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NBA 팀들이 연패로 인한 우울한 연말을 보낸 가운데 회생의 기쁨을 맛보며 2017년을 마무리한 팀이 LA 클리퍼스다.

클리퍼스는 지난해 12월31일(이하 현지시각) 샬럿 호넷츠를 상대로 106-98 승리를 거두며 3연승을 이었다.

이로써 12월초 서부지구 11위까지 내려가 있던 클리퍼스는 16승19패(승률 45.7%)로 9위에 올라있다. 2연패 중의 8위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와는 1.5경기차로 좁혔다.

루 윌리엄스의 40득점 8어시스트 활약에 힘입어 클리퍼스가 즐거운 송구영신을 맞이했다. ⓒAFPBBNews = News1
현재 클리퍼스는 서부지구 6위 이하의 팀들 중 유일하게 최근 10경기에서 패보다 승이 많은 팀(6승4패)이다. 평년에 비해 서부지구에서 플레이오프 진출 순위인 8위의 진입 장벽이 낮은 이번 시즌 다시 플레이오프 진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됐다.

11월과 12월에 걸쳐 클리퍼스는 한마디로 일손부족의 팀이다. 특히 주전 인원들의 부상 공백이 계속 생기며 매 경기 전망을 어둡게 했다. 하지만 이렇게 회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돌아온 에이스

무릎 인대 부상으로 11월30일부터 12월26일까지 약 한 달을 빠졌던 블레이크 그리핀(29)이 12월29일 경기부터 복귀했다.

복귀한 두 경기에서 그리핀은 괜찮은 효율성으로 24,25득점을 올리면서 팀의 승리에 보탬이 됐다. 올시즌의 그리핀은 본인의 당일 경기 컨디션에 따라 팀의 승패가 크게 갈리는 경향이 보였는데 일단 복귀 시작은 좋은 편이다.

이번 시즌 그리핀의 21경기 중 야투율 40% 이하 경기가 10경기였다. 그 10경기에서 클리퍼스는 1승9패를 기록했다. 그리고 나머지 그리핀의 40%보다 높은 야투율 경기에서는 9승2패를 거뒀다.

이렇게 그리핀의 성과에 따라 팀의 승패가 크게 결정 나는 이유는 그리핀이 득점원 이상의 활동을 펼치기 때문이다. 하이포스트, 즉 외곽에서 주로 볼을 갖고 시작되는 그리핀의 움직임은 본인의 득점 기회도 창출하는 한편 동료들의 득점 기회도 창출시킨다. 이때 그리핀의 개인 득점 위력이 증가하면 동료들에게 가는 패스 연결 또한 좋아지는 경향도 생긴다.

11월 거의 전체를 가로질렀던 클리퍼스의 9연패는 그리핀의 부진과도 관계가 깊었다. 앞으로 클리퍼스가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선 그런 연속 부진은 곤란하다. 그리고 2014~15시즌부터 그리핀은 어느덧 부상 소식이 익숙한 선수가 됐다. 최근 2경기에서 평소보다 출전시간을 줄이는 관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개인과 팀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벤치 에이스

31일 승리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는 주전도 아닌 벤치에서 나온 루 윌리엄스(32)다. 팀에서 가장 많은 37분을 뛰며 57.1%의 야투율로 40득점을 올린 윌리엄스는 8어시스트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본인이 출전한 34경기 중 윌리엄스는 27경기에 걸쳐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윌리엄스가 선발로 출전한 경기는 정말 주전 인원이 없었기 때문에 나왔던 경우들이다. 그리고 주전으로 나왔던 7경기에서는 2승5패의 전적을 봤다. 이에 비해 벤치 출전 시에는 14승13패다.

12월 그리핀의 공백 동안 윌리엄스는 벤치에서 나왔지만 사실상 에이스이자 가장 역할을 했다. 말이 벤치 인원일 뿐 12월 동안 클리퍼스에서 가장 많은 출전시간을 기록한 선수가 평균 33.9분의 윌리엄스였다. 그리고 12월 동안 팀 내 가장 높은 평균 25.2득점을 올렸다.

윌리엄스는 경기별 온도차가 제법 명확히 갈린다. 12월의 14경기 동안 야투율 45%이상 경기가 8경기, 35.7% 이하 경기가 6경기다. 수비 문제와 이런 기복이 안정적인 느낌을 주진 못하지만 터질 때만큼은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선수가 윌리엄스다. 원래의 주득점원들이 거의 나오지 못한 12월 동안 클리퍼스의 득점력이 크게 무너지지 않은 이유였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준 센터

디안드레 조던(30)은 클리퍼스의 현재까지 시즌 35경기에 모두 출전한 유일한 선수다. 팀의 등락이 계속 교차되는 가운데 늘 자리를 지키면서 리바운드와 수비를 담당한 센터 조던이야말로 클리퍼스의 버팀목이라 부를 만하다.

31일 현재 리그 개인 리바운드 선두가 평균 15.3리바운드의 조던이다. 수비 리바운드(10.8)는 리그 1위이며 공격 리바운드(4.5)는 3위다. 하지만 농구는 5명이 하는 종목이듯이 이런 조던이 있는 팀치고 클리퍼스는 수비 리바운드에 강점을 보이는 팀이 아니다. 조던을 제외하면 리바운드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클리퍼스는 공격 리바운드 쪽으로는 강세다.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이 리그 8번째(23.9%)이며 세컨드 챈스 득점은 리그 4위(14.5득점)다. 여기에서 조던의 역할은 확실히 나타난다.

팀의 큰 중심축이었던 포인트 가드 크리스 폴이 지난 시즌 종료 후 트레이드로 나간 후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지목된 선수가 조던이다. 몇 시즌에 걸쳐 폴의 패스로 큰 수혜를 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폴 다음으로 자신에게 좋은 패스를 많이 연결한 그리핀도 많은 경기를 결장했다.

이제 조던은 세르비아에서 건너온 가드 밀로스 테오도시치와의 호흡이 중요해졌다. ⓒAFPBBNews = News1
이런 이유들로 조던의 올시즌 득점 부문 기록은 비교적 떨어진다. 평균 11득점은 최근 4시즌 중 가장 낮으며 야투율 65.3%도 최근 5시즌 중 가장 낮다. 그럼에도 자신이 처한 배경에 비하면 괜찮은 활약이다. 어시스트 받는 비중은 줄었어도 포스트에서 볼을 가졌을 때 스스로 해결해주는 모습이 늘었다.

▶앞으로 중요한 1월

클리퍼스가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할지 결정할 달이 1월로 보인다. 일단 홈과 원정 비중에 있어 1월은 전체 15경기 중 홈에서 10경기를 치른다. 반면 2월은 7연속 원정 시리즈가 있고 3월은 9회의 원정 경기들이 세 무리로 나뉘어 기다리고 있다.

때문에 홈경기 측면에서 수혜가 많은 1월에 클리퍼스는 뭔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대신 최근 4시즌의 13경기 동안 1승12패의 절대 열세를 보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의 대결이 2회 배치돼 있다. 2014~15시즌 3월8일 경기부터 골든스테이트 상대로 11연패다. 이 고비를 포함한 1월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클리퍼스는 시즌에 대한 희망이 갈릴 수 있다.

이와 한편 클리퍼스에게 있어 변수인 선수가 오스틴 리버스(26)다. 팀에서 2번째로 많은 시간(32.7분)을 뛰며 3번째로 높은 득점(15.8득점)을 올리고 있는 리버스는 안정성 측면에서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되는 날도 있지만 안 되는 날이 더 많기 때문이다. 리버스가 기복의 폭을 줄일지의 여부도 앞으로 중요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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