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월드시리즈 챔피언 팀은 바로 휴스턴 애스트로스다.

휴스턴은 크레익 비지오, 제프 배그웰이 축이며 또 다른 ‘B’ 데릭 벨마저 폭발했던 ‘킬러 B’ 의 시대인 1998시즌 102승에 이어 팀 프랜차이즈 역사상 두 번째로 100승 이상을 거뒀다.

또한 제프 배그웰이 대타로 밀려난 대신 나타난 랜스 버크만과 트레이드로 시즌 중에 합류한 카를로스 벨트란이 존재했던 2005년의 새로운 ‘킬러 B’ 시절 이후 첫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율리에스키 구리엘이나 휴스턴 관중이 보여준 인종차별적 행위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그들은 어쨌든 목표를 이뤄냈다. 이러한 휴스턴의 우승까지는 구단 운영진과 팬들의 엄청난 인내의 시간이 있었다. 내셔널리그 시절이던 2011년의 56승과 2012년의 55승을 거두며 무제한 탱킹을 하던 시절이 있기 때문이다.

그 무제한 탱킹의 정점은 바로 KBO리그의 LG에서도 활약했던 루카스 하렐이 최고 이닝이터이자 팀 내 WAR(bwar 기준) 1위를 차지하던 2013시즌이었다. 당시 휴스턴은 무려 51승을 거두는데 그치며 탱킹을 주도하던 제프 르나우 단장에 대한 여론이 ‘너무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선수단이었다.

사실 NBA 판에서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마찬가지로 단장이 주도하는 무제한 탱킹을 통한 팀 체질 개선을 하던 팀이 있었다. 바로 샘 힌키 체제 하의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가 그 주인공이다.

필라델피아는 앨런 아이버슨 이후 2000년대 중반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팀의 중심을 잡아주던 역할을 하던 안드레 이궈달라가 존재하던 시절까지만 해도 약체의 이미지는 거의 없던 팀이었지만 이궈달라가 떠난 후 팀이 달라졌다.

필라델피아 에이스 시절의 안드레 이궈달라. ⓒAFPBBNews = News1
또한 2012~13시즌에는 당시 올스타에 뽑히기도 했던 즈루 홀리데이와 포워드 테디어스 영이 어느정도 분전하며 34승 48패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후 3시즌은 1순위 지명권을 향한 행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후 2년 동안 19승, 18승에 그쳤고 이러한 탱킹의 정점은 2015~16시즌 10승 72패라는 성적으로 나왔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73승9패로 시즌을 마감하기도 했던 이 시기는 리그 최강팀의 패배와 리그 최약체팀의 승리가 나란히 한 자릿수에 그칠 지를 지켜보는 나름의 묘미가 있었다.

필라델피아의 암울한 성적은 휴스턴 애스트로스보다도 조금 더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2016~17시즌 시작 역시 바닥을 치자 힌키 단장이 전권을 잃고 브라이언 콜란젤로에게 전권이 넘어가는 모양새가 나왔다. 결국 지난 시즌은 28승 54패로 마감했는데 이는 그 직전 두 시즌의 승수를 합한 것과 같은 숫자였다.

필라델피아가 이렇게나마 28승이라도 했던 것에는 바로 건강히 코트 위에 있을 때 팀을 바꿔놓는 존재인 조엘 엠비드의 등장, 그리고 그런 엠비드와 함께 신인왕 후보 최종 3인에 오르기도 했던 다리오 사리치의 인상적인 데뷔가 제일 큰 요소였다.

건강한 엠비드의 존재감은 다른 신인들과의 비교가 미안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AFPBBNews = News1
우선 엄청난 모습을 보이며 등장한 엠비드는 구단에서 30분 이상의 출전시간 소화, 2일 연속 경기 출전 등을 모두 막으며 금지옥엽 관리를 받았지만 결국 2016~17시즌을 단 31경기만 소화한 채 일정을 마무리했다. 만약 엠비드가 중간에 시즌 아웃이 되지 않았다면 필라델피아가 올해 드래프트 지명권을 1번으로 바꾸는 일은 없었을 확률이 크다.

엠비드가 부상으로 떠나고 너렌스 노엘마저 팀을 떠난 상황에서 팀의 빅맨 로테이션의 축을 잡아준 선수가 바로 다리오 사리치였다. 시즌 막판이던 4월 5경기에는 다시 엠비드 복귀 이전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2월과 3월에는 30분 이상 출전하며 17점 7리바운드 이상은 꾸준히 기록해주며 가능성을 마음껏 보여줬던 사리치가 있었기에 지난 시즌 필라델피아는 마침내 무제한 탱킹의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엠비드가 없던 시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사리치.ⓒAFPBBNews = News1
그 후 신인 드래프트에서 보스턴과의 트레이드로 얻어낸 1번 지명권으로 마르켈 펄츠를 지명했고, 부상으로 1년을 쉰 또 다른 1번 지명자 벤 시몬스까지 돌아오는 것이 확정된 필라델피아는 이제 더 이상 최하위 후보가 아니었다.

그런데 정작 첫 5경기는 예전의 필라델피아와 별 다를 게 없는 모습이었다. 시즌 개막 시기부터 부상을 달고 있던 펄츠의 역할과 출전시간이 모두 제한적인 상태에서 제리드 베일리스, J.J. 레딕, 로버트 코빙턴, 벤 시몬스, 엠비드로 구성된 베스트 5는 생각만큼 위력적이지 않았다.

첫 5경기 중 4경기에서 리딩을 할 수 있는 1번 자원 T.J. 맥코넬의 출전시간을 20분 미만으로 제한하고 대신 제리드 베일리스를 주전 명단에 내세우며 시몬스에게 공격 시에는 1번의 역할을 맡기는 생각 자체는 좋았다. 그러나 주전에서 다시 벤치로 강등된 다리오 사리치의 역할이 애매해졌다. 또한 슛이 없다는 약점이 있지만 볼 배급과 끈질긴 수비 및 허슬을 보유한 맥코넬마저 활용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펄츠가 나오지 못하기 시작한 휴스턴과의 경기부터 T.J. 맥코넬의 출전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분위기가 바뀌었다. 물론 이 경기에서는 에릭 고든에게 버저비터를 맞으며 패배했지만 다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맥코넬은 강력한 신인왕 후보 벤 시몬스의 리딩 부담을 덜어줄 선수다. ⓒAFPBBNews = News1
또한 휴스턴전 이후 사리치를 주전 라인업에 올리며 레딕, 코빙턴, 시몬스, 사리치, 엠비드라는 빅 라인업을 주전으로 구성하기 시작했고 필라델피아는 이 기간 동안 댈러스, 휴스턴, 애틀랜타, 인디애나, 그리고 유타까지 모두 잡아내며 5연승 질주에 성공했다.

비록 10일 펼쳐진 새크라멘토 킹스와의 경기에서 침착함을 잃은 엠비드의 아쉬운 모습으로 연승이 끊기긴 했지만 기세가 아주 식었다고는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펼쳐준 자원들과 올해 신인, 영입작들이 이제 톱니바퀴처럼 잘 굴러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필라델피아다. 아직은 올해 당장 우승을 기대할 시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휴스턴 애스트로스처럼 그들의 오랜 기다림의 결실이 우승으로 다가오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뜬 구름 잡는 이야기는 아니다. 스포츠한국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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