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마치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 묘하지만 착착 들어맞는 트레이드를 했다. LA다저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간의 총액 1억35만달러(한화 약 1095억원)이 오간 트레이드는 언뜻보면 이해가 가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머리를 탁 치게 만드는 테트리스같은 셈법이 숨어있다.

다저스는 17일(한국시간) 현금 450만 달러와 함께 베테랑 내야수 애드리안 곤살레스, 투수 브랜던 매카시·스콧 카즈미어, 내야수 찰리 컬버슨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보내고 외야수 맷 켐프를 다시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다저스와 애틀랜타 트레이드의 빅2인 아드리안 곤잘레스(왼쪽)와 맷 켐프. ⓒAFPBBNews = News1
얼핏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트레이드다. 이미 2017시즌 19홈런에 그치며 경쟁력을 잃은 켐프를 굳이 다시 데려오는 다저스나,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린 카즈미어, 이미 팀 프랜차이즈 스타인 프레디 프리먼이 버티고 있는 1루수 자리에 곤살레스 등을 데려온 ‘리빌딩팀’ 애틀랜타는 서로에게 큰 의미를 주지 않는 트레이드를 한 것이다.

이미 애틀랜타는 트레이드와 동시에 곤살레스를 방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다저스 역시 켐프를 방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표면적으론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를 곧바로 방출시키는 멍청한 트레이드를 한 것.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 자신들의 셈법에 들어맞는 트레이드임을 알 수 있다.

▶오간 선수와 연봉

애틀랜타의 영입 : 아드리안 곤잘레스(1루수·2236만달러) 브랜든 맥카시 (선발투수·1150만달러) 스캇 캐즈미어 (선발투수·1767만달러) 찰리 컬버슨(내야수·기본 연봉 55만달러) 연봉보조 450만달러 받음 - 총액 4758만달러

다저스의 영입 : 맷 켐프 (외야수·2018시즌 2175만달러, 2019시즌 2175만달러) 연봉보조 450만달러 지원 - 총액 3900만달러

▶다저스의 셈법 : 무조건 사치세 리셋 한다

다저스는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2018시즌만 놓고 보면 네 명의 연봉 합계 5208만달러를 없앤 대신 맷 켐프의 2018시즌 연봉 2175만달러와 현금보조 450만달러를 떠안았다. 즉 당장 2018시즌에는 3483만달러를 아낀 것이다. 켐프의 2019시즌 2175만달러의 연봉은 다저스에게 2018시즌과는 연계가 없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미 다저스는 다르빗슈 유, 체이스 어틀리 같은 선수들을 FA로 풀어주면서 팀연봉 총액을 줄인 상황에서 3483만달러를 아끼면서 다시금 연봉 총액을 확 줄였다.

즉 다저스는 메이저리그의 2018시즌 사치세 기준인 1억9700만달러 밑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게 된다. 사치세를 초과하게 되면 첫 시즌엔 초과액의 17.5%, 두 번째 시즌엔 30%, 세 번째 시즌엔 40%이며 4년 이상 연속 위반하면 50%의 사치세율을 내야한다. 이미 다저스는 5년 연속 사치세를 냈지만 1년이라도 사치세 밑으로 다시 팀연봉을 맞추면 이는 리셋돼 내년에 다시 사치세를 넘더라도 17.5%의 사치세율만 내면 된다.

즉 다저스는 팀연봉 삭감을 통해 일단 2018시즌에는 사치세를 리셋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이미 올해 연봉 2억6510만달러를 소비했던 다저스는 약 7000만달러의 감소를 해야한다.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3500만달러에 달하는 돈을 절약했고 어틀리, 다르빗슈 등의 고액 연봉자도 나갔기에 현재는 1억8000만달러까지 팀연봉이 내려갔다는 예상도 가능하다(베이스볼 레퍼런스 예상 팀연봉과 트레이트 통한 3500만달러 감소).

다저스의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AFPBBNews = News1
물론 기존 선수들 중 야스마니 그랜달, 알렉스 우드처럼 연봉협상을 해야하는 선수들의 금액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남아있기에 1억8000만달러로 예상되는 금액은 다시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할지라도 1억9700만달러의 사치세 기준 밑으로 맞추기란 이제 훨씬 쉬워졌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2019시즌 켐프에게 줄 2175만달러는 어차피 2019시즌 줘야할 돈이다. 중요했던 것은 사치세 리셋을 위해 2018시즌의 팀연봉을 줄이는 것이었고 2018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곤살레스, 맥카시, 캐즈미어를 보내면서 당장의 돈을 줄인 것이 매우 중요했다.

사치세를 리셋해야했던 이유로 가장 큰 이유는 2019시즌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앤서니 렌던(워싱턴), 찰리 블랙몬(콜로라도), 매니 마차도(볼티모어), 댈러스 카이클(휴스턴), 앤드류 밀러(클리블랜드) 등 엄청난 FA선수들이 쏟아진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2019시즌에 돈을 쓰기 위해 사치세를 리셋하는게 필수다.

▶애틀랜타 : 어차피 1년만 보여주는 액션

애틀랜타로서는 사실 2017시즌 성적이 매우 중요했다.

총 6억달러가 넘는 금액이 투자된 선트러스트파크라는 새로운 구장이 개장했기 때문. 기존 구장의 관중 접근성 문제를 해결한 새로운 구장 개장때 애틀랜타는 소위 ‘오픈빨’을 얻기 위해 성적을 내야했다. 하지만 애틀랜타는 이미 리빌딩에 접어든 상황이었고 홈에서 37승44패로 도리어 부진하며 72승90패로 지구 3위에 그쳤다.

2000년 이후 새구장을 건립한 팀의 첫해 관중 평균 상승률은 28.3%였다. 하지만 애틀랜타는 부진한 성적으로 24%의 상승률에 그쳤고 그렇다면 2년차라도 뭔가 한다는 액션을 보여줘야만 한다.

그렇기에 애틀랜타는 곤살레스, 맥카시, 캐즈미어라는 ‘왕년의 스타’들을 영입하며 당장의 성적 향상은 물론 스타파워에 기댄 티켓 판매량 상승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또한 3명의 선수 모두 2018시즌을 끝으로 모두 계약이 만료되는 선수이기에 2018시즌만 버티면 깔끔하게 3명에게 들어간 4758만달러를 털어낼 수 있게 된다. 켐프를 남겨뒀다라면 2018시즌은 2175만달러에 이어 2019시즌에도 2175만달러를 주기에 2019시즌에도 찜찜함을 남기는데 그럴 걱정이 없어진다.

물론 누구도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애틀랜타가 단숨에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강자가 될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이는 애틀랜타 본인들도 마찬가지. 리빌딩 중인 애틀랜타 입장에서는 리빌딩 완성까지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새구장 개장으로 인한 관중 증대를 위해서는 ‘노력한다’는 인상을 팬들에게 줘야하고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그런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게 됐다. 게다가 2018시즌만 고생하면 2019시즌부터 새판을 짤 수 있다.

즉 다저스와 애틀랜타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총액 1095억원에 달하는 대형 트레이드를 감행했다. 얼핏 보면 이해가 안 되는 트레이드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면 테트리스보다 정교한 셈법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홈구장 선트러스트파크. ⓒAFPBBNews = News1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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