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기태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타이거즈의 'V11'을 이끈 KIA 김기태 감독이 재계약에 성공했다. 계약 마지막 해였던 올해, 김 감독은 팀에 우승을 안겨줌과 동시에 재계약까지 덤으로 따내며 기분 좋게 시즌을 마무리 했다.

KIA는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이틀 만인 지난 1일 계약기간 3년, 총액 20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에 김기태 감독과 새로 계약했다.

김기태 감독은 "시즌 내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시고, 또 한 번 이렇게 배려해 준 구단에 감사한다"면서 "무엇보다 지난 3년간 동고동락해 온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모두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구단의 두둑한 선물에 감사를 표시했다.

김 감독의 재계약으로 KBO리그 10개 구단 사령탑의 내년 행보가 모두 결정됐다. 특히나 눈길이 가는 것은 김기태 감독의 계약 조건이다.

지난 2015시즌부터 타이거즈 사령탑을 맡은 그는 당시 3년 총액 10억원(계약금 2억 5000만원, 연봉 2억 5000만원)에 사인했다. 그리고 이번 우승으로 두 배 이상의 연봉 상승을 이끌어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2012년 LG 감독으로 사령탑 커리어를 시작, 당시 3년 총액 8억을 받았던 초보 감독은 김기태는 이제 당당히 우승 감독이 되어 몸값이 20억이 넘는 거물급 사령탑이 됐다.

재밌는 사실은 최근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대부분의 감독이 3년 20억원 언저리에서 계약을 했다는 점이다. '3년 20억'이라는 조건이 우승을 따낸 감독의 연봉 최저 마지노선이 된 느낌이다.

가장 가까운 사례는 지난 2015, 2016년 2년 연속 팀을 챔피언에 올려놓은 두산 김태형 감독이다. 2015년 부임 당시에는 초보 감독이었지만, 첫 해부터 우승을 따내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2016년 11월 3년 총액 20억을 받고 재계약에 성공, 구단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김태형 감독은 올해도 두드러진 성적을 보여줬다.

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시즌 초반에는 부상 선수 속출로 인해 팀 운용에 고생이 많았지만 후반 들어 팀을 리그 2위까지 끌렸고 플레이오프에서 NC를 제압하고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KIA에 1승 4패로 패했지만 두산은 내년에도 대권에 가장 가까운 팀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절치부심 김태형 감독의 내년이 더욱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10개 사령탑 중 가장 고참인 NC 김경문(59) 감독도 지난 2016년 10월 3년 20억원에 재계약했다. 올해는 3위로 마감했지만 김경문 감독에게 포기는 없다.

올해 계약이 만료되어 시즌이 끝난 뒤, 밤잠을 설쳤던 롯데 조원우 감독은 5년 만에 팀을 가을야구로 이끈 공로를 인정 받아 3년 12억원이 적힌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계약 당시 조 감독은 "다시 신임해준 구단에 감사하다. 팀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더욱 강한 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며 재계약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 두산 유니폼을 입고 팀 준우승에 기여했던 한용덕 수석코치는 올해 한국시리즈 종료 후, 3년 12억원을 받고 한화 이글스의 새로운 감독이 됐다. 조원우 감독과 똑같은 조건의 대우다.

삼성에서 통합 4연패를 달성했던 류중일 감독은 3년 총액 21억을 받고 LG를 이끈다. 계약금 6억에 연봉 5억원이다. 10개 구단 감독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하지만 1년 연봉으로만 따지면 류 감독보다 더 많이 받는 사령탑이 있다.바로 SK 힐만 감독이다. 그는 부임 첫 해인 올해, 팀을 5위에 올려놓으며 2년 만에 가을야구 막차에 탑승하는데 성공했다.

2년 총액 160만 달러다. 계약금은 40만 달러(약 4억 4580만원)지만 연봉은 60만달러(약 6억 7000만원)다. 연봉만 보면 힐만 감독이 가장 많다.

백인천 전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점점 높아지는 사령탑 몸값, 야구인기 따라 꾸준히 상승세

KBO리그가 1982년 처음 문을 연 지 어느새 3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선수들의 몸값은 어느새 100억 시대에 들어서며 천정부지로 솟아올랐다. 물론 사령탑의 몸값도 꾸준히 올랐다.

하지만 선수에 비하면 상승폭이 큰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초특급 선수의 몸값이 사령탑보다 훨씬 높지만, 프로 초창기만 해도 선수보다 감독의 연봉이 더 높았다.

지난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가장 높은 연봉을 받았던 사령탑은 MBC청룡 백인천 선수 겸 감독이었다. 백인천 감독은 일본프로야구 긴테쓰 버팔로스에서 선수로 맹활약한 화려한 경력을 인정받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청룡은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은밀하게 일본에서 뛰고 있던 백 감독과 접촉, 총액 6000만원(계약금 3000만원, 연봉 3000만원)에 전격 영입하며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같은 해, 타이거즈 초대 사령탑인 고 김동엽 감독은 계약금 3000만원, 연봉 2400만에 도장을 찍었고, 김영덕 전 OB감독과 서영무 전 삼성 감독은 나란히 계약금 3000만원, 연봉 2000만원을 받았다.

당시 현역 선수중 최고 연봉자였던 OB 에이스 박철순의 연봉이 2400만원이었으니 감독이 얼마나 대우를 받았는지 실감할 수 있다. 더욱이 감독 간의 연봉 서열 다툼은 언론에서 대서특필을 할 만큼 팀 경쟁 이상으로 팬들의 큰 관심거리였다.

최초로 1억 대를 돌파한 것은 1996년이다. 당시 백인천 감독이 삼성 사령탑에 취임하면서 연봉 1억을 받았다. 이에 뒤질세라 김용희 롯데 감독과 강병철 한화 감독도 1억에 도장을 쾅 찍었다.

첫 2억 돌파는 김응용 해태 감독이었다. 현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해태에서 9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파란 유니폼의 삼성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다.

역대 감독 계약 중 가장 긴 기간과 조건이었다. 5년 계약에 총액 13억(계약금 3억원, 연봉 2억원)이었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전,후기 통합우승이 전부였던 삼성은 한으로 남아있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라이벌 해태의 우승 청부사 김응용 감독에게 초특급 계약은 물론 선수단 구성의 전권을 넘겨주는 절대 권한을 부여했었다.

김응용 감독 이후 3억을 찍은 이는 2007년 LG 사령탑이 된 김재박 감독이다. 그는 계약기간 3년에 총액 15억 5000만원(계약금 5억원, 연봉 3억 5000만원)이었다.

김성근 전 한화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그렇다면 3년 20억이라는 우승 감독 마지노선 계약을 최초로 이끌어낸 감독은 누구일까?

바로 김성근 감독이다. 김 감독은 SK시절, 2년 연속 통합우승(2007~2008)을 따내며 3년 20억원에 재계약했다. 계약금 8억, 연봉 4억원은 김응용 감독을 뛰어넘는 초대형 계약이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김성근 감독을 능가한 두 명의 감독이 있다. 그리고 두 감독의 계약조건은 지금까지도 '톱'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 시절의 선동열 감독이다. 그는 계약기간 1년을 남겨놓고 중도하차한 스승 김응용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아 삼성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린 뒤 2009년 말 5년 총액 27억(계약금 8억원, 연봉 3억 8000만원)이라는 매머드급 계약을 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는 삼성의 파격 혜택을 1년만 누리고 물러났다. 그리고 그는 한 해 쉬고 고향팀 KIA로 갔다.

선 감독에 이어 삼성 사령탑에 오른 류중일 감독은 지난 2013시즌 챔피언을 따낸 뒤 3년 21억(계약금 6억원, 연봉 5억원)에 재계약했다. 그는 삼성의 4년 통합 우승을 완성하기도 했다.

표=김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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