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NBA 드래프트 후 한동안 LA 레이커스에 대한 매체들의 관심은 전체 2순위로 뽑힌 론조 볼(20)에 집중돼 있었다. 한때 1순위까지 전망 받았을 만큼 대학 때 좋은 활약을 펼치기도 했고 아버지 라바 볼의 유난스런 언행이 워낙 세간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름부터 현재까지 레이커스의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볼보다는 다른 신인에게 눈이 끌릴 법도 하다. 전체 27순위로 뽑혔던 카일 쿠즈마(22)의 활약이 상당히 좋았기 때문이다. 쿠즈마는 서머 리그부터 시작해 프리시즌을 거쳐 현재 정규 시즌까지 계속해서 양질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각) 포틀랜드전에서 비록 3점차 석패를 당했지만 쿠즈마 본인은 58.8% 야투율을 통해 경력 최다 득점을 22득점으로 늘렸다. 여기에다 막판 승부처에서 레이커스의 마지막 리드 득점을 성공시킨 선수도 쿠즈마였다.

쿠즈마의 득점 활약은 레이커스를 넘어 리그 전체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AFPBBNews = News1
3일 현재 3승5패(승률 37.5%)로 서부지구 13위의 어두운 성적을 레이커스가 기록하고 있지만 쿠즈마라는 신인에게서 희망을 바라볼 만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모습을 통해 쿠즈마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최근 레이커스 신인들 중 최고의 실적

레이커스는 최근 시즌들 동안 계속해 리그 하위권 성적을 기록하며 드래프트마다 높은 픽을 행사해 왔다. 2014년 7순위 줄리어스 랜들(23)로 시작해 2015년부터 3년 연속 2순위로 디앤젤로 러셀(21·브루클린 넷츠), 브랜든 잉그램(20), 볼을 뽑았다.

이들 모두 저마다 대학 때 높은 인기와 평판을 얻었던 기대주들이다. 하지만 하나 같이 NBA 첫 시즌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랜들의 경우 NBA 1년차 시즌이 불과 14분 만에 끝났음을 고려해도 2년차 시즌에 딱히 기대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못했다.

반면 현재 쿠즈마의 실적은 범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벤치 멤버로서 평균 26.8분 동안 야투율 54.3%를 통해 15.0득점을 올리고 있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상위 픽 출신들 중 가장 높은 신인 시즌 평균 득점을 기록했던 선수는 러셀(13.2득점)이었다. 그리고 그 러셀도 트레이드를 통해 팀에서 나간 상태다.

현재 리그 전체 신인들 중 쿠즈마는 득점 순위에서는 벤 시먼스(18.5득점), 로리 마카넨(17.2득점) 다음의 3위에 올랐다. 이렇게 보면 레이커스가 간만에 좋은 신인을 발굴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신인으로서 많은 나이

쿠즈마는 1년 먼저 NBA에 입성했던 잉그램보다도 나이가 많다. 유망주 미국 대학 농구 선수들이 1학년만 마치고 NBA 드래프트 진출 선언을 하는 경향과 달리 쿠즈마는 3학년까지 마치고 들어왔다.

쿠즈마와 동일하게 1995년생 선수들인 앤드류 위긴스, 칼앤써니 타운스, 애런 고든, 자바리 파커,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 니콜라 요키치, 잭 라빈 등이 어느덧 3,4년차의 경력에 이르렀다.

때문에 쿠즈마보다 어린 잉그램, 러셀, 볼이 현재까지 인상적이지 못한 성과를 냈어도 비관적일 필요가 없다. 어쩌면 몇 년 후에는 저 선수들이 쿠즈마보다 확연히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잠잠하던 어린 선수들이 어느 한 시점에 기량을 활짝 만개시킨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 그렇다고 쿠즈마에 대해 성장 정점의 높이를 마냥 낮게 깔 필요도 없다. 유타 대학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평균 3.3득점, 10.8득점, 16.2득점 순으로 급성장했던 기세를 프로 무대에서도 잇고 있다. 그리고 22세면 충분히 성장의 폭이 남았다 볼 수 있다.

▶현재까지의 경기 스타일

쿠즈마는 농구 선수가 득점할 수 있는 다채로운 경로의 기술들을 지니고 있다. 점프슛, 훅, 플로터 등의 다양한 슈팅 자세 그리고 드리블을 치다 던질 때도 충분히 성공을 기대할 만한 득점원 소질을 갖고 있다.

재미있는 특징이라면 슈팅 지점이 좌우 코너 쪽보다는 중앙에 몰려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성공 확률도 중앙에서 던질 때 높은 편이다. 심지어 3점슛도 비교적 가까운 코너 3점보다 림 정면 및 윙 쪽에서 적중률이 높다.

쿠즈마 득점 능력의 백미는 수비를 받아도 다양한 각도를 통해 득점할 수 있는 재능이다. ⓒAFPBBNews = News1
아직 슈팅 성과를 논하기에는 총 92회의 야투 시도 정도로 표본이 적지만 확실히 3점 라인 안의 2점슛에서 쿠즈마의 위력은 대단하다. 미드레인지든 페인트 구역이든 리그 평균 적중률을 웃돌며 특히 페인트 구역은 크게 웃돈다.

대신 아직 3점슛은 큰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33.3%의 성공률로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지만 될 때와 안 될 때의 간극이 크다. 4개 모두 성공시킨 경우도 있지만 5회 시도 중 1개만 성공시킨 경기들도 3번 있다.

그리고 슈팅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려는 성향에서 비롯한 것인지 자유투 시도 평균 1.6회는 아쉽다. 그리고 자유투 성공률 69.2%도 좋은 미드레인지 슈팅 감각에 비해 아쉬운 편이다.

그럼에도 워낙 2점 야투율(66.1%)이 좋기 때문에 전체적 득점 효율성은 매우 높다. 비록 선발로 나서지는 못하지만 경기 마지막 접전 승부처에서 쿠즈마가 코트 위에 있는 이유다.

반면 쿠즈마가 주전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로 경기력이 다채롭지는 못하다는 점이 있다. 평균 1.5어시스트 4.6리바운드 0.5스틸 0.1블록은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포워드로서 아쉬운 숫자다. 만약 쿠즈마가 득점 외의 부문에서 소질을 끝내 보여주지 못한다면 정규 주전의 길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쿠즈마가 NBA에서 이름을 날릴 이유는 충분하다. 농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득점 부문에서 돋보일 자질이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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