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호세 알투베(27·휴스턴 애스트로스)가 결국 해냈다. 프로필상 키는 168cm, 실제로는 163cm라는 설이 있을 정도로 메이저리그 최단신인 알투베가 거인들을 넘어 MVP를 수상한 것.

그가 MVP를 받는 것은 축하받아 마땅하다. 일각에서는 월드시리즈 우승까지의 공을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MVP투표의 경우 정규시즌 종료와 함께 투표가 마감되기에 포스트시즌 성적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알투베의 성적, 팀내 공헌도, 그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활약도, 최단신임에도 신체가 중요한 야구에서 편견을 깼다는 스토리까지 알투베의 MVP 수상은 참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물론 기록으로만 따지면 2위에 그친 애런 저지 역시 MVP를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기록적으로 두 선수가 2017시즌 보여준 활약도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 왜 알투베가 MVP를 수상했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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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으로만 따지면 저지가 더 낫다?

굳이 기록으로만 따지면 저지가 알투베보다 더 뛰어났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fWAR이 저지는 8.2이고 알투베가 7.5로 0.7정도의 차이를 보였다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WAR 0.7의 차이는 크지만 wRC+(조정 득점생산력)에서도 저지는 173, 알투베는 160으로 13이나 앞섰다. wOBA(가중 출루율)에서도 저지는 4할3푼, 알투베는 4할5리로 분명 차이가 있었다.

아무래도 저지가 알투베보다 28홈런이나 더 많이(저지 52홈런, 알투베 24홈런) 때렸다는 부분과 장타율이 무려 6할2푼7리로 알투베보다 8푼이나 앞섰다는 것이 인정받은 결과다.

물론 알투베는 저지보다 6푼 이상의 타율 차이(알투베 0.346, 저지 0.284)와 알투베는 무려 32도루, 저지는 9도루로 발의 차이는 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타율과 도루의 허상이 드러나고 있고 역대 최초의 6000홈런 시즌으로 기록된 2017시즌에서 24홈런 이상은 83명이나 기록했지만 52홈런 이상은 내셔널리그 MVP인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59홈런 뿐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단순히 이런 공격지표로만 저지가 앞서는 것은 아니다. 수비에서도 이정도면 충분했다. 저지는 외야수 수비 WAR에서 -1.2를 기록했는데 이는 규정타석 이상 들어선 52명 중 19위였다. 굳이 나누자면 중상위권은 됐다. UZR/150에서도 56명중 13위인 7.7을 기록했고, 디펜시브 런세이브(DRS)에서도 +9점으로 14위였다.

반면 알투베의 경우 2루수 수비 WAR -0.1에 UZR/150에서도 -2.6으로 16명중 13위였다. 디펜시브 런세이브는 +3점으로 16명중 5위였다.

결국 저지는 공격에서 알투베를 조금 더 앞섰고 수비에서도 근소한 차로 더 나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기록으로만 놓고 봤을 때의 얘기다.

▶홈런 시대에 신인 최고 홈런의 가치와 삼진왕 이미지

그럼에도 저지가 MVP투표에서 생각보다 많이 알투베에게 밀린(알투베 405점, 저지 279점)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저지의 경우 들쑥날쑥한 성적에 대한 이미지와 삼진왕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저지는 8월 성적이 타율 1할8푼5리인 것을 포함해 후반기 타율이 2할2푼8리로 처참했다. 전반기에는 타율 3할2푼3리, 장타율 6할9푼2리로 완벽했음에도 사람이란 가장 최근의 활약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고 저지의 후반기 심각했던 정확성 문제에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게다가 우타자임에도 도리어 좌투수를 상대로 2할3푼의 타율에 그쳤다는 점은 우투수 상대 2할9푼8리의 타율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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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저지는 208삼진으로 삼진왕을 차지하는 불명예도 함께 누렸는데 무려 ‘37경기 연속 삼진’이라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물론 저지가 신인이고 엄청난 홈런 숫자를 때려냈지만 이같은 불명예 기록과 들쑥날쑥한 성적은 기꺼이 저지에게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주기엔 꺼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잘해온 알투베에 대한 보상 + 단신 프리미엄?

반면 알투베의 경우 전반기와 후반기의 거의 비슷한 성적(전반기 타율 0.347 장타율 0.551 - 후반기 타율 0.344 장타율 0.543)과 비슷한 우투수, 좌투수 상대 성적(우투수 상대 타율 0.344, 좌투수 상대 타율 0.353) 등으로 기복이 없었다.

월별 성적도 2할9푼1리인 9월 성적을 제외하곤 3할 밑으로 내려간 적도 없고 늘 조정 OPS(OPS+)에서도 120이상을 기록했다. 즉 언제 봐도 알투베는 잘했고 어떤 상대와 붙어도 알투베는 평상심을 유지했고 이는 좌투수를 상대로 약하고, 후반기 성적이 심각했던 저지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또한 알투베의 이런 활약이 반짝 활약이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다. 2011년 데뷔 이후 3년간의 조정 기간을 거쳐 2014년부터 알투베는 대폭발했다. 2014년 타율왕(0.341)을 시작으로 지난 4년간 3번의 타율왕 수상, 4년 연속 최다안타 1위, 올스타 수상, 실버슬러거 수상 등은 알투베가 늘 잘해왔던 선수임을 증명한다.

그럼에도 알투베는 마이크 트라웃, 미겔 곤잘레스, 조시 도날드슨과 같은 쟁쟁한 타자들에 밀려 MVP 투표 3위가 최고였다(2016). 기자단 투표시 그동안 꾸준히 잘해온 알투베에게 이번만큼은 MVP를 줄 순서고, 저지에게는 만장일치 신인왕을 주는 것으로 마음 속으로 정리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알투베는 170cm도 안되는 최단신이라는 단점을 안고 메이저리그의 거인들과 맞서 싸웠다. 그런 알투베가 MVP를 수상한다면 ‘최고의 신체를 가진 선수만이 운동으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깨기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알투베의 MVP 수상은 단순히 단신 야구선수에게 메시지를 주는 것 이상으로 단신 혹은 신체적으로 결함이 있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희망이 된다.

알투베는 그동안 너무나도 뛰어나게 잘해왔다. 하지만 늘 아쉽게 MVP 수상에 실패해왔고 최단신이라는 한계에 막히나 했다. 그러나 그 한계를 벗어나 올 시즌 자신의 최고의 해를 만들었고 이는 저지라는 신인이 조금 더 나은 기록을 보였다고 해서 가볍게 넘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알투베의 MVP 수상은 역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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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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