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 선즈의 시즌 초 행보는 여러모로 깜짝 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우선 48점차 패배로 NBA 역대 최악의 개막전을 기록함과 동시에 3연패에 빠졌다. 또한 3연패 동안 또 한 번의 40점대 패배를 남겼다.

불과 시즌 3경기 만에 얼 왓슨 감독이 경질되기도 했다. 동시에 주전 포인트 가드 에릭 블레드소(28)가 팀과의 불화를 보이며 징계 차원에서 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정도면 최악으로 치닫는 그림이다.

하지만 그 뒤의 피닉스는 완전한 반전을 이뤘다. 3연패 뒤 4승1패를 거두며 4승4패의 5할 성적에 다다랐다. 특히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각) 122-116으로 꺾은 워싱턴 위저즈는 4승2패를 달리고 있던 좋은 전력의 팀이다.

TJ 워렌의 40득점 10리바운드 맹활약을 통한 피닉스의 워싱턴 상대 역전승은 놀라운 뉴스였다. ⓒAFPBBNews = News1
선수단 전력 측면에서 피닉스의 최근 5경기 4승1패는 실로 놀라운 성과다. 어떤 일들이 일어났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623일만의 시즌 중 감독 교체

2016~17시즌은 어느 NBA 팀에서도 시즌 중 감독 경질이 나오지 않은 보기 드문 년도였다. 지난 10월23일 왓슨 감독의 경질이 있기 전까지 가장 최근의 NBA 감독 경질은 2016년 2월9일에 뉴욕 닉스가 데릭 피셔 감독을 해고했던 일이다. 즉 1년 8개월이 넘는 623일 만에 시즌 중 감독 교체가 일어났다.

3연패에다 40점차 이상의 대패가 두 번 있었던 것으로 충분히 분위기는 조성돼 있었다. 이렇게 시즌 극 초반에 감독이 경질됐던 일이 2015~16시즌에도 있었다. 당시 4승7패로 출발했던 휴스턴 로켓츠는 케빈 맥헤일 감독을 해고한 뒤 나머지 기간 동안 37승34패를 거뒀다.

현재 피닉스도 그 당시 휴스턴처럼 새로운 감독 영입 없이 감독 대행으로서 어시스턴트 코치였던 제이 트리아노를 승격시켰다. 사실 이렇게 시즌 초반이 아닌 중반쯤에 일어났던 감독 교체들은 그리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교체 전이나 후나 성적은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2주간 피닉스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말해 준다.

▶집에서 쉬게 된 주전 포인트 가드

3연패로 한창 팀 분위기가 안 좋았던 때 블레드소가 소셜 미디어에 ‘나 여기 있고 싶지 않아’라 적으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추후 블레드소는 작성 시간에 있던 장소인 미용실에 있고 싶지 않아서 올린 것이라 했지만 많은 의문의 여지를 남겼다.

그 뒤로 피닉스는 블레드소를 아예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고 있다. 본격적으로 트레이드를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전 시즌까지 피닉스에서 평균 33.7분 동안 18.8득점 6어시스트 1.6스틸을 기록했던 블레드소는 현재 전력 외의 선수라 볼 수 있다.

이 주전 포인트 가드 자리를 현재 마이크 제임스(27)가 채우고 있다. 제임스는 유럽에서 프로 선수 활동을 거치다 서머 리그를 통해 계약해 들어온 신인이다. 신인이지만 그동안의 프로 경험과 나이를 통해 큰 흠결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일으킨 큰 반전

이제 주전 센터 타이슨 챈들러(35)를 제외하고 신인 제임스도 제외하면 피닉스의 주요 출전 인원들은 모두 24세 이하다. 그리고 어린 선수들에게는 심리적 영향이 크다는 말이 현재 피닉스에 딱 맞는 것으로 보인다.

감독 교체가 일어났다고 해서 어떤 팀의 공수 체계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여름부터 설계해온 그림 위에서 계속 뛰는 것이며 피닉스 선수들에겐 나설 기회가 늘었다는 점 정도가 변경 사항이다.

그러나 숫자는 피닉스가 완전 다른 팀이 됐다고 말해준다. 첫 3경기와 최근 5경기를 나눠 본 피닉스의 기록이 다음과 같다. 공격 및 수비 지표는 NBA닷컴에 공개된 100포제션 당 득실점이다.

앞선 3경기의 공격지표와 수비지표는 2일 현재 리그 최하위보다도 낮은 숫자들이다. 반면 최근 5경기의 공격지표는 리그 5위에, 수비지표는 리그 13위에 올라갈 숫자들이다.

3년차 데빈 부커가 꾸준히 높은 대역의 득점 활약을 해주며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도움보다는 스스로 해결

피닉스의 8경기 평균 18.3어시스트는 2일 현재 리그 최하위다. 물론 3연패 당시 평균 15.3어시스트에 그쳤던 탓도 크지만 최근 5경기도 20.0어시스트라는 하위권의 숫자다.

이유는 팀의 주득점원들인 데빈 부커(21)와 TJ 워렌(24)이 볼을 다루며 스스로 득점 기회를 만드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평균 22.1득점에 8개의 야투를 성공시킨 부커는 어시스트 받지 않은 야투가 57.8%에 달한다.

게다가 평균 12.6득점으로 팀 내 득점 순위 3위인 제임스는 야투 성공 중 81.8%가 어시스트 받지 않은 경우다. 7.7득점의 벤치 포인트 가드 타일러 율리스(21)는 이 비중에서 90.0%에 달하기까지 한다. 이런 결과로 야투 성공 중 어시스트 받지 않은 비중이 가장 큰 팀이 피닉스(52.4%)다. 3연패 기간이나 4승1패 기간이나 마찬가지다.

달라진 점이라면 이 득점원들의 해결 능력이 좋아졌다는 사실이다. 감독 교체시기를 기준으로 야투율 변화에서 부커는 40.0% 대비 48.4%, 워렌은 44.4%에서 56.8%로 상승했다. 율리스의 경우는 0%에서 46.5%로 상승하며 최근 5경기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고 있다.

특히 워렌은 2일 워싱턴 홈에서 72.7%의 야투율로 경력 최고 40득점을 올리면서 역전승을 이끌었다. 현재 주득점원들이 드래프트 전부터 득점원으로서의 능력에서 높게 평가됐음을 고려하면 재능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다 볼 수 있다.

▶우연일까 아닐까

원래의 감독 및 주전 포인트 가드가 나오지 않게 된 후 피닉스는 완전한 성적 반등을 이뤘다. 이를 두고 어쩌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아져서 그렇다고 하기는 석연치 않다. 간혹 팀에서 누군가가 떠난 뒤 갑자기 성적이 뛰는 경우가 있는데 심리적 영향을 고려할 만한 경우들이다.

관건은 현재의 호황이 지속될지의 여부다. 선수들의 득점 해결 능력이 좋아졌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지만 좋은 득점 기회 창출 능력이 낮은 한계는 존재한다. 때문에 현재 발동이 걸린 인원들이 꾸준함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피닉스 입장에서 앞을 내다보자면 장기적으로 해결할 숙제들이 쌓여있다. 현재의 블레드소 상황을 어찌 해결할지에 따라 피닉스의 항로도는 크게 바뀔 수 있다. 그래도 일단 현재로써의 피닉스는 놀라운 일을 해내고 있다. 애초에 피닉스는 서부지구 최하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 받았었다. 따라서 지금의 순항을 피닉스 구단이 어떻게 바라볼지 중요한 시점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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