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클리퍼스의 최근 3연속 승전보에 재미있는 흐름이 있다. 주전도 아닌 벤치 요원 루 윌리엄스(31)가 계속해서 팀 최다 득점을 올리고 있다.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각) 올랜도 매직과의 원정 경기에서 클리퍼스가 106-95 승리를 거둔 가운데 윌리엄스는 벤치에서 출전해 31득점 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양 기록 모두 경기 최다다.

위기의 클리퍼스에서 윌리엄스가 계속해서 구원자로 나서주고 있다. ⓒAFPBBNews = News1
10일 워싱턴전에서도 경기 최다 35득점 8어시스트, 12일 토론토전에서는 팀 최다 17득점 5어시스트를 올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연승 직전 7일 미네소타전에서 패하긴 했지만 역시 경기 최다 23득점 8어시스트를 올렸다. 이정도면 벤치 인원이라는 것이 무색해 보인다. 어떤 사연이 있기에 이런 독특한 그림이 나온 것일까.

▶쓰러진 동료들

최근 3연승이 있기 전까지 클리퍼스는 4연패를 당하던 팀이다. 사실 최근 3연승보다는 그 전의 4연패가 현재 클리퍼스 인원 상황에 더 어울리는 전적으로 볼 수 있다. 워낙 인원 구멍이 컸기 때문이다.

우선 시즌 아웃 인원으로 주전 포인트 가드로 뛰었던 패트릭 베벌리가 11월23일 경기부터 공백 중이다. 득점원 다닐로 갈리나리는 11월초부터 13경기 공백 후 최근 2경기에 나왔지만 다시 엉덩이 부상으로 3경기 연속 결장 중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팀의 대표 스타 블레이크 그리핀이 11월말 2개월가량 공백이 예상되는 무릎 부상을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발 인원 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올랜도전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선발 인원은 수비형 센터 디안드레 조던 한 명뿐이다. 게다가 주전 중 조던과 함께 두 자릿수 평균 득점을 올리던 오스틴 리버스마저 경기 중 뇌진탕을 당해 빠지게 됐다.

클리퍼스가 총 106득점을 올린 경기에서 선발 인원이 올린 득점은 반이 안 되는 44득점이었다. 최근 3경기 모두 선발 인원이 올린 득점이 팀 득점의 절반을 넘지 못했다.

▶벤치 인원으로서 윌리엄스의 기록

윌리엄스의 최근 높은 기록이 단지 선발 인원 구성의 약화 때문만은 아니다. 원래 윌리엄스는 득점 폭발력에 있어 오랜 년도에 걸쳐 인정을 받아왔던 선수다. 다만 수비력 측면에서 불안한 면이 있기에 선발보다는 벤치에서 나오는 편이다.

이번 시즌 클리퍼스의 26경기 모두 출전한 윌리엄스는 5경기만 선발로 출전했고 나머지 21경기를 벤치에서 나왔다. 그 21경기에서 윌리엄스는 평균 29.2분 동안 45.6% 야투율로 19.2득점 4.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한편 선발로서 뛴 5경기에서는 평균 36.2분 동안 43.8% 야투율로 23.6득점 6.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렇게 모든 경기를 합치면 평균 30.6분 동안 20.0득점 4.8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이미 윌리엄스는 2014~15시즌에 식스맨 상을 받은 적이 있다. 토론토 랩터스에서 뛰던 당시 평균 25.2분 동안 15.5득점 2.1어시스트를 기록했었다. 즉 기록상으로는 현재가 확실히 더 좋다. 그렇잖아도 올시즌 리그의 주요 벤치 출전 인원들 중 가장 높은 평균 득점이다.

윌리엄스의 올시즌 기록이 대단한 것은 30세가 넘은 나이에 커리어 최고 기록들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야투율 45.2% 및 3점슛 성공률 40.0%에 평균 20득점 4.8어시스트, 모두 경력 최고 기록이다.

물론 출전시간이 경력 중 가장 많기 때문에 평균 기록들이 올라간 것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슈팅 효율성만큼은 최고를 기록 중이다. 일반 야투율 계산에서 3점슛 성공에 1.5 가중치를 두는 이펙티브 필드골 퍼센티지(이하 eFG%)에서 현재 윌리엄스는 커리어 최고 53.3%를 기록 중이다.

윌리엄스는 수비가 바짝 붙어도 점프슛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AFPBBNews = News1
▶시작은 벤치여도 마무리는 내가

보통 벤치 인원은 후보 선수 개념으로 보는 것이 통상적 관념이다. 즉 선발 인원보다 기량이 낮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몇몇 팀에서는 전략적으로 기량 좋은 선수를 벤치에서 출전시키기도 한다. 공수 양면 동시의 안정감은 떨어지지만 한쪽에 특화된 선수들이 주로 이런 역할을 맡는다. 윌리엄스는 수비 쪽은 불안하지만 발동이 걸릴 경우 암만 수비를 붙여도 꽂아 넣는 득점 폭발력이 있다. 이럴 경우 막판 승부처에서 기용되는 경우가 많다.

14일 현재 윌리엄스는 클리퍼스 인원 중 5번째로 많은 출전시간을 기록 중이다. 그리고 1쿼터(5.9분) 및 3쿼터(6.7분) 기준에서는 팀 내 8번째에 그친다. 반면 2쿼터(9.2분)와 4쿼터(8.9분)는 팀 내 가장 많다.

막판 승부처, 경기 종료 5분 이내에 5점차 이내인 상황에서 총 출전시간 기준으로 클리퍼스에서 조던(49분)과 리버스(477) 다음이 윌리엄스(44분)다.

윌리엄스는 전 시즌까지 휴스턴 로켓츠에서 뛰다가 여름 오프시즌이 시작될 무렵 크리스 폴 한 명을 위한 트레이드에 다른 선수 6명과 함께 포함돼 클리퍼스로 왔다. 그 트레이드로 온 인원들 중 베벌리가 쓰러진 지금 큰 몫을 하고 있는 선수는 윌리엄스뿐이다.

이미 윌리엄스는 최근 4경기를 포함해 9경기에 걸쳐 팀 내 최고 득점을 올린 바 있다. 평균 득점 순위에선 그리핀(23.6득점)에 이어 2위다. 여의치 않은 팀 상황 속에서 소중한 활약을 해준 셈이다. 리버스마저 부상 공백이 오래 간다면 결국 윌리엄스의 손에 당분간 클리퍼스의 승패 명운이 크게 걸려 있을 것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