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역도선수 로렐 허버드가 6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2017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최중량급에서 인상을 성공한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스포츠한국 김수진 기자]트랜스젠더 역도선수 로렐 허버드(39·뉴질랜드)가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부 최중량급(90㎏ 이상)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허버드는 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에서 펼쳐진 여자 최중량급 경기에서 인상 124㎏, 용상 151㎏을 들어 합계(275㎏) 2위에 올랐다.

이로써 하버드는 세계역도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최초의 트랜스젠더 선수가 됐고 역도 약소국인 뉴질랜드에게 최초로 세계역도선수권대회 메달을 안겼다.

허버드는 목표로 한 합계 우승에는 좌절했지만 자신의 여자부 최고 기록(종전 합계 273㎏)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트랜스젠더인 허버드의 메달 획득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남자로 태어난 허버드는 105㎏급 남자 역도 선수로 활동했다. 4년 전 성전환 수술을 받은 후에도 역도선수를 희망한 허버드는 지난해 12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세계역도연맹(IWF)이 제시한 수치 이하로 떨어지자 여자 역도선수로 활동을 시작했다.

뉴질랜드 역도연맹은 지난 3월 허버드를 국가대표로 선발했고 허버드는 오세아니아 선수권에서 인상 127㎏, 용상 146㎏, 합계 273㎏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허버드와 경쟁했던 뉴질랜드 선수들은 “남자 선수와 싸웠다”며 허버드의 여자 대회 참가를 비판했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미국 코치 역시 “성 소수자를 혐오하는 남자로 비난받을까 두렵지만 이 상황을 공정하다고 볼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허버드는 성전환 수술 전 역도 남자대회에 출전해 1998년 작성한 합계 300㎏을 최고기록으로 보유하고 있다.

성전환 수술 후에는 근육량이 줄어 기록도 떨어졌지만 허버드의 여자부 경기 출전을 반대하는 선수들은 “이제 30대 후반인 허버드는 남자였어도 270㎏대 기록을 냈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허버드는 현재까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허가를 받지 못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허버드는 역도 플랫폼 위에 꾸준히 서며 올림픽 출전까지 도전할 계획이다. 내년 4월 호주에서 열리는 2018년 영연방 대회(커먼웰스 게임)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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