 전체에 걸쳐서도 채우기 쉽지 않은 25득점을 전반전에 올릴 정도로 듀란트의 컨디션이 좋았다. 10회의 야투 시도 중 9개를 성공시켰으며 3점슛 3회 모두 성공시켰다. 여기에 자유투 4구 성공도 곁들여졌다.

비록 후반전 클리퍼스의 대반격이 펼쳐지며 동료 스테픈 커리와 클레이 탐슨의 공백을 버티지 못해 패하긴 했지만 듀란트는 큰 이정표를 세웠다. 출생일로부터 정확히 29년 103일째에 달성한 기록으로, 이 기준에서 NBA 역대 2번째로 어린 시기에 달성해냈다. 가장 어린 나이에 달성한 선수는 28년 17일 만에 달성한 르브론 제임스(34·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다.

2000년대 NBA를 수놓았던 득점원 코비 브라이언트가 고졸로서 일찍 NBA에 진입했음에도 통산 2만 득점에 출생일로부터 29년 122일이 걸렸음을 보면 듀란트의 속도가 정말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듀란트가 빠르게 2만 득점 이정표를 지난 과정을 돌아보고자 한다.

▶시작부터 대단했던 출발

텍사스 대학 1학년으로서 이미 듀란트는 대학 농구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영예를 거의 차지했다. 당시 3,4학년의 고득점자들 사이에서 평균 25.8득점으로 개인 득점 4위에 올랐던 듀란트는 전미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다.

이런 기세는 NBA 신인 시즌에도 꺼지지 않았다. 80경기 모두 선발로 뛰며 듀란트는 총 1624득점, 평균 20.4득점을 올렸다. 평균 20득점 이상 올린 NBA 신인은 전체 역사 동안 46명이며, 총 1600득점 이상 올린 신인은 38명이다.

이런 신인 시절의 열기를 시간이 지나며 꺼트린 선수들이 제법 많았던 반면 듀란트는 곧바로 2년차 시즌부터 활활 타올랐다. 11년차 듀란트의 NBA 경력 중 평균 25득점을 넘기지 못한 시즌은 1년차 시즌뿐이었다. 또한 평균 30득점을 넘긴 두 시즌을 포함 총 4차례에 걸쳐 시즌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밀도 높은 득점 활약을 통해 듀란트는 커리어 평균 27.16득점으로 현역 중 1위에 올라 있다. 또한 NBA 역대 선수들 중에서는 4위다. 다만 듀란트와 같은 연령에 NBA 입성한 제임스는 현재 듀란트의 년차인 11년차 시즌까지 커리어 평균 27.5득점을 기록했었다. 현재 15년차 제임스의 커리어 평균은 듀란트 바로 다음의 27.13득점이다.

▶큰 덩치와 꽉 찬 내실의 득점

자칫 고득점에는 떨어지는 효율성이 수반되기도 한다. 낮은 성공률이라도 어쨌든 많이 던지면 많은 득점을 올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듀란트는 많이 던지는 동시에 잘 넣는 선수다.

득점을 올리기 위해 동원한 슈팅 효율성을 보는 트루 슈팅 퍼센티지(이하 TS%)를 통해 보면 듀란트가 정말 꾸준하게 효율적인 득점을 올려왔음을 알 수 있다. TS%는 일반 야투율 계산에서 3점슛 가중치와 자유투를 포함시킨 공식을 사용한다.

많은 득점 또는 많은 공격 가담 횟수를 기록하는 선수가 드높은 TS%를 기록하기란 쉽지 않다. 견제 또한 많이 받는 위치에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득점을 기준으로 본다면 역대 선수들 중 평균 25득점 이상을 기록한 시즌들에서 듀란트의 시즌들은 상위권에 든다.

평균 25득점 이상의 역대 총 366회의 개인 시즌들 중 듀란트의 10시즌 TS%들은 10위에 오른 2016~17시즌의 65.1%를 필두로 상위 20위 안에 네 시즌, 상위 60위로 범위를 넓히면 8시즌, 그리고 88위에 한 번과 132위에 한 번 있다.

이렇게 여러 차례에 걸쳐 상위권의 TS%를 기록한 다른 선수는 제임스 정도다. 두 선수 모두 현대 농구에서 효율성을 통한 득점에 신기원을 연 선수들이라 할 수 있다.

듀란트에 대한 수비는 다른 선수들에 대한 수비에 비해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까다로움이 있다. ⓒAFPBBNews = News1
▶규정을 바꿨던 듀란트의 자유투 획득 요령

듀란트의 TS%를 높였던 중요한 이유들 중 하나가 자유투 획득이다. 커리어 88.2%의 정확한 자유투 슈터 듀란트는 자유투 획득 자체가 효율성 제고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2009~10시즌에는 경기 당 9.2회에 달하는 자유투 시도를 가졌다.

그런데 여기에서 리그는 듀란트가 슈팅 파울 판정의 경계선을 이용해 교묘한 움직임을 가지는 것을 파악했다. 즉 원래 슛하려던 동작이 아닌데도 수비수의 팔이 닿자마자 슛하는 움직임을 취해 자유투를 얻어내는 방법이다.

공격수가 패스 받은 후 볼을 양손으로 파지한 상태로 수비수 바로 앞에서 전진을 위한 팔 동작을 취한다. 이를 립스루(Rip-through) 동작이라 흔히 칭하며 볼을 쥔 양팔을 수비자에게 전진하는 척 위협하듯이 뻗어내는 움직임이다. 이때 자신이 뻗어낸 팔을 수비수가 손으로 건들면 순간적으로 슛한 척 팔을 휘두르며 볼을 던진다.

이런 방법을 듀란트가 자주 사용하면서 리그는 2011~12시즌부터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립스루 동작이라 판단되면 슈팅 파울이 아닌 일반 파울로 판정했다.

마침 이런 규정 수정이 효과가 있었는지 2010~11시즌 경기 당 8.7회의 자유투를 얻어냈던 듀란트는 2011~12시즌에 7.6회로 줄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이어진 두 시즌에서 듀란트는 다시 평균 9회 이상의 자유투 시도를 가졌다. 듀란트 자체가 볼을 다루며 자유투를 얻어내는 방법에 도가 텄기 때문이다.

▶천부적 재능의 선수

공식 기재는 206cm지만 210cm는 족히 넘을 것이라 보이는 장신, 거미를 연상시키는 긴 팔, 놀랍도록 빠른 슈팅 릴리즈 속도 그리고 정교한 슈팅 터치 등 듀란트는 농구 선수로서 득점하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다.

때문에 림과 자신 사이에 수비수가 저항해도 슈팅을 곧잘 성공할 수 있는 우위를 가진다. 이를 통해 경력 초창기부터 줄곧 높은 득점을 효율적으로 올릴 수 있는 선수가 됐다. 이렇게 듀란트처럼 커리어 전체에 걸쳐 고득점 고효율을 동시에 보인 사례는 극히 드물다.

현역 중에서는 통산 3만 득점에 126득점을 남겨 놓고 있는 15년차 제임스뿐이다. 이미 한참 전부터 제임스와 듀란트의 경쟁 구도는 매체와 팬들로부터 조성돼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동시대에 두 선수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양 선수의 성과를 더욱 끌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능 활약 경기력의 제임스와 정교한 외곽 슈팅의 듀란트가 서로를 닮아 왔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NBA팬들에겐 좋은 일이다. 좋은 자극제가 있다는 것은 앞으로 듀란트가 쌓을 업적의 크기가 더욱 커질 수 있음을 뜻한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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