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4년에 한번씩 열리는 올림픽이지만 하계올림픽에 비해 동계올림픽은 생소한 종목도 많고 관심도도 다소 떨어지는 것은 사실.

하지만 알고 보면 동계올림픽은 매력 넘치는 종목과 사람, 역사를 품고 있다. 동계올림픽의 흥미로운 인물과 역사를 살펴본다.

왼쪽부터 이상화, 김연아, 안현수. ⓒAFPBBNews = News1
▶한국 동계올림픽사의 ‘처음’

지금은 세계 10위권에 드는 동계올림픽 강국이 됐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는 20년도 채 되지 않는다. 한때 한국은 동계올림픽에 참가에 의의를 두는 약소국이었다. 참가에 의의를 뒀다고 할지라도 힘든 상황에서도 출전한 선수들의 희생과 길을 닦기 위한 노력으로 인해 올림픽을 개최하는 나라까지 될 수 있었다.

한국인의 첫 동계올림픽 출전은 1936년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대회부터다. 일제 강점기였지만 일본 메이지대학 재학 중이던 김정연, 이성덕, 장우식 3명이 일장기를 달고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 출전했다. 비록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82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해야할 한국스포츠사의 역사적인 일이다.

김정연의 경우 1956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의 한국 선수단 총감독에 대한빙상연맹 명예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일장기를 달고 뛰다 태극기를 대표한 한국 선수단의 총감독까지 됐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웠을지는 눈에 선하다.

한국이 정식으로 동계올림픽에 선수를 파견한 것은 광복 후인 1948년 5회 스위스 생모리츠 대회부터다. 당시에도 최용진, 이종국, 이효창으로 구성된 3명의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이 전부였다. 선수 3명에 임원 2명까지 총 5명으로 구성됐던 한국은 70년 후 100명에 가까운 선수를 보내는 나라가 됐다.

1948년 스위스 동계올림픽 한국 입장 모습. 국가기록원 제공
▶첫 메달은 1992년 김윤만… 첫 금메달은 역시 ‘효자’ 쇼트트랙

한국 동계올림픽 역사에서 메달이 나온 것은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부터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 출전한 김윤만이 은메달을 따내면서 한국은 1948년 첫 출전 이후 44년 만에, 1936년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출전한 지 56년만에 감격의 첫 메달을 따냈다.

현재 대한체육회에서 스포츠행정가로 일하고 있는 김윤만은 당시를 회상하며 “나 역시 결승선을 통과하고 결과에 놀랐다”고 말하기도 한다.

첫 금메달 역시 같은 대회에서 나왔다. 역시 종목은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에서였다. 남자 쇼트트랙 1000m에 출전한 김기훈이 감격의 첫 금메달을 안기며 한국 동계올림픽 역사가 새롭게 쓰였다.

한국 동계올림픽사의 상징적인 인물이 된 김기훈은 현재 울산과학대 교수로 지난해 10월 그리스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서 성화를 들고 들어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당시 김기훈 교수는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 평창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돼 동계 스포츠 모든 분야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다 메달 보유자와 가장 금메달 배출한 종목은?

1992년부터 서서히 동계올림픽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한국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5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역대 최고 성적은 밴쿠버였고 메달을 딴 이후 가장 안좋았던 성적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의 금메달과 은메달 각 2개씩 따내 14위에 오른 것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선수 중 가장 많은 메달을 보유한 선수는 누굴까.

1990년 중반 활약했던 쇼트트랙의 전이경이다. 전이경은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에서 개인 1000m와 3000m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또 개인 1000m와 3000m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내 무려 금메달 4개를 획득했다. 전이경은 500m에서도 동메달을 따내 금메달 4개, 동메달 1개로 한국 동계올림픽에서 최다 금메달 보유자이자 최다 메달 보유자이기도 하다.

한국의 동계올림픽 첫 메달리스트 스피드스케이팅 김윤만(왼쪽)과 최다 메달 보유자인 전이경. 연합뉴스 제공
특히 전이경이 1994년 따낸 금메달의 경우 한국의 동계올림픽 사상 첫 여성 금메달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전이경은 하계올림픽 양궁의 김수녕과 함께 한국 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금메달(4개)을 따낸 선수로 남아있기도 하다.

쇼트트랙은 한국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배출한 종목이다. 첫 금메달도 쇼트트랙에서 나왔고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이강석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동메달을 따내기 전까지 1990 알베르빌, 1994 릴레함메르, 1998 나가노, 2002 솔트레이크시티까지 4대회에서 쇼트트랙이 아닌 종목에서 메달이 나온 것은 최초의 메달인 1990 김윤만의 스피드스케이팅 은메달이 전부였을 정도다.

한국은 1990년 알베르빌부터 2014년 소치까지 3개 종목에서 메달을 땄는데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그리고 김연아의 피겨가 전부였다. 그야말로 한국에겐 쇼트트랙은 동계올림픽 그 자체다.

▶안타까운 안현수, 놀라운 김연아와 이상화

동계올림픽하면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인물이 있다. 한국스포츠사의 ‘아픈 손가락’인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는 2006 토리노 올림픽부터 2014 소치 올림픽까지 총 금메달 6개, 전종목 석권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쇼트트랙이라는 종목 자체에서 개인 최다 금메달이다.

안현수가 2014년 대회에서 러시아가 아닌 한국 국적으로 메달을 땄더라면 김수녕과 전이경이 가지고 있는 올림픽 최다 금메달 보유자의 이름도 안현수로 바뀌었을 것이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따낸 한국에서 남자 선수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메달리스트 전원이 여자선수로 여자만이 메달을 따낸 특별한 대회였다.

ⓒAFPBBNews = News1
김연아와 이상화는 쇼트트랙 천하인 한국의 동계올림픽 역사에 단비같은 인물이다. 김연아의 경우 쇼트트랙 아니면 스피드스케이팅에 머물던 한국 동계올림픽 역사에 최초로 이외의 종목에서 메달을 따낸 선수이며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기록했던 여자 피겨에서의 228점은 2위 아사다 마오(일본)가 올린 205점과 엄청난 격차이기도 했다.

이상화는 남자로 한정됐던 스피드스케이팅에서의 성과를 여자로 확장시킨 선수다. 2010년과 2014년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상 최초의 2연패를 달성했고 평창에서 3연패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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