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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3대 KBO 총재로 추대가 된 정운찬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제공연합뉴스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그동안 술을 담아온 부대에 문제가 많았다. 10개 구단 체제로 리그가 완성되고 역대 프로스포츠 최초 800만 관중을 돌파한 것은 기념비 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최규순 전 심판을 둘러싼 각 구단의 금품 수수 논란과 더불어 승부 조작 및 해외 원정 도박 파문이 터지며 리그의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 팬들의 가슴속에 남은 것은 피멍뿐이었다.

변화의 바람이 필요했다. KBO는 임기 종료를 앞둔 구본능 총재의 후임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지난 11월 29일 제4차 이사회를 열어 새로운 인물을 총재 후보로 추천했다.

정운찬(70) 전 국무총리다. 정 전 총리는 이견이 없다면 향후 열리는 구단주 총회를 통해 제22대 KBO 총재로 임명이 된다. 임기는 오는 2018년 1월 1일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 3년이다.

한국야구를 이끌 정운찬 전 총리는 누구인가?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 전 총리는 미국 마이애미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분야 전문가다.

귀국해서는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에서 강의를 했고 2002년 7월에는 제23대 서울대 총장으로 취임, 2006년 7월까지 4년간 역임했다. 그리고 2009년에 제40대 국무총리가 됐다.

역대 KBO를 거친 12명의 총재 가운데 국무총리 출신은 이번이 최초이며, 기업인이 아닌 교육, 그리고 정치계 출신의 외부 인사가 총재에 오른 것은 유영구 전 총재 이후 무려 6년 만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그는 야구광이다. 얼마나 야구를 좋아하는지,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던 시절에도 학생들에게 야구 이야기를 꺼내면서 수업을 진행할 정도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시절에도 그는 야구경기에 빠져서 프린스턴대 박사과정 졸업이 1~2년 늦었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프린스턴 대학에 인접한 미국 메이저리그 팀은 뉴욕 양키스다.

그러다 보니 총리 시절에도 그는 잠실야구장을 종종 찾는 등 야구에 대한 애정을 지속적으로 보여줬다. 정 전 총리가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당시, 동창회 장학금을 받은 적이 있는데 당시 서울대 상대 동창회장이 고 박두병 두산그룹 회장이었다. 그런 인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가 가장 좋아하는 구단은 두산이다.

또한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정 전 총리가 OB의 연고지였던 충청도 출신이라는 점도 그가 다른 구단이 아닌 두산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지난 2012년에는 메이저리그 시구를 하기도 했고 2013년에는 야구를 주제로 하는 '야구예찬'이라는 에세이를 발간, 풍부한 야구 지식을 엿보이게 했다.

같은 해에 두산과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경기 총평을 신문에 게재할 정도였으니 일반적인 팬 수준이 아닌 전문가 수준의 야구 마니아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를 '야구 바보'라고 불렀던 정 전 총리는 서울대 총장, 국무총리, 동반성장 위원장 등 학계와 정치계를 넘나들면서도 야구에 대한 애정을 자주 내비쳤다. 흔히 말하는 '야구 덕후'인 셈이다.

  • 잠실 야구장을 찾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제공
왜 KBO는 기업인 아닌 정운찬을 총재로 선택했나?

하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것과 이를 업으로 삼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일이다. 그럼에도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대표와 구본능 총재가 만장일치로 그를 차기 총재로 추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정 전 총리가 총재로 추대가 된 것은 야구계 인사들 사이에서 예상 밖의 일이었다. 구본능 총재처럼 KBO에 속한 회원사 오너 일가 중 한 명이 맡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대표적인 인사가 바로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이었다. 지난 1997년 대한야구협회 회장을 맡은 경험이 있고 꾸준히 대표팀 야구에 아낌없는 지원을 한 통 큰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또 하나의 유력한 후보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이끌고 있는 김응용 회장이었다. 현 정권과 가까운 후보이자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임인 더불어포럼의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김 회장 본인이 갖고 있던 야구 감독으로서의 명예뿐 아니라 삼성 사장을 역임하며 보여준 행정력을 바탕으로 정치권의 후광과 야구인들의 지지를 받아 이번 총재가 될 유력한 인사로 꼽히기도 했다. 여기에 오너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는 야구단 고위 관계자도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이사회는 두 사람이 아닌 정운찬 전 총리를 총재로 추대했다. 정몽윤 회장은완강히 고사했고, 다른 후보들은 2%가 부족했다. 그 2%는 행정력과 정치적 영향력이었다.

프로야구는 출범부터 정치권과 떼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고 박용오 총재의 취임과 함께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롭게 리그를 운영하기 위해 회원사들이 돌아가며 총재를 맡기로 했다.

구단 사이에 갈등이 생기더라도 같은 구단주, 혹은 기업인 출신의 총재라면 보다 쉽게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리그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다는 판단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정치적인 상황이 프로야구를 흔들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농단이 스포츠계에서 시작되면서 기업과 스포츠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만연해졌다.

또한 삼성을 중심으로 기업의 스포츠 투자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최규순 전 심판과 각 구단의 금품 수수 논란까지 더해지며 여론이 좋지 않게 흘러가자 기업인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차가운 여론의 외풍을 차단하면서도 정치적인 영향력이 있으면서, 동시에 야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는 인물이 절실했다. 여기에 부합한 인물이 정운찬 전 총리였던 셈이다.

정 전 총리는 '친이계'로 불리는 MB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맡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할 수 있지만 그는 현 정권 실세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제23대 KBO 총재로 추대가 된 정운찬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제공
산적해 있는 KBO의 과제, 수장 '정운찬'이 해야할 역할은?

이전까지는 그저 야구를 사랑했던 정 전 총리지만, 이제는 KBO리그 전체를 아우르는 중재자로서 실무를 담당해야 한다. 산적해 있는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일부 선수의 원정도박파문과 승부조작 및 음주 사고와 같은 일탈 행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최규순 전 심판의 금품 수수 논란은 각 구단의 신뢰도 저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더욱이 구본능 총재와 양해영 사무총장이 국정감사에 출두까지 하는 등, KBO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다. 강력한 제도 개선을 통한 신뢰성 회복이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불합리한 규약의 개정, 그리고 재정적 자립이 사살상 불가능한 각 구단의 현실도 명확하게 직시해야 한다. 모기업은 야구단의 든든한 존재지만, 상황이 어려우면 언제든 현대 유니콘스처럼 간판을 내릴 수도 있다.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 수익구조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 구단 별이 아닌 리그 전체가 하나로 힘을 모아서 마케팅과 새로운 사업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베테랑 선수나 중간급 FA 선수들에게 불리해진 현 FA 제도 역시 개선 필요성이 있고 중국과의 마케팅 관련, KBO 사무국 자체의 청렴성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스포츠의 인기는 스타가 결정한다. 스타는 안정된 아마추어 야구의 발판에서 탄생해 리그에서 성장하고 국제무대를 통해 그 진가를 발휘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 좋은 사례다. 유소년부터 성인, 그리고 큰 대회에서의 경쟁력도 함께 갖출 수 있는 선수의 질적 성장도 함께 고려해야한다.

서울대 총장과 국무총리를 역임하며 행정가로서의 능력은 갖고 있다.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도 크다. 정 전 총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기획 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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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12/02 06: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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