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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서귀포=이재호 기자] 이정도면 만족할만하다. 만년 중위권팀으로 여겨지던 제주 유나이티드가 어느새 순위표 최상단에서 보는 것이 익숙해지게 만들었고 2010년 이후 7년만에 준우승, K리그팀 중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최고 성적까지 거뒀다.

준우승 확정 다음날 서귀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축하의 인사를 건네자 “아이고, 만족 못하죠”라며 단호하게 얘기한 조성환(47) 감독이다. 7년만에 최고성적을 거뒀음에도 그는 ‘여전히 배고프다’라고 말한다.

  • 프로축구연맹 제공
▶초반 질주→논란의 우라와전→결국 2위, 다사다난했던 제주

제주의 2017시즌 초반은 더할 나위 없었다. 3월 전경기 승리는 물론 5월까지 K리그 1위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16강 등극의 최고 성과를 냈다. ACL 16강은 구단 최초의 성과이자 ACL에 출전한 K리그 팀들 중에 유일한 16강으로 제주는 ‘K리그의 자존심’으로 불렸다.

특히 5월 3일 전주 원정으로 열린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무려 4-0 대승을 거둔 경기는 올 시즌 통틀어 제주의 최고 경기였다.

하지만 5월 31일 열린 ACL 16강 2차전 우라와 레즈전에서 0-3으로 역전패당한 것은 물론 이 경기에서 난투극이 일어나 제주는 구단 징계(벌금 4만달러)와 선수 징계(조용형 3개월, 백동규 2개월 출전정지)까지 받았다.

이 경기 이후 제주 선수단은 침체기에 빠졌고 성적 역시 추락했다. 전북을 넘어 1위를 달리던 성적은 6위까지 추락했고 이대로 제주는 예전과 그랬듯 중위권에 만족하나 했다.

하지만 류승우-윤빛가람이라는 새로운 젊은 피가 수혈됐고 조용형, 백동규의 징계해제 등으로 동력이 생긴 제주는 막판 12경기 무패행진 등으로 끝내 2위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조성환 감독은 “시즌 초반 잘나갔지만 우라와전 이후 침체기에 빠졌고 재정비해 결국 2위로 마쳤다.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6월이 가장 힘들었는데 선수들을 믿고 신뢰했다. 우리가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신뢰를 통해 딛고 일어섰다”며 믿음의 축구의 달콤한 과실에 기뻐했다. 우라와전 이후 침체된 분위기를 어런 노력을 했을까.

“제가 경상도 남자라 무뚝뚝하고 선수들에게도 살갑진 못해요. 하지만 용기를 내 먼저 다가가고 따로 식사도 함께 하면서 진솔한 대화를 많이 했죠. 도리어 힘든 일을 겪으면서 선수단과 더 소통하고 서로의 마음을 보듬다 보니 선수단과 결속력이 생기더군요.”

  • 제주 유나이티드 제공
▶모두가 ‘잘했다’고 하지만 만족 못하는 이유

조성환 감독은 2위 확정 후 많은 이들에게 ‘축하한다’, ‘그만하면 잘했다’는 감사 인사를 들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7년전인 2010년 준우승 당시에는 구자철-홍정호-김은중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많은 상황에서 거둔 성과였다면 올해는 조직력이 더 돋보인 성과였기 때문. 게다가 K리그 유일의 ACL 16강과 2년연속 ACL 본선 진출 확정을 이뤄내며 만년 중위권팀의 이미지를 탈피했다.

“돌이켜보면 잘했다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제가 부임한 첫해 6위, 지난해 3위, 올해는 2위로 갈수록 성적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죠. 또한 확실히 예전에 비해 경기력에서 기복이 줄어들고 실점이 많이 줄었어요. 또한 늘 여름에 약하던 징크스를 도리어 강점으로 바꿔놨죠. 하지만 만족할 수는 없어요.”

“스포츠에서는 1등만 기억합니다. 저희도 준우승 확정 세리머니를 홈팬들 앞에서 하는데 생각보다 마냥 좋지만은 않더군요. 작년 3위, 올해는 2위를 했으니 팬들도 이제 2,3위로는 만족하지 못하실겁니다. 정말로 내년에는 우승으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드려야죠. 처음으로 리그와 ACL을 병행해보며 깨달은 것들, 우라와전 이후 침체기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등을 배웠으니 내년엔 반복된 실수를 줄일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 프로축구연맹 제공
▶선수들이 말하는 조성환 감독 “무심한 듯 세심해”

한쪽의 얘기만 듣긴 곤란하다. 조성환 감독의 지도 아래 제주의 2위를 이끈 공신들도 함께 만나봤다. 국가대표에 승선한 이창민과 제주의 에이스인 ‘7번’ 권순형에게 조성환 감독의 뒷담화(?)를 요구했다.

이창민은 활짝 웃으며 “선수들에게 마음의 빚을 남기게 하신다”고 조 감독에 대한인물평을 내놓은 그는 “전북전 연패 후 팀 분위기가 최악으로 가라앉았는데 그때 감독님께서 훈련장에서 평소와 달리 소리를 지르며 ‘괜찮다. 너흰 2010년 이후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고 정말 잘하고 있는거다’라고 독려해주시더라고요. 선수들의 무너진 심리를 꽉 붙드시는 모습에 저부터 ‘더 이상 침울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중원의 사령관’ 권순형은 “시즌 초반 잘 나가다가 갑자기 발목 부상을 당해 낙심하고 있는데 감독님께서 장문의 문자 메시지로 위로해주셨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한 신인에게는 입단 당시 ‘꼭 데뷔시켜줄게’라고 하셨는데 시간이 오래 지났음에도 잊지 않고 데뷔전 기회를 만들어준 뒤에 ‘약속 지켰다’라고 툭 한마디 던지고 지나가셨다고 하더라고요”라며 조 감독의 무뚝뚝하면서도 사려 깊은 배려심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조성환 감독은 “뭘 그런 얘기를 하시나”며 쑥스러워했다. 조성환 감독만의 무심한 듯 세심한 리더십과 그 속에서 성장해가는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제주는 ‘7년만에 준우승’이라는 성과에 취하지 않는 더 나은 2018시즌을 꿈꾸게 한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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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11/12 07: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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