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잠실학생=박대웅 기자] 심판의 판정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갈라놨다.

지난 6일 SK와 KCC의 3라운드 경기가 열린 잠실학생체육관. 시즌 전부터 우승 후보로 꼽혔고, 실제 맞대결 전까지 공동 선두에 올라있던 두 팀의 대결답게 승부는 시종일관 팽팽하게 전개됐다.

KBL 제공
그러나 흐름이 SK 쪽으로 급격하게 넘어간 순간이 있었다. 3쿼터 약 25초를 남겨놓고 KCC 이정현이 속공 상황에서 공격자 파울을 범한 것. 5점 차로 뒤져있었지만 만약 바스켓카운트를 얻어내 추가 자유투까지 성공시켰다면 다시 2점 차로 SK를 압박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심판은 이정현의 팔꿈치가 최부경의 안면에 부딪힌 것을 놓고 공격자 파울을 선언했으며, 이 과정에서 KCC 추승균 감독이 정장 상의를 벗은 뒤 강한 항의를 하다가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물론 헤인즈가 자유투를 놓치기는 했지만 KCC 입장에서는 추격의 기회를 날려버렸을 뿐 아니라 이정현이 4반칙에 걸리는 등 악재가 찾아오면서 결국 4쿼터에 무기력하게 주저앉았다.

경기 후 추승균 감독 역시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추 감독은 “중요한 3쿼터 때 승부가 갈렸다. 선수들이 잘 해줬지만 아쉬운 상황이 나왔다”면서 “그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접적으로 심판 판정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을 뿐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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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KBL 경기규칙 제33조 10항을 살펴보면 ‘노차지 반원구역으로 들어오는 플레이는 공격선수가 불법적으로 손, 팔, 다리, 또는 몸을 사용하지 않는 한 공중에 떠 있는 공격 선수의 노차지 반원 구역 안의 수비선수에 대한 접촉은 공격자 파울을 선언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정현이 야투 시도를 했고, 최부경이 노차지 반원 구역에서 점프 직전, 즉 양 발이 닿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러한 규칙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KCC 뿐 아니라 많은 농구 팬들의 생각이다. 문경은 감독조차 3쿼터 문제의 장면에 대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번복은 안 되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제한구역 파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규정은 훨씬 복잡하다. 이정현이 LDB(Lower Defensive Box) 구역, 쉽게 표현해 골밑 수비 지역 밖이 아닌 안에서 공을 받았는데 이 경우에는 수비수가 제한구역 안에 있을 수 있다. 돌파가 아닌 골밑 공격으로 보기 때문에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결국 반드시 수비자 파울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당시의 심판 판정을 뚜렷한 오심으로만 규정하기는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경기에서는 여러 상황에 대한 판정의 흐름이 SK 쪽으로 기운다는 느낌을 준 것도 사실이다. SK에게는 19번, KCC에게는 무려 30번의 파울이 선언됐고, 얻어낸 자유투 역시 SK가 25개로 KCC(16개) 보다 훨씬 많았다. KBL리그가 홈 팀에 유리한 판정을 불어주고 있다는 의심을 받은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홈콜 뿐 아니라 심판에 대한 불신 자체가 해마다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달 19일 전자랜드-DB전에서는 유도훈 감독이 지속적 항의로 퇴장을 당한 일이 있었다. 당시 심판은 선수가 테크니컬 파울을 받은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유 감독의 요청에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항의가 더욱 거세지자 오히려 두 번째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했다. 며칠 뒤 KBL 재정위원회는 유 감독에게 벌금 100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에 오심이 전혀 존재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빈도가 너무 잦거나 또는 선수 및 감독의 항의에 대한 명확한 상황 설명을 피하려고만 한다면 심판의 권위와 신뢰 역시 그만큼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명승부의 결과가 심판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이 나와서는 곤란하다. 심판은 절대자로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서가 아닌 공정한 경기를 돕기 위해 코트에 서는 존재다.

-스한 스틸컷 : 스틸 컷(Still cut)은 영상을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을 뜻합니다. 매 경기 중요한 승부처의 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묘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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