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바즈 네이피어(27·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이름은 미국인들과 미국 대학농구에 관심 있는 세계 농구팬들에게 꽤 큰 이름으로 남겨져 있을 것이다.

2014년 봄 전미 대학농구 토너먼트에서 영웅으로서 이름을 날리며 우승 트로피와 각종 시상의 영예까지 거머쥔 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NBA 입성 뒤로는 네이피어의 이름을 듣기는 힘들었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서다.

그런데 최근 네이피어가 매체와 팬들의 눈에 들어오고 있다. 포틀랜드의 에이스 대미안 릴라드가 최근 몇 차례 공백을 가진 동안 네이피어가 뜻밖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릴라드가 빠진 7경기에서 네이피어는 평균 35.7분 동안 46.8% 야투율로 18득점 4.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릴라드의 공백 동안 여러 포틀랜드 선수들의 분전이 보이지만 네이피어는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AFPBBNews = News1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포틀랜드는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를 상대로 117-106 승리를 거두며 3연승을 이뤘다. 바로 전 경기도 샌안토니오 스퍼스라는 좋은 성적의 팀을 상대로 이겼다. 계속된 고득점으로 릴라드의 공백을 두고 비상이라 부르기 민망한 상황이다.

여기에서 네이피어의 몫은 제법 컸다. 득점과 패스를 통해 포틀랜드의 공격에 큰 역할을 했다. 이따금씩 수비에서도 좋은 장면들을 만들었다. 잠잠히 묻혀 있던 네이피어가 수면 위에 떠오르기에 충분한 계기였다.

▶전력 외로 밀려났던 초창기 네이피어

대학농구에서 크게 이름을 날렸지만 사실 2014년 NBA 드래프트 직전의 네이피어에 대한 전망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4학년을 모두 채우고 나온 많은 나이에 신체 능력이 NBA 프로 무대에서 포인트 가드로서 딱히 내세울 것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2라운드에서 뽑힐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그래도 일단 드래프트 당일 트레이드에서 두 신인을 반대급부로 내놓은 마이애미 히트의 적극적인 러브콜로 1라운드 24번 픽으로 뽑혔다. 하지만 결국 마이애미에서의 첫 시즌은 하부리그인 D리그를 오가는 상황에 처했다.

2라운드 픽을 대가로 트레이드된 올랜도 매직에서의 2년차 시즌도 평균 10.9분 출전에 3.7득점 1.8어시스트에 그쳤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후 현금을 대가로 포틀랜드로 트레이드됐다. 포틀랜드에서의 3년차 시즌, 즉 지난 시즌도 존재감을 알리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평균 9.7분 출전에 4.1득점 1.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4년차 시즌에 맞이한 상승의 신호

사실 최근 릴라드 공백 동안 네이피어의 활약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일만은 아니다. 올시즌 릴라드의 공백이 시작되기 전의 25경기 동안에도 네이피어는 평균 17.1분 동안 50.7%의 야투율로 8득점 1.4어시스트 1.2스틸의 백업 가드로서 괜찮은 활약을 하고 있었다.

지난 3시즌 동안 네이피어는 40%의 야투율을 넘겨본 적이 없다. 반면 올시즌은 48.7%의 야투율을 기록 중이다. 2점 구역이든 3점 구역이든 슈팅 성공률이 급증했다.

네이피어는 현대 농구의 대부분 포인트 가드들처럼 돌파를 기반으로 플레이한다. 그 드리블 과정에서 자신이 기회를 만들어 슛하거나 자신에게 쏠린 수비 전열의 틈을 찾아 패스를 건넨다. 이때 드리블 치는 가드의 슈팅 해결 능력은 중요한 열쇠다.

재미있는 사실은 올시즌 안에서도 최근과 릴라드 공백 전 네이피어의 슈팅이 구역을 달리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릴라드가 빠지기 전에는 미드레인지에서, 릴라드 공백 중에는 골밑에서 네이피어가 야투를 성공시키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

드리블 직후의 슈팅을 주로 가지는 네이피어가 올시즌 점프슛에 큰 자신감을 붙였다. ⓒAFPBBNews = News1
▶골밑 돌파 후의 성공률이 급증한 최근

네이피어의 NBA 커리어 동안 경기 모습을 봐왔던 이들에게 최근의 모습은 꽤 낯설 수 있다. 드리블로 골밑에 파고든 후 해결 능력이 몰라보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선발로 나서고 있는 네이피어의 활약 모습들 중 네이피어가 쉽고 여유 있는 기회를 얻는 장면은 드물다. 대부분 드리블이 멈출 무렵 수비가 붙어 있곤 했다. 그럼에도 네이피어는 높은 확률의 슈팅 성공을 가지거나 정확한 패스를 뿌렸다.

특히 골밑에서 상대 빅맨들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순간적으로 올리는 레이업이나 점프슛을 시도해 성공시키고 있다. 이런 모습들이 리그의 유명 포인트 가드들에게는 그렇게 놀랄 장면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 세월 동안 네이피어를 생각한다면 놀랄 만하다.

지난 3시즌 동안 골밑인 제한 구역에서 네이피어가 50%이 이상의 성공률을 기록한 적이 없다. 시즌마다 리그 평균이 60%를 넘기는 제한 구역에서 네이피어의 활약은 기대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올시즌 12월23일 릴라드의 공백 시작 전에도 네이피어의 제한 구역 성공률은 53.1%로, 리그 평균 62.8%에 크게 못 미쳤다.

반면 최근 9경기 동안은 완전 다르다. 제한 구역에서 31회의 시도 중 22개(71.0%)를 성공시켰다. 수비가 자신에게 근접해 있음에도 뽑아낸 성과다.

지난 3시즌 동안 네이피어는 레이업 시도 중 50% 이상 성공시킨 적이 없다. 심지어 2년차에는 26.7%를 기록하기까지 했다. 반면 올시즌은 61.%를 기록 중이다. 이는 가드들 중에서도 높은 축에 드는 성과다. 결정적으로 12월23일 이후로는 70.4%에 달한다.

▶향후 리그 생존 가능성 제고

만약 올시즌마저 지지부진한 성과를 보인다 한다면 루키 계약 마지막 시즌에 있는 네이피어가 다음 시즌 NBA에 남아 있을 가능성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워낙 지난 3시즌 동안 모습이 리그의 수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들의 모습으로나 올시즌 전체적인 모습으로 봤을 때는 적어도 백업 가드로서 생존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격과 함께 약점으로 늘 지적됐던 수비도 올시즌을 놓고 본다면 합격점의 성과를 내고 있다. 장신 선수와의 미스매치 상황 때도 재치 있는 플레이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장면들이 나오고 있다.

당장 올시즌만 놓고 본다면 팀의 핵심 선수인 릴라드가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큰 지분을 얻긴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최근 릴라드의 공백 동안 포틀랜드를 승리로 이끌고 있는 주인공 CJ 맥컬럼도 슈팅 가드지만 볼 핸들링을 위주로 하는 가드다.

그래도 계속해서 현재처럼 드리블을 통한 플레이로 효과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현재 소속인 포틀랜드를 포함 리그의 여러 팀들로부터 구애를 얻을 수 있다. 네이피어는 2014년 전미 대학농구 토너먼트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었다. 당시 그 자신감 넘치던 모습이 최근 어느 정도 재현되고 있는데 이런 승부사 기질이 앞으로의 NBA 경력에 큰 자산이 될지도 모른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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