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빠르게 개막한 2017~18 NBA 시즌도 이제 첫 두 달이 마감됐다.

‘디펜딩 챔피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여전히 강했고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는 탄탄한 모습을 유지하며 상위권에 자리 잡았다. 또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언제 부진에 시달렸다는 듯 10연승으로 다시 제 모습을 찾았고, 극 초반 돌풍의 주역이던 올랜도 매직은 9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상승세를 완전히 날려버렸다.

한편 3번 포지션에서 큰 공백을 안고 시작했지만 현재까지는 강팀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는 두 팀이 있다. 보스턴 셀틱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다. 보스턴은 고든 헤이워드 부상 악재 속에서도 결국 최다승으로 이 기간을 마감했다. 샌안토니오는 카와이 레너드 없이 시작한 첫 8경기에서 4연승 후 4연패에 빠지며 조금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 후 13경기 10승 3패로 결국 제 모습을 찾았다.

리그 최소 실점 1위인 보스턴과 2위인 샌안토니오는 주축 전력이 없는 상황에서도 탄탄한 수비를 기반으로 강호의 위용을 뽐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수비가 강하다는 것 외에도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48분의 경기 시간동안 많은 포제션(Possession)을 가져가지 않고 경기를 하는 팀들이라는 것이다.

NBA에서의 포제션은 한 팀이 공격 시 공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횟수를 나타내는 것으로 48분 동안 몇 포제션을 가져갔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는 페이스(PACE)가 있다. 바로 이 페이스 수치에서 1일(이하 한국시각) 기준 샌안토니오는 리그에서 가장 낮은 97.05를 기록했고 보스턴 역시 98.49로 해당 수치가 리그에서 7번째로 낮았다.

이렇듯 이들은 자신들만의 템포를 통해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팀들도 있다. 바로 지난 2016~17시즌 샌안토니오 스퍼스보다 더 적은 페이스 수치를 기록한 댈러스 매버릭스와 멤피스 그리즐리스, 그리고 유타 재즈가 그 주인공들이다.

최근 고베어 공백에도 불구하고 나름 해법을 찾은 유타의 상황은 그나마 낫지만 나머지 두 팀들의 경우는 문제가 조금 심각하다.

특히 댈러스는 지난 시즌 94.16으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은 페이스 수치를 기록했고 평균 11.9개라는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은 턴오버 수치를 기록하며 상대편에게도 적은 포제션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팀이었다. 상위권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리그에서 손꼽히는 명장인 릭 칼라일 감독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올시즌 이 팀은 현재 5승 17패로 서부 컨퍼런스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요즘 칼라일 감독은 웃을 일이 별로 없다. ⓒAFPBBNews = News1
댈러스는 덕 노비츠키와 같은 독일 국적의 신인 막시 클리버를 주전 라인업에 내세우기 시작한 후 첫 5경기에서 보스턴전 치명적인 연장 승부 끝 패배가 있긴 했지만 3승2패를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는 듯 했다. 그 후 샌안토니오 원정, 브루클린과의 홈 경기에서 모두 패배하며 다시 연패에 빠졌다.

강호 샌안토니오 원정은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디안젤로 러셀마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브루클린 네츠에게 원정도 아닌 홈에서 패배한 것은 이전 애틀랜타, 새크라멘토와의 홈 경기에서 패배한 것만큼 치명적이었다.

이러한 댈러스의 부진 뒤에는 바로 늘어난 턴오버와 페이스 수치가 있다. 리그 전체적으로 팀들의 턴오버가 지난 시즌보다 많은 상황이라지만 댈러스는 14.1개의 평균 턴오버를 기록하며 지난 시즌보다 2개가 더 많은 턴오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신인 데니스 스미스 주니어의 합류가 분명 영향을 미쳤다. 지난 시즌 댈러스는 시즌 중반 팀을 이탈한 데런 윌리엄스를 제외하고는 경기당 2개가 넘는 턴오버를 기록하는 선수가 없는 팀이었다. 올해 스미스 주니어는 평균 28분 여를 소화하는 동안 3.1개의 턴오버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스미스 주니어는 팀 미래 계획의 핵심이고 팀 내 가드 중 상대 페인트존을 그나마 잘 공략할 수 있는 선수이다. 팀의 미래인 선수의 공 소유를 줄일 순 없는 일이며 팀 턴오버 증가의 원인을 신인에게 오롯이 넘긴다는 것이 사실 어불성설이다.

그래도 데니스 스미스 주니어는 팀의 미래다. ⓒAFPBBNews = News1
사실 팀 턴오버의 증가는 댈러스가 리그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포제션을 가져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신인 스미스 주니어, 클리버의 합류를 빼면 댈러스는 큰 전력보강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계약 문제로 말썽을 일으키더니 올 시즌 장점마저 잃어버린 너렌스 노엘 때문에 훌륭한 빅맨 수비수 하나를 잃은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 수치(98.30)가 94.16이던 지난 시즌에 비해서는 현격히 늘어났다. 이는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은 공격 기회를 노렸다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턴오버의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리그 전체적인 경기 속도 자체가 지난 시즌보다도 훨씬 빨라진 상황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선수단 구성상 가드 자원들이 대부분 돌파보다는 슛에 강점을 보이고 속공 득점 또한 8.7점으로 리그 23위인 댈러스는 경기의 템포 자체를 빠르게 가져갈 이유가 전혀 없는 팀이다.

댈러스는 덕 노비츠키라는 팀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팀에 있는 한 애틀랜타, 시카고, 새크라멘토 등과 같은 탱킹 노선을 대놓고 탈 수가 없다. 더욱이 댈러스의 팬들 역시 아직까지는 탱킹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물론 현 시점에서 2018시즌 드래프트 예상 지명 순위 상위권에는 마빈 배글리나 드안드레 에이튼 같은 빅맨들이 있고 이들을 지명하면 스미스 주니어와 함께 리빌딩 핵심 조각으로 자리 잡을 확률이 높긴 하다. 하지만 댈러스는 아직까지는 이들을 생각하긴 조금 이르다. 스포츠한국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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