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A : 593경기 중 557경기 선발 출전, 18.3점 7.0리바운드, 1.7블락, PER 20.8
선수 B : 668경기 중 520경기 선발 출전, 9.0점 5.5리바운드 1.2블락, PER 16.4

사실 기록만 놓고 보면 두 선수 사이에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A와 B는 공통점이 정말 많다. 우선 두 명 모두 센터다. 포지션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진 2018년에도 이 둘을 분류할 수 있는 포지션은 여전히 ‘센터’ 밖에 없다. 그리고 똑같이 리그 10년차 시즌을 맞이한 선수들이다.

이 밖에 두 명 모두 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와 같은 스탠포드 대학교 출신이다. 게다가 태어난 날도 1988년 4월1일로 같다. 생일만 같은 것이 아니라 태어난 곳도 똑같이 LA다. 이제 A와 B의 부모님이 똑같다는 이야기까지 하지 않아도 아마 저 둘이 누구인지는 다 알아챘을 것이다.

A는 LA 레이커스의 센터 브룩 로페즈, B는 시카고 불스의 센터 로빈 로페즈다. 마커스 모리스(현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마키프 모리스(현 워싱턴 위저즈) 형제도 있지만 이 둘은 현 리그에서 ‘쌍둥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형제들이기도 하다.

스탠포드 대학 시절의 로페즈 형제.ⓒAFPBBNews = News1
하지만 위의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NBA 무대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형인 브룩 로페즈다. 15순위에 뽑힌 동생과는 달리 그래도 로터리 픽인 10순위로 뽑힌 브룩은 뉴저지 네츠(현 브루클린 네츠)에서 나름 상징적인 선수로 9시즌에 걸쳐 활약했다. 물론 2011~12시즌과 2013~14시즌은 부상으로 각각 5경기와 17경기 출전에 그치긴 했지만 그 외의 시즌에는 모두 70경기 이상 출전하며 자리를 지켰다.

특히 2012~13시즌에는 올스타에도 뽑혔고 17경기 출전에 그친 2013~14시즌을 제외하고도 평균 20득점 이상 시즌을 3번이나 기록하는 등 확실한 공격 옵션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여기에 지난 2016~17시즌에는 빅맨의 3점슛 시도가 늘어나는 리그 트렌드를 잘 따라가며 이전 8시즌 동안 총 3점슛 시도가 31개였던 선수가 무려 387개의 3점슛을 시도해 팀에서 가장 많이 3점슛을 시도하는 선수로의 변신까지 이뤄냈다.

브루클린에서의 마지막 해에는 3점슛까지 장착했던 브룩 로페즈. ⓒAFPBBNews = News1
하지만 유망주 교통정리를 위해 디안젤로 러셀의 처리를 원하면서 동시에 당장 이번 시즌의 성적 향상을 노리던 LA 레이커스가 러셀에 티모페이 모즈고프를 더해 로페즈를 데려오며 그의 9년 네츠 생활은 마무리가 됐다.

그리고 2017~18시즌 시작 전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던 신인(론조 볼, 카일 쿠즈마), 팀 수뇌부의 전폭적인 신뢰는 받고 있었지만 확실한 성장을 보여줄 지가 미지수이던 2년차 선수(브랜든 잉그램)는 확실히 예측 가능한 전력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로페즈는 레이커스가 1년 계약으로 나름 야심차게 영입한 켄타비어스 칼드웰-포프, 벤치 에이스 역할이 가능한 조던 클락슨 등과 함께 팀 전력에 안정성을 줄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시즌을 막상 시작하니 예상과는 달랐다. 오히려 신인 카일 쿠즈마, 2년차 브랜든 잉그램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고, 리그에서 가장 빠른 템포의 경기를 가져가는 팀 중의 하나인 레이커스는 줄리어스 랜들을 5번 자리에 두는 스몰 라인업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순히 레이커스가 빠른 농구를 해서 로페즈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진 것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지난 시즌의 브루클린도 리그에서 가장 빠른 페이스 수치(103.58, 리그 1위)를 기록한 팀이었기 때문이다.

즉, 두 팀 모두 똑같이 빠른 농구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차이점은 분명히 있다. 바로 3점슛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에 대한 것이다. 지난 시즌 브루클린은 3점슛 시도가 31.6개로 리그 4위였다. 그들의 성공률은 33.2%로 뒤에서 5번째에 머무르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많은 3점 시도로 매 경기 돌파구를 찾던 팀이었다.

반면 리그의 모든 팀들이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3점슛을 던지는 상황에서 올 시즌의 레이커스의 3점슛 시도는 27.5개로 리그 19위다. 시도 빈도만 보면 리그 중하위권이지만 성공률을 보면 처참하다. 32.8%로 리그 최하위다. 평균 20분 이상의 출전 시간을 가져가는 선수들 중 잉그램, 랜들, 래리 낸스 주니어는 3점 시도가 적거나 혹은 아예 없는 선수들이다.

더욱이 주전 1번 론조 볼은 부상 이탈 직전과 복귀 직후에는 조금 나아졌다지만 아직도 상대팀은 볼의 슛은 일단 버리는 수비, 즉 새깅 디펜스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더 먼 거리에서의 슛 시도가 늘어난 만큼 활용하는 공간이 더 넓어진 상황에서 레이커스의 전력이 좋지 않다보니 결국 로페즈는 자신의 위력적인 무기 하나를 이전만큼 쓰지 못하게 됐다.

바로 포스트업 공격이다. 물론 포스트업 자체가 리그에서 점점 인기가 없어지는 공격 옵션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엘리트급 빅맨들은 이 포스트업 득점을 쏠쏠히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로페즈 역시 지난 시즌 포스트업 공격 득점이 5.4점으로 리그 5위, 시도는 3.7개로 리그 6위일 정도로 위력적인 포스트업 공격 옵션이었다.

이번 시즌에는 많이 보기 힘들어진 로페즈의 포스트업 공격. ⓒAFPBBNews = News1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그렇지 못하다. 로페즈는 여전히 경기 중 스위치 상황 혹은 상대의 스몰 라인업 운용에 따른 미스 매치 상황에서 큰 신체를 이용한 포스트업 공격을 전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대팀 입장에서는 일단 도움 수비를 가는 것이 상책이다. 로페즈에게 도움 수비를 간다는 것은 즉 로페즈의 동료 한 명 누군가를 포기한다는 것인데 레이커스 선수 대부분은 슛이 불안하거나 아니면 슛 레인지 자체가 짧다. 이렇다보니 로페즈를 활용하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레이커스는 올해 탱킹을 해서는 안 되는 팀이다. 2018년 드래프트의 1라운드 지명권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모아온 유망주들을 이른바 옥석 고르기를 통해 정리를 해야 한다. 볼, 쿠즈마, 잉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차가 쌓인 랜들, 클락슨 등의 이름이 트레이드와 관련해서 끊임없이 언급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시즌 일정을 절반 가까이 치른 현 상황에서 LA 레이커스가 지난 시즌의 마이애미 히트와 같은 역대급 반전을 이뤄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레이커스의 구단 수뇌부 역시 그러한 생각 하에 결국 베테랑 센터 앤드류 보것과 작별을 택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레이커스는 현재 로페즈 활용이라는 카드가 남아있다. 어차피 최하위에 그쳐도 해도 소위 ‘죽 쑤어 개 주는 꼴’인 상황의 레이커스이기에 로페즈의 활용은 그들이 꼭 재고해 봐야할 문제다. 스포츠한국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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