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NBA에서 가장 뜨거운 팀을 선택할 경우 첫 손가락에 꼽히는 구단은 보스턴 셀틱스다.

보스턴은 현재 무려 12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카이리 어빙이 경기 초반에 부상으로 이탈했고 18점 차까지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은 샬럿 호네츠전, 어빙 없이 경기를 치른 플레이오프 단골팀 토론토전도 접전 끝에 모두 승리하며 연승의 끝을 가늠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스턴을 턱 밑에서 추격하며 이번 시즌 동부 컨퍼런스에서 두 번째로 두 자리 승수를 달성한 팀이 있다.

지난 시즌까지의 NBA에만 익숙한 농구 팬들이라면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나 워싱턴 위저즈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아직 5할 승률에도 도달하지 못한 클리블랜드나 지난 시즌의 안방 최강자의 위용을 잃은 워싱턴은 그 주인공이 아니다. 보스턴의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팀은 바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다.

디트로이트는 1988년부터 홈구장으로 사용하며 구단 역사상 3번의 NBA 파이널 우승을 함께했던 더 팰리스 오브 어번 힐스 시대를 끝내고 시의 번화가와 한층 가까워진 리틀 시저스 아레나 시대를 열었다. 새 구장 개장과 동시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디트로이트가 정규시즌 첫 홈 경기 일정을 소화하던 날의 리틀 시저스 아레나. ⓒAFPBBNews = News1
이러한 디트로이트 상승세의 1등 공신은 바로 포워드 토바이어스 해리스다. 해리스는 2015~16시즌 중반 올랜도에서 이적한 후 디트로이트 소속으로 개막을 맞이한 지난 시즌 주전으로 출발했다. 벤치 경쟁력 강화라는 구실 하에 존 루어와 주전과 벤치의 역할을 교대하기도 했던 그는 결국 2016~17시즌 82경기 중 48경기만 선발로 나서며 16.1점 5.1리바운드의 성적을 기록했다. 디트로이트가 그를 데려왔을 때의 기대치에 비하면 2% 부족한 모습이었다.

디트로이트는 3번과 4번을 모두 소화를 할 수 있는 해리스와 모리스, 그리고 두 선수와는 달리 5번 역할까지 소화할 수 있있던 존 루어에 대한 의존도가 큰 팀이었다. 또한 가드 레지 잭슨이 부상과 부진에 신음했고 센터 안드레 드러먼드가 38.6%의 자유투 성공률에 그치는 등 너무나 명확한 약점이 있었다.

이 중 모리스와 해리스는 아래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지난 시즌 엇비슷한 체격만큼이나 코트 위에 서 있던 시간, 공격 횟수 등도 사이좋게 나눠가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해리스와 모리스 기록비교(*USG% : 공격 점유율을 나타내는 2차 스탯)
물론 차이도 있다. 해리스는 5피트(약 1.5m)를 기준으로 시도한 슛의 거리를 구분한 경우에 림과의 거리가 5피트 이내의 구역을 직접 공략하는 슛 시도가 283개로 제일 많았다. 반면 모리스는 15피트(약 4.57m)와 19피트(약 5.79m)의 미드 레인지에서의 슛 시도가 276개로 제일 많았다. 해리스가 모리스에 비해 더 적극적인 림 어택을 하는 선수였던 것은 사실이다.

또한 해리스가 미드 레인지에서의 공격 시도를 전혀 하지 않는 선수는 아니었다. 여기에 존 루어까지 있었기 때문에 스탠 밴 건디 감독 하에서 긴 슈팅 레인지가 기본인 선수들이 포워드 농구를 하기에는 좋은 환경이었다. 그러나 두 선수가 역할을 나눠가질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해리스의 활약도 확실하게 빛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2016~17시즌 종료 후 모리스가 에이버리 브래들리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보스턴 셀틱스로 가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모리스의 이적으로 레지 불락, 스탠리 존슨 등 모리스보다 조금 더 작고 공격력은 떨어지지만 상대 3번 자원 수비에 조금 더 능한 선수들이 선발로 나서게 됐고, 이로 인해 해리스 역시 다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선수로 돌아왔다.

자신과 비슷한 파이를 먹는 모리스가 없는 이번 시즌에 해리스는 현재까지 33.3분을 출전하며 20.1점 5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필드골 시도도 16개로 지난 시즌보다 3개 이상 더 하고 있다.

현재의 득점 상승이 계속 이어진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슛 시도와 림을 가르는 횟수 모두 2배 이상 늘어났고, 3점슛 성공률도 50%를 넘기는 등 득점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최적의 상황들이 연이어 찾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리스가 시즌 초반 더 많아진 공격 기회를 잘 살려냈고 디트로이드 상승세에 큰 힘을 보탠 것만큼은 부인하기 쉽지 않다.

시즌 초반 맹활약 중인 토바이어스 해리스. ⓒAFPBBNews = News1
이러한 해리스 외에 디트로이트 상승세에 기여한 요소는 바로 주전 가드진의 효율성 증가다. 41.9%와 39.9%. 3점슛만의 성공률이라 보면 정상급인 기록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지난 시즌 디트로이트 백코트 주전 듀오였던 레지 잭슨과 켄타비어스 칼드웰-포프의 필드골 성공률이다. 두 선수 모두 3점슛 성공률은 35%대로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나 처참한 2점슛 성공률을 보이며 답답한 상황을 많이 만들었다.

그러나 칼드웰-포프 대신 브래들리가 들어오고 잭슨이 다시 좋았던 시절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잭슨은 지난 시즌 무릎 부상에 시달리다 결국 돌아온 후에도 이도저도 아닌 모습을 보이며 팀 플랜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16.3점 6.1어시스트에 44.2%의 필드골 성공률을 기록하며 어느 정도 회복된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스타팅 라인업에 속한 잭슨과 브래들리를 벤치에서 받쳐주는 선수이며 3점 라인 안에서의 높은 효율성으로 경기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백업 가드 이쉬 스미스의 존재까지 더해지며 가드 포지션에서는 지난 시즌보다 확실히 나은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제 궤도로 올라온듯한 레지 잭슨.ⓒAFPBBNews = News1
이 밖에 드러먼드는 아직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자유투 성공률 63.2%를 기록하며 최소한의 믿음을 심어줬다. 드러먼드를 이용한 이른바 ‘핵’ 작전이 이전보다 쉽지 않아졌고 승부처에 드러먼드의 활용도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결국 구단 전권을 쥔 밴 건디 감독이 포워드 라인의 교통정리를 하는 동시에 가드 포지션 강화를 이뤄낸 것이 시즌 초반 디트로이트 상승세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해리스의 3점슛 성공률, 드러먼드의 자유투 성공률이 다시 감소할 수 있고, 잭슨과 브래들리의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건강 문제가 불안 요소로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디트로이트가 위력적인 모습을 통해 동부 지구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스포츠한국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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