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온통 오타니 쇼헤이(23·일본) 얘기뿐이다. 미국, 일본에 이어 한국까지 메이저리그 소식을 다루는 스포츠 매체라면 늘 오타니가 1면에 올라있다.

메이저리그 관련 모든 뉴스를 점령했고 현지에서는 ‘오타니로 인해 일반 선수들의 FA, 트레이드 소식이 끊겼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실제로 이맘때면 FA 대형 계약이 나올 법도 하지만 ‘큰일을 먼저 하라. 작은 일은 저절로 처리 될 것이다’는 화장실 명언처럼 오타니라는 큰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외의 FA선수들은 좀 더 불안하고 추운 겨울을 견뎌야할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 공하나 던져보지 않은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검증된 자원들을 기다리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포스팅 시스템(공개 입찰제)을 통한 메이저리그행이 유력한 오타니의 위상, 진출과정에서의 위상, 향후 기대되는 점등 오타니의 모든 것을 얘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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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정반대 평가받던 고교시절, 투수와 타자로 둘다 성공하다

오타니는 고교시절부터 일본을 넘어 한국까지 유명해졌다. 그에게 유명세를 안긴 것은 고교생 때 시속 160km에 달하는 일본 최고 기록을 깼기 때문. 국내에도 ‘160km’를 던지는 투수로 알려졌지만 사실 오타니는 투수보다 타자로서 더 고평가를 받았다.

고교 졸업시절 일본 프로구단들은 오타니를 ‘타자로서는 No.1’이라고 평했지만 투수로서는 ‘그보다 잘던지는 선수는 50명도 더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즉, 공만 빠른 투수로 여겼고 타자에 집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정반대의 평가이기에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2013년 프로 데뷔 후 정말 타자와 투수를 겸업하더니 2015년 먼저 투수로서 15승 평균자책점 2.24로 일본 야구를 점령하더니(당시 타자로서는 타율 2할2리 5홈런) 2016년에는 104경기 타자로 나서 3할2푼2리의 타율, 22홈런으로 대폭발했다. 이때 투수로서도 10승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 가히 ‘오타니 신드롬’이 열도를 강타했다.

▶오타니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선수?

오타니는 이미 고교 1학년 때 일본 8개구단으로부터 드래프트 1순위를 받는 것을 목표로 삼고 9가지 목표(몸만들기, 제구, 구위, 멘탈, 시속 160km, 인간성, 변화구, 운)를 세운 후 각 목표를 해내기 위한 또 다른 9가지 방법을 세웠다.

특히 ‘운’이라는 요소를 해내기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운동부실 청소’, ’쓰레기 줍기’, ’인사하기’, ‘긍정적 사고’ 등을 적은 것만으로도 오타니가 ‘될성부른 떡잎’임을 알 수 있다.

오타니의 고등학교 시절 계획표. 인터넷 커뮤니티
또한 오타니는 이미 일본 최고의 스타 반열에 올랐음에도 부모님께 한달 용돈 10만원만 타쓰는 것은 물론 쇼핑을 즐기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쇼핑센터에 들려도 빈손으로 나오는 것이 일쑤일 정도라며 일본 언론에서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선수’라고 극찬하곤 한다.

오타니는 2년만 더 일본에서 뛰다 가면 FA자격을 얻기에 포스팅 시스템으로 가는 것보다 몇배는 더 많은 돈을 만질 수 있다.

그럼에도 오타니가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고도 메이저리그행을 원하는 것은 ‘더 어린 나이에 가서 오래 활약해야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오타니의 목표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는걸 넘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것으로 가히 ‘근본’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보고서 제출하라’ ML구단 상대로 갑질하는 자신감

11월말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오타니 에이전트 측에서 메이저리그 전구단을 상대로 어떻게 팀에 포함할 것인지, 팀의 매력포인트가 무엇인지 등을 묻는 7가지 질문지를 보냈다는 것. ‘최대한 빨리 보고서를 제출해달라’는 것은 덤.

그 어떤 선수라 할지라도 이토록 메이저리그 구단을 상대로 ‘갑질’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타니가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는 것은 기묘한 시스템 때문이다. 새로운 노사협정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만 25세 이하의 외국인 선수가 올 때는 국제 아마추어 선수 취급을 받는다.

즉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도 6년 이후에야 FA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3년은 최저 연봉을 받아야하며 남은 3년은 연봉조정기간을 거쳐야한다.

형식적으로는 오타니를 영입하는데 포스팅 금액 최대 상한가인 2000만 달러만 내고 다른 팀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면 이후 6년간 매우 저렴한 금액으로 오타니를 쓸 수 있게 된다.

투수로만 뛸 경우 곧바로 2~3선발도 가능한 선수를 이토록 저렴한 금액에 쓸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단 한번 뿐이다. 만약 오타니가 순수 FA였다면 1억 달러는 기본이고 2억 달러까지도 넘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공짜’나 다름없다.

이런 기묘한 시스템으로 인해 도리어 ‘갑질’을 하게 된 오타니 측의 협상 태도도 흥미롭다. 오타니와 에이전트는 미국 LA에서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영입을 원하는 구단은 LA로 찾아오는 형식이다. 그렇다고 30개 구단을 다 만나주진 않는다. 오타니가 보고서를 보고 마음에 드는 구단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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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브 루스도 못한 투타겸업, 오타니가 가능할지 관심 폭발

베이브 루스가 ‘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홈런만 많이 쳐서가 아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타자’ 루스 외에도 루스는 투수로서도 딱 3시즌 풀타임 뛴 1916~1918년, 65승 평균자책점 2.02로 최고였다. 월드시리즈 통산 3승 평균자책점 0.87로 중요한 순간에 강했다.

오죽하면 ‘야구란 무엇인가’의 저자로 유명한 야구 대기자 레너드 코페트는 “루스는 지명타자 제도가 있었다면 투타 양쪽으로 명예의 전당에 모두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루스는 당시 지명타자 제도가 없기도 했고 본격적으로 홈런에 집중하면서 투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베이브 루스도 투타를 겸업하기엔 체력적 문제는 물론 메이저리그의 높은 수준을 따라가기에 부족했기 때문.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끔씩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했던 선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한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투수와 타자는 완전히 별개일 수밖에 없기 때문. 하지만 이 불가능을 오타니는 일단 일본에서는 해냈고 이제 메이저리그에서도 도전하려한다.

160km이상이라는 강속구를 던지면서도 타자로도도 뛰어날뿐더러 외모, 신체, 나이 등 모든면에서 빠질 것이 없는 오타니를 향한 관심은 열도를 넘어섰다.

열도에서는 ‘야구의 신’으로 추앙받는 이치로 스즈키와 동급 유명세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며 미국에서는 ‘베이브 루스도 못한 투타겸업이 가능할지’에 대한 관심이 크다. 한국에서는 프리미어 12를 통해 한국 타자들을 농락한 오타니의 강속구에 매료된 팬들이 늘어 가히 오타니는 한미일 겨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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