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명석 박대웅 기자] 2017년 스포츠 현장을 환하게 밝히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이 개최되는 2018년과 비교하면 올해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굵직한 국제대회가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2017년이 그저 조용하게 흘러간 것은 아니다. 여러 종목에서 소위 클래스를 입증한 스타들, 새롭게 떠오른 별들이 있었고, 반대로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고 경기장을 떠난 이들도 있었다.

또한 주요 국제대회의 전초전에서 대한민국 스포츠계가 이뤄낸 성과 및 과제들도 있었다. 뜨거웠던 2017년 스포츠계 주요 이슈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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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새롭게 쓴 아시아축구사

새벽마다 유럽에서 전해오는 손흥민(25·토트넘 홋스퍼)의 골 소식은 국민들의 희망이었다.

특히 그는 지난 5월 레스터 시티전에서 시즌 20, 21번째 골을 잇따라 터뜨리며 차범근(64)이 보유하고 있던 유럽리그 아시아 선수 한 시즌 최다골(19골)을 31년 만에 경신한 것은 물론이고 아시아 선수 한 시즌 최다골(21골) 기록까지 보유하게 됐다.

또 손흥민은 박지성(36)이 보유하고 있던 프리미어리그(EPL) 통산 최다골 기록(27골)도 단 두 시즌 만에 갈아치우는 등 거듭 새 역사를 써 내려갔다. 세계적인 스타들이 모인 EPL에서 이달의 선수상만 두 차례 수상한 것도 2016~2017시즌 손흥민이 유일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독보적인 존재감이었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손흥민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선정한 올해의 국제선수상, 대한축구협회(KFA) 올해의 선수상(남자)에 잇따라 선정됐다. 최근에도 손흥민은 4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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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9회 연속 월드컵 진출

축구 국가대표팀이 가까스로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지난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9회 연속이다.

다만 그 과정은 그야말로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최종예선 내내 부진한 경기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급기야 지난 3월에는 중국 원정에서 사상 처음으로 패배하면서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여론을 등진 채 슈틸리케 감독을 재신임키로 했으나, 6월 카타르 원정에서마저 2-3으로 패하자 뒤늦게 감독을 경질했다. 이 과정에서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최종예선 2경기만을 남겨둔 가운데 신태용 감독이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신태용호도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 2연전에서 모두 무승부에 그쳤다. 다행히 시리아가 예선 최종전에서 이란을 이기지 못하면서 가까스로 2위를 지켜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일각에서는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당했다’는 비아냥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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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거둔 축구 한일전 승리

한국축국 7년 만에 일본을 제압했다. 2010년 5월 2-0 승리를 마지막으로 5경기 연속 승리가 없었던 한국은 12월 마지막 A매치였던 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일본을 4-1로 대파했다. 축구 한일전에서 7년 7개월여 만에 거둔 승전보다.

이번 승리는 특히 1954년 이후 63년 만에 일본 원정에서 거둔 최다 점수차 승리라는 점에서 기쁨을 더했다. 일본 원정에서 4골 이상을 넣은 것 역시 1954년 5-1 승리 이후 이번이 처음.

뿐만 아니었다. 시원했던 한일전 승리는 동아시안컵 우승이라는 결실로도 이어졌다. 일본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펼친 한국은 대회 역사상 첫 2연패라는 겹경사도 누렸다. 1년 내내 흔들리던 축구대표팀이 거둔 ‘유종의 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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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우승, 리그를 지배한 양현종

프로야구에서는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했다. 지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두산을 꺾고 KIA가 2009년 이후 8년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올시즌 KIA는 정규시즌 팀 타율 3할2리의 막강 타선과 함께 선발진 역시 75번의 퀄리티스타트를 합작하며 굳건해보였던 두산의 아성을 넘어섰다. 이적생 및 새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김기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 역시 돋보였다.

양현종(29·KIA)의 활약이 특히 돋보였다. 양현종은 올해 타이거즈 좌완 최다승을 시작으로 개인 통산 100승을 챙겼고, 1995년 이상훈 이후 22년 만에 단일 시즌 국내 선발 20승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프로야구 최초로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MVP,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등을 쓸어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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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떠나는 순간까지 전설

지난 10월3일 한국 프로야구의 큰 별이 저물었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한 표현을 한다면 그 별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최고로 눈부셨다.

이승엽(41·은퇴)은 자신의 은퇴 경기에서까지 멀티 홈런을 때려내며 본인이 왜 ‘홈런왕’, ‘국민 타자’와 같은 수식어를 얻었는지를 증명했다. 15시즌 동안 모두 열거하기 힘들만큼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만 KBO리그 통산 1906경기에서 때려낸 462홈런은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라운드에서 더 이상 홈런을 때리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됐지만 이승엽은 재단 설립을 통해 야구에 대한 사랑을 계속해서 이어간다. 이승엽의 뒤를 이을 전설의 탄생, 한국야구 위상을 높이는 일은 이제 후배 야구인들에게 남겨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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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리턴파들의 몸값 폭등

올해 프로야구는 화끈한 대우 속에 해외에서 KBO리그로 발길을 돌린 선수들이 많았다. 미국에서 돌아온 이대호가 1월 스타트를 끊었다. 롯데와 4년 총액 150억원에 계약했다.

지난해 11월 최형우가 사상 최초로 FA 100억원 시대를 열었지만 이대호가 불과 두 달여 만에 1.5배 규모의 새 기록을 수립했다. 국내 프로스포츠를 통틀어도 최고액이었다. 이대호는 올시즌 타율 3할2푼 34홈런 111타점 73득점을 기록하며 롯데를 5년 만에 가을 야구로 이끌었다.

2017시즌을 마친 뒤에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멈춘 선수들이 더욱 쏟아졌다. 황재균이 4년 88억원에 kt와 계약한 것을 시작으로 박병호가 연봉 15억원에 친정팀 넥센에 복귀했다. 김현수는 이대호에 이어 역대 두번째 금액인 4년 115억원에 LG와 도장을 찍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한 리턴파들에게 실력 이상으로 파격적인 대우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몸값 폭등 현상을 떠나 ‘이대호 효과’에서도 드러났듯 스타플레이어의 연이은 복귀로 2018시즌은 풍성한 화제거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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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루키’ 박성현, 39년 만에 LPGA 3관왕

올 시즌 LPGA 무대에 데뷔한 박성현(24)은 7월 메이저대회 US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남다른 첫 걸음을 내디뎠다. 곧이어 8월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에서 두 번째 정상을 차지했다. 신인상은 일찌감치 박성현의 몫으로 확정됐다.

두 차례의 우승과 `톱10' 10회 진입 등은 11월 박성현을 세계랭킹 1위로 이끌었다. 세계랭킹이 도입된 이래 신인이 1위에 오른 것은 박성현이 처음이었다.

백미는 시즌 최종전이었다.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를 기록한 그는 상금왕(233만 달러·약 25억원)과 올해의 선수상(공동)까지 거머쥐었다. 신인상에 이어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 등 3관왕을 차지한 것은 지난 1978년 낸시 로페스(60·미국) 이후 무려 39년 만의 일이었다. ‘슈퍼루키’다운 대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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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기 종목에 피어난 꽃

손흥민, 박성현 등 수많은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 선수들도 있지만 한국 내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뛰어난 성과를 낸 스타들도 있다.

‘한국 육상의 자존심’ 김국영(26·광주광역시청)은 6월에 열린 제45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 준결승에서 10초13의 한국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미 2010년 고 서말구의 기록을 31년 만에 깬 그는 5년 뒤 또 한 번 자신의 기록을 넘어섰다.

한때 슬럼프에 빠졌지만 한국 신기록으로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고, 이틀 뒤 또다시 10초07로 한계를 넘었다. 8월에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에서 결승 진출이 무산됐으나 제98회 전국체육대회에서 비공인 10초03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꿈의 9초’대 진입에 청신호를 밝혔다.

‘한국 스켈레톤의 희망’ 윤성빈(23·한국체대)은 올해 5번의 월드컵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휩쓸었다. 지난 15일 월드컵 5차 대회에서는 비록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지만 아시아 선수 최초로 3연속 정상에 등극했고,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테니스의 미래’ 정현(21·한국체대)은 11월 남자프로테니스(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우승을 차지했다. 2003년 이형택의 아디다스 인터내셔널 대회 이후 무려 14년 10개월 만에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 ATP 투어 단식 우승이었다.

정현은 2017년 성과에 80점만을 부여한 뒤 "더욱 예리한 서브, 강한 정신력과 체력을 만들어 상대를 질리도록 만드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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