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개인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단체는 안일했고 급기야 외면했다.’

2017시즌의 K리그를 요약하자면 이 한문장이면 되지 않을까.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은 지난 19일, K리그 챌린지(2부리그)는 지난 10월 29일 정규라운드를 모두 종료했다. 승강 플레이오프와 FA컵 결승전을 제외하면 사실상 올해 한국 축구의 정규리그가 막을 내렸다.

올해 프로축구는 개인의 노력으로 일군 화려한 기록, 본받아 마땅한 성공스토리, 안타까운 죽음의 ‘최선을 다한 개인’의 밝은 면이 있다면 심판매수 사건을 덮기 급급했고 이로 인해 관중 3분의1 급감, 투자에 인색한 팀에 대한 팬들의 외면, 모기업이 구단을 버린 것과 다름없는 사례까지 안일하고 어두운 장면도 노출했다.

왼쪽부터 이동국, 김종부 감독, 고 조진호 감독. 스포츠코리아 대전 시티즌 제공
▶축구가 보여준 인간 승리 : 이동국, 손준호, 김종부

이동국(전북현대)은 자신이 왜 한국나이 39세에도 여전히 K리그 최고의 스타인지 실력으로 보여줬다. 시즌 최종전이었던 지난 19일 수원 삼성전에서 이동국은 1-1로 상황서 전북현대에 역전골을 안기며 사상 최초의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한 시즌에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면 ‘A급 공격수’로 여겨지는 현실에서 이동국은 무려 9시즌이나 연속으로 이를 해냈고 사상 최초의 K리그 통산 200골 돌파 등을 만 38세의 나이에 해냈다는 사실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또한 축구와 팀 홍보를 위해 육아 예능 프로그램 출현도 병행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대단한 결실이었다.

도움왕에 오른 손준호(25·포항 스틸러스)도 조명을 받았다. 2014시즌 데뷔해 2015시즌 9골 4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와 한국축구의 희망으로 언급되던 손준호는지난해 4월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축구선수로서 치명적인 무릎 수술로 인해 손준호는 잊혀져갔다.

하지만 부상에서 복귀한 올해 무려 35경기에 나와 4골 14도움으로 도움왕을 차지했다. 손준호는 “솔직히 부상과 재활 당시 정말 힘든시기였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견뎠고 이렇게 도움왕까지 탈거라곤 생각 못했다”며 감격해했다.

오랜 부상을 딛고 도움왕에 오른 손준호. 프로축구연맹 제공
챌린지(2부리그) 감독상을 탄 경남FC의 김종부(52) 감독은 인간승리의 표본이자 일반 지도자가 걸어야할 정도를 보여줬다. 김종부 개인은 물론 경남FC에게도 올해의 챌린지 우승과 클래식(1부리그) 승격은 의미가 크다.

김종부 감독은 1983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 신화의 주축 멤버였고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불가리아전에 골을 넣으며 한국 월드컵 역사상 첫 승점 획득(1-1 무승부)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한국 축구사에 빼놓을 수 없는 ‘천재 공격수’의 계보를 이어온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청소년 시절 ‘천재 유망주’로 불리던 김종부 감독은 스카우트 파동 등을 겪으며 프로에서 꽃을 펴지 못했다. 그런 그가 은퇴를 선택한 후 거제고등학교를 시작으로 학원축구와 아마추어 축구에서 무려 20여년간 몸을 담았다.

지도자로서 20년 가까이 풀뿌리 축구의 산증인으로 있던 김종부 감독은 지난해 드디어 고향팀 경남FC의 감독으로 취임하며 첫 프로 무대에 발을 디뎠고 부임 2년만에 단숨에 감독상을 수상하며 다시금 중앙 축구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가히 인간승리다.

경남FC 역시 2016시즌 직전 발표된 예전 대표이사의 심판 매수로 인해 사상 첫 승점 삭감(-10점)이라는 징계를 받을 정도로 난파 직전에 몰렸지만 김종부 감독과 함께 3년여만에 재승격을 맛보게 됐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잊지 못할 안타까운 죽음도

2017 K리그는 안타까운 죽음도 있었다. 바로 부산 아이파크의 고 조진호 감독이다. 상주 상무에서 상위 스플릿 진출이라는 뛰어난 성과를 거두기도 했던 조 감독은 부산 지휘봉을 잡고 부산을 챌린지 2위에 FA컵 4강전까지 올려놓으며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출근길에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인해 운명을 달리해 축구계에 큰 슬픔을 안겼다. 감독으로서 받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지적되자 프로축구연맹은 내년부터 K리그 클래식-챌린지 소속 모든 구단은 코칭스태프의 건강검진 상세 결과 제출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 20일 열린 K리그 시상식에서 고 조진호 감독에게 특별공로상을 안겼고 아들 함민 군이 대리 수상을 안타까움과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지난해 심판매수 사건으로 인해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받았던 차 모 스카우트가 지난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전북 현대 측에서는 ‘개인의 일탈’로 차 스카우트와 거리두기를 했고 차 스카우트는 결국 전북의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자살을 택했다.

전북 현대에서만 10여 년간 일할 정도로 헌신했던 차 스카우트의 죽음에도 전북은 그 어떤 입장표명도 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축구계에서 일했던 차 스카우트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25일 게재될 스한 위클리 : K리그 결산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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