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개인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단체는 안일했고 급기야 외면했다.’

2017시즌의 K리그를 요약하자면 이 한문장이면 되지 않을까.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은 지난 19일, K리그 챌린지(2부리그)는 지난 10월 29일 정규라운드를 모두 종료했다. 승강 플레이오프와 FA컵 결승전을 제외하면 사실상 올해 한국 축구의 정규리그가 막을 내렸다.

올해 프로축구는 개인의 노력으로 일군 화려한 기록, 본받아 마땅한 성공스토리, 안타까운 죽음의 ‘최선을 다한 개인’의 밝은 면이 있다면 심판매수 사건을 덮기 급급했고 이로 인해 관중 3분의1 급감, 투자에 인색한 팀에 대한 팬들의 외면, 모기업이 구단을 버린 것과 다름없는 사례까지 안일하고 어두운 장면도 노출했다.

스한 위클리 1부 : '이동국·김종부의 '인간승리'와 못잊을 죽음있던 K리그'에서 계속

프로축구연맹 제공
▶관중수 급감의 원인, 구단이 제공

2017시즌은 늘 ‘위기’였던 K리그에 ‘진짜 위기’가 무엇인지 보여준 시즌이기도 하다. 당장 우승팀이자 ‘리딩클럽’으로 여겨지는 전북 현대가 1년만에 관중수가 3분의1이 줄었다. 우승팀 전북은 총 관중수 22만1579명에 그치면서 지난해(31만8921명)와 비교해 9만7342명이나 줄었다. 거의 10만명이 줄었다.

원인은 당연히 심판매수에 대한 프로축구연맹의 솜방망이 처분, 전북의 덮기 급급했던 대처에 따른 팬들의 외면이다. K리그 최고 클럽인 전북의 심판매수 스캔들에도 연맹은 고작 승점 9점 삭감이라는 간에 기별도 안가는 징계만 했다.

일각에서는 강제 강등, 우승팀 자격 박탈 등도 얘기됐지만 고작 승점 9점 삭감은 연맹이 얼마나 이 사태를 안일하게 봤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전북은 ‘개인의 일탈’이라는 황당한 주장으로 일관했고 결국 올 시즌 중 해당 스카우트의 자살까지 방관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받았다.

팬들은 자연스럽게 ‘심판매수는 곧 승부조작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고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K리그에 등을 돌렸고 전북은 올시즌 K리그 클래식 우승에도 10만명에 가까운 관중수 감소를 경험했다.

수원 삼성은 모기업의 지나친 투자 위축에 따른 현실을 맛본 한해였다. 한때 ‘돈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최고의 선수를 영입했던 수원은 그러나 모기업의 투자 위축이 된 지 수년째다. 수원은 2014년에 37만2551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지만 3년이 지난 올해는 16만6934명에 그치며 반타작 이상을 맛보게 됐다.

결국 수원은 투자가 되지 않고 권창훈 등 스타플레이어들마저 떠나면서 자연스레 관중수가 줄어들다 3년만에 관중수 반타작이라는 현실 앞에 마주하게 된 것이다.

전북의 심판매수 사건이 터진 후 항의하는 K리그 팬들. 스포츠코리아 제공
전북, 수원 같은 ‘빅클럽’도 이런 사정인데 시민구단이라고 오죽할까.

대부분의 팀들이 관중수가 줄었고 결국 K리그 클래식은 작년 179만여명의 총 관중수에서 올해는 148만여명으로 30만명 이상이나 관중수가 줄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축구판에서 일한지 오래됐지만 올해만큼 축구가 위기다라고 느낀 적도 없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위기의 한국축구다.

▶투자 없인 성적도 없다

부정과 문제에 대한 안일한 대처는 물론 투자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자 K리그의 국제 경쟁력도 자연스레 약해졌다. K리그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 늘 4개팀을 내보내지만 올해는 16강에 제주 유나이티드 단 한 팀만 올랐다.

ACL은 2008년 이전에는 전년도 우승팀과 각 조별 1위팀만 나가 8강전을 가지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2008년부터 16강 제도를 현재의 8개조 2위팀까지 진출하는 시스템으로 변경했다.

이때부터 K리그는 매년 16강에 두 개 팀 이상을 16강에 보내왔다. 가장 적었던 것은 2개 팀, 많을 때는 4개 팀 모두가 16강에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16강 제도 개편 이후 9년만에 한국은 처음으로 단 한 개팀만 16강에 보낸 것이 올해였다. 게다가 제주도 16강에서 탈락하면서 2008년 이후 9년만에 ACL 8강에 K리그 팀이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챌린지의 서울 이랜드 FC를 통해 투자 없는 팀이 얼마나 침몰할 수 있는지도 드러난다. 3년전 창단 당시만 해도 ‘아시아 최고 클럽’을 꿈꾸던 이랜드는 2015년 4위, 2016년 6위, 2017년 8위로 두 계단씩 매년 성적은 하락했다.

올해는 10개팀 중 8위였고 시즌 종료 후 한만진 대표이사와 김병수 감독이 동반 사임했다. 최근 1년 반 동안 이랜드는 박건하-김병수에 이어 새로운 감독을 세 번째 찾게 됐고 대표이사도 3번이나 바뀌었다.

모기업의 재정난으로 인해 첫해만큼의 투자가 되지 않는 것이 심화돼 시즌 초에는 해체설까지 나돌 정도였다. 이랜드 그룹이 축구단에 애정을 잃었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고 축구단 대표이사는 임원들의 좌천 혹은 자리 바꾸는 곳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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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 이랜드는 어린 대학 졸업 선수들이 주축이다. 이 선수들은 영남대에서 대학 무대를 평정했던 김병수 감독만 보고 입단한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이 1년만에 반강제적 사임을 당하면서 선수들은 붕 뜨고, 팬들은 허탈하고, 구단은 방향성을 잃었다. 한때 FC서울과 함께 ‘서울 더비’로 축구 붐을 살릴 희망으로 추앙받던 이랜드FC는 3년만에 몰락했다.

결국 축구판의 축소, 그리고 심판 매수에 대한 연맹과 전북의 안일하고 몰상식한 대처, 삼성을 중심으로한 대기업들의 투자 위축 등은 축구판을 완전히 뒤흔들었고 자연스럽게 성적 하락과 관중 급감이 따라왔다. 2017 K리그는 ‘늘 위기’라고 말했던 한국축구가 진정한 위기 속에 놓였음을 입증한 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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