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타이트한 일정을 완화시키기 위한 사무국의 정책으로 예년에 비해 빠르게 개막한 NBA 시즌이 27일(한국시간)을 기준으로 열흘째다.

26일까지 각 팀들은 많게는 5경기, 적게는 3경기를 소화한 상태다. 그 중 제일 잘 나가는 팀은 샌안토니오 스퍼스다. 베테랑 토니 파커,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카와이 레너드가 결장중임에도 4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반면 부진에 허덕이는 팀들도 있다. 샌안토니오와 같은 텍사스 주의 팀인 댈러스 매버릭스가 대표적인 팀이다.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로 여겨졌던 애틀랜타 호크스, 새크라멘토 킹스에게 모두 발목을 잡힌 채 시즌을 시작한 댈러스는 26일 멤피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5연패 수렁으로 빠지는 것을 간신히 막아냈다. 그럼에도 댈러스는 이번 시즌을 4연패로 시작한 유일한 팀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팀도 있다. 바로 시카고 불스와 뉴욕 닉스다.

우선 시카고는 라존 론도, 드웨인 웨이드, 지미 버틀러 등 주축 선수들이 모두 나가고 버틀러의 유산 중 하나인 잭 라빈이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그나마 믿을만한 공격 옵션인 니콜라 미로티치가 팀 동료 바비 포티스에게 얻어맞는 악재까지 찾아오며 전력이 말이 아닌 상황이다.

저스틴 할리데이, 제리안 그랜트 같은 선수들이 30분 이상 출전하고 있는데 이 둘은 커리어 내내 20분 이상의 출전시간도 거의 보장받지 못하던 선수들이다. 이를 감안하면 시카고는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변에 가깝다.

반면 뉴욕 닉스는 필 잭슨의 사임, 카멜로 앤써니의 이적 등으로 상당히 시끄러운 오프시즌을 보내긴 했지만 현 로스터의 주요 전력들은 모두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신인 프랭크 닐리키나가 부상이긴 하지만 제프 호나섹 감독의 초반 구상에 들어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시카고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다.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포르징기스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포르징기스는 초반 두 경기 모두 30점을 넘게 적립했다. 바로 이 구간 동안 그를 제외하면 한 경기에서 20점을 넣은 다른 닉스 선수는 없었다. 오클라호마시티 원정에서는 10점, 홈 개막전인 디트로이트와의 경기에서는 17점을 넣은 칸터가 그나마 두 자리수 득점으로 꾸준히 포르징기스의 부담을 덜어줬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활약이 매우 미미했다.

고독한 에이스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 ⓒAFPBBNews = News1
보스턴과의 경기에서는 포르징기스마저 21.4%의 끔찍한 필드골 성공률로 12점 5리바운드에 그쳤다. 정말 답답한 경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2차전의 카일 오'퀸, 3차전의 윌리 에르난고메즈는 공격에서 힘을 보태기는 했지만 포르징기스, 칸터를 포함해서 모두가 4번 혹은 5번을 소화하는 빅맨 포지션의 선수들이다. 즉 백코트의 지원 없이 큰 선수들만이 그나마 고군분투한 모양새였다. 이렇게 단조롭게 공격이 이뤄지다 보니 디트로이트전을 제외한 원정 두 경기에서는 모두 80점대에 머물렀다.

현재까지 닉스의 부진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하는 ‘선수’는 바로 팀 하더웨이 주니어다. 하더웨이 주니어는 원 소속팀인 애틀랜타가 제시한 4년 7100만달러 계약을 닉스가 매치시키며 통 크게 데려온 선수였다. 하지만 시즌 초반에는 돈 값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계약 규모에 어울리게 3경기 모두 주전으로 30분대의 출전시간을 소화했고 필드골 시도도 12.3개로 제법 많은 공격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가 보여주고 있는 기록은 말 그대로 처참하다. 평균 9.3점에 필드골 성공률 24.3%, 3점슛 성공률 22.7%는 NBA 선수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하는 기록이며 시야에 장점이 있던 선수가 아닌 만큼 어시스트도 1.3개에 그치고 있다.

초반 3경기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 팀 하더웨이 주니어. ⓒAFPBBNews = News1
세부적인 항목으로 보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선수 효율성 지수를 나타내는 PER은 무려 -1.4다. PER은 음수가 아닌 양수로 한 자리수여도 NBA 수준 선수라 보기 어려운 기록이다. 물론 현재까지의 표본이 적고 흐름을 타면 올라올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1.4는 정말 심각한 기록이다.

그렇지만 닉스의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신인 드래프트 직후부터 계속 거론됐던 1번 포지션에서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하더웨이 주니어의 경우 지난 시즌 막판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반등의 가능성이 있는 선수고 지금의 모습이 시즌 내내 지속될 것이라 보진 않지만 포인트가드 포지션은 다르다.

데릭 로즈 대신 구단의 간택을 받은 사나이 론 베이커는 확실한 1번이라 보기는 애매하고 1년을 거의 통으로 쉰 재럿 잭 정도가 로스터에서 백업 포인트가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주전 포인트가드는 바로 라몬 세션스다. 그런데 이 세션스는 커리어 내내 풀 시즌을 주전으로 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키 식스맨 급으로 25분 이상 출전시간을 소화하던 시절은 있었지만 최근 3년간은 20분 내외의 출전시간을 소화하던 선수였다.

주전으로 25분에서 30분가량을 소화하기는 분명 아쉬운 선수다. 또한 그는 현 리그 트렌드에 잘 부합하지 않는 3점슛이 약한 가드이기도 하다. 식스맨으로는 쏠쏠할 수 있지만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만한 선수는 아니기에 드래프트 당일 데니스 스미스 주니어 대신 프랭크 닐리키나를 선택한 닉스 프론트의 안목에 끊임없이 뒷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닉스는 덴버에서 베테랑 가드 자미어 넬슨이 방출됐을 때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하지 못하며 그가 뉴올리언스 펠리컨스로 향하는 것을 지켜만 봤다. 노장 축에 속하는 선수라지만 지난 시즌 막판 주전으로도 제법 나왔고 25분 이상은 책임질 수 있는 가드였기에 닉스가 그를 지나친 것은 분명히 아쉬웠다.

주전으로는 2% 부족한 느낌의 라몬 세션스. ⓒAFPBBNews = News1
또한 닉스는 현재 에릭 블레드소가 트레이드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블레드소는 적당한 매물로 데려올 수 있다면 이미 그를 피닉스 시절에 기용했던 호나섹 감독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다. 하지만 영입이 확정된 상황도 아니고 결국 그의 영입에 실패할 경우에는 닉스의 주전 포인트가드는 계속해서 세션스일 수밖에 없다.

포르징기스 의존도를 줄여줄 팀 하더웨이 주니어의 부활, 1번 포지션의 강화가 필수인 뉴욕 닉스. 이대로라면 연패가 끊긴다 하더라도 이번 시즌 말미에 받을 성적표는 현재의 위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리그 최고의 시장 규모를 가진 도시를 연고로 하는 팀에게 이런 상황은 결코 좋지 않아 보인다. 스포츠한국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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