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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지난 시즌 DB는 10개 구단 중 압도적으로 많은 726개의 실책을 범했다. 최소 실책 1위 팀인 오리온(577개)과는 경기 당 평균 2.7개의 큰 격차가 났다.

김영만 전 감독도 경기에서 패한 날이면 “실책으로 무너졌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으며, 승리했을 때에도 실책을 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으면서 한숨을 내쉬곤 했다.

올시즌에도 DB의 실책 고민은 줄어들지 않았다. 23경기에서 총 283개를 기록해 여전히 최다 1위의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있다. 물론 경기 당 평균으로는 13.4개에서 12.3개로 살짝 감소했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최근 2연패도 실책에 발목을 잡혔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5일 KGC인삼공사전에서 DB는 14개의 실책을 쏟아냈다. 물론 KGC인삼공사도 12개의 실책을 범해 큰 격차가 났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DB는 전반에만 무려 10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쉽게 끌고 갈 수 있었던 경기를 스스로 망쳤다. 승부처인 3쿼터 후반부터 4쿼터 초반 사이에 순식간에 주도권을 내줬는데 그 과정에서도 역시 실책이 아쉬웠다.

17일 현대모비스전에서는 KGC인삼공사전보다 더 많은 17개의 실책이 나왔다. 이 때문에 속공에 의한 득점은 6-19, 실책에 의한 득점은 10-17로 크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리바운드와 2점슛 성공률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도 경기를 내준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과 전혀 다른 모습은 이상범 감독이 실책 때문에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 감독은 15일 KGC인삼공사전 패배 후 실책과 관련해 이같은 언급을 남겼다. 그는 “실책은 20개를 하든 30개를 하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했느냐가 중요하다”고 운을 뗀 뒤 “실책이 나와도 과감히 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감독은 “만약 실책 때문에 선수들을 꾸중한다면 과연 그 선수가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전혀 신경 쓰지 말라고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실책 때문에 애가 전혀 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 감독은 “사실 실책은 줄일수록 좋다. 실책이 많으면 패하는 경기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상대에게 쉬운 슛을 내주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실책은 결국 감독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선수들에게 내색하면 안 된다. 과감한 시도를 하다보면 실책도 나오지만 고쳐야 할 점이 무엇인지도 함께 알 수 있다. 결국 고치면 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올시즌 DB가 전반까지 집중력 부족을 보이다가도 후반 들어 강한 뒷심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이상범 감독의 이러한 믿음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이 초반 실책을 범하더라도 이에 대한 두려움보다 후반 들어 베테랑들이 투입되는 만큼 언제든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

정작 DB의 고민은 따로 있다. 최근 험난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졌고, 이로 인해 가장 큰 강점이었던 활동량이 줄어들었기 때문. 이상범 감독이 출전 시간 분배를 고르게 해주고 있지만 아직은 풀타임 시즌이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

DB는 다음 주 역시 백투백 일정을 포함해 총 3경기를 치른다. 그러나 현대모비스전 이후 3일 간의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됐고, 향후 홈 4연전 일정이 펼쳐지기 때문에 재정비의 시간은 충분하다. 맞대결 상대가 7~10위에 머물러 있는 팀이라는 점도 호재.

2연패로 분위기가 썩 좋지 않지만 올시즌 3연패를 단 한 번도 당하지 않았던 DB다. DB가 실책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 농구를 앞세워 분위기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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