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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성동 줌마렐라 축구팀 제공
[스포츠한국 용인=김명석 기자] 경기도 용인시 구성동에 사는 장영란(42) 씨는 대학생 아들과 고등학생 딸을 둔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다. 일(자영업)과 가사에 정신없이 살아온, 운동이라고는 숨쉬기가 전부였던 평범한 아줌마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2년 전부터 아주 특별한 취미활동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일찌감치 가게 문을 닫고, 즐거운 마음으로 용품을 챙긴다. 처음 이야기를 꺼냈을 때 가족들이 깜짝 놀랐다던 그 취미. 다름 아닌 ‘줌마렐라 축구’다.

2년 전 우연히 지인을 따라 축구장을 찾았던 것이 첫 인연이 됐다. 나 같은 아줌마들이 축구를 한다는 말에 호기심에 끌렸는데, 첫 날부터 푹 빠져버렸다. 축구를 하면서 건강과 다이어트, 그리고 소중한 인연들까지 만났으니, 장 씨에게는 그 의미가 더욱 값질 수밖에 없다.

  • 장영란씨(맨 오른쪽). 사진=김명석 기자
“넘어지고, 공에 얻어맞고…그래도 13kg나 뺐어요”

처음에는 "쉽지만은 않았다"는 그다. 평생 신어본 적 없는 축구화는 어색하기만 했고, 패스 방향도 자꾸만 어긋났다. 장 씨도 “축구공에 대한 두려움에 자꾸만 피하기만 하다, 공에 얻어맞기 일쑤였다”며 웃어 보였다. 체력적으로도 힘에 부쳤다. 아무래도 뛰는 것과는 거리가 먼 나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쉽게 그만둘 수는 없었다. 너무 좋았던 분위기가 장 씨를 매주 축구장으로 이끌었다. 언니, 동생들과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공을 찼고, 선수들을 “줌마님”이라 부르는 감독의 눈높이 교육이 더해졌다.

장 씨는 “어느 샌가부터 축구하는 날을 기다리게 됐다”고 했다. 훈련은 매주 1~2회 진행됐다. 평일에는 직장이나 가사일을 정리한 뒤인 저녁에 모이고, 쉬는 날에는 새벽같이 모여 공을 찬 뒤, 저마다 가족들의 아침밥을 차려주러 가는 방식이었다. 장 씨도 축구하는 날이면 가게 문까지 닫을 만큼 열성적으로 참가했다.

시간이 약이었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스스로 달라짐을 느꼈다”고 했다. 체력이 강해지면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던 시기는 점점 늦춰졌다. 매년 달고 살던 감기도 축구를 시작한 이후로 뚝 끊겼다는 그다.

한 가지씩 배워가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었다. 새로운 것을 익히면서 점점 축구 실력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는 축구화가 네 켤레나 된다. 잔디 형태에 따라 축구화가 달라서, 하나씩 사다보니 늘었다”고 한다.

굵게 흘려보낸 땀방울만큼이나 체중 역시 줄었다. 장영란 씨는 “축구를 시작한 이후로 13kg나 뺐다”고 뿌듯해 했다. 그저 언니, 동생들과 함께 즐겁게 공을 찼을 뿐인데, 건강도 챙기고 다이어트에도 성공한 셈이다. 더욱 더 값진 결실이기도 하다.

  • 사진=김명석 기자
달라진 가족들의 시선, 스스로 찾은 새 활력소

덕분에 가족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엄마가?”라며 의구심을 품던 가족들은, 더없이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장 씨는 “훈련장에도, 시합 때도 가족들이 찾아와준다. 목청껏 응원해주고, 사진도 찍어준다. 딸도 성인이 되면 함께 공을 찰 예정”이라고 했다.

비단 장 씨만의 얘기는 아니었다. 훈련장이나 경기장에는 카메라부터 캠코더까지 동원한 가족이나 지인들이 찾는다. 중학생 아들과도 축구를 하는 선수도 생겼다. 자칫 소원해질 수도 있을 가족들의 관계가, 축구하는 엄마 또는 아내 덕분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장 씨는 무엇보다 “삶의 활력소를 찾았다는 점이 가장 값지다”고 했다. 그는 “공을 한 번 차고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운동하는 것이 즐겁고, 상쾌한 기분이 든다. 세상이 달라 보인다”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가사나 육아 스트레스를 축구장에 푸는 언니, 동생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 사진=김명석 기자
용인 줌마렐라 축구팀들이 한 곳에 모였다?

이러한 줌마렐라 축구는 ‘엄마특별시’ 용인에서는 익숙한 일이다. 장 씨가 속한 구성동 뿐만 아니라, 31개 읍·면·동에 저마다 팀이 있다. 여기에 시청 팀까지 포함해, 매년 축구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지난 21일 용인축구센터에서 ‘2017 용인시 줌마렐라 축구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됐다.

축구하는 줌마렐라들이 1년 간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무대다. 32개 팀 7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할 만큼 규모도 크다. 대회는 4개 팀씩 한조에 묶여 전·후반 15분씩 조별리그를 치른 뒤, 8강 토너먼트를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팀들은 20대 1명, 30대 5명, 40대 이상 5명으로 팀을 꾸린다.

편견은 금물이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축구가 아니다. 정해진 전술 속에 명확한 포지션과 역할을 맡아 실력을 겨룬다. 과격한 몸싸움은 물론, 서로 날선 신경전까지도 주고받을 정도다.

장영란 씨 역시 동료들과 함께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조별리그 탈락의 쓴 맛을 봤다. 그래도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탈락팀들이 모여 치르는 이벤트 대회 승부차기 토너먼트가 줌마렐라들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 긴장감 넘치는 승부차기가 진행될 때마다 희비가 교차했다. 줌마렐라 축구의 또 다른 묘미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대회를 마친 장영란 씨의 표정에도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 나왔다. 그래도 장 씨는 “아쉽긴 해도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축구를 통해 건강해졌고, 좋은 인연들을 만났다. 삶의 활력소를 찾은 것만으로 충분하다. 축구 덕분에 가족들과도 특별한 추억을 쌓았다”고 웃어 보였다. 줌마렐라 축구의 값진 의미이기도 했다.

  • 줌마렐라 축구 페스티벌은 조별리그 탈락팀들끼리 모여 승부차기 이벤트도 진행한다. 사진=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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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10/29 08:00:12   수정시간 : 2017/10/29 09: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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