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7-2018 도드람 V리그`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김세진(OK저축은행) 김상우(우리카드) 김철수(한국전력) 최태웅(현대캐피탈) 박기원(대한항공) 신진식(삼성화재) 권순찬(KB손해보험) 감독이 우승 트로피를 앞에 두고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청담=김명석 기자] 수성과 복수, 변화와 반등까지. 더없이 결연했던 각 팀들의 출사표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시즌을 기대케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프로배구 V리그가 미디어데이를 통해 새 시즌의 서막을 올렸다. 남자부 7개팀, 여자부 6개팀이 참가하는 V리그는 오는 14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6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전날 여자부에 이어 12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는 남자부 7개팀의 사령탑과 대표선수, 외국인선수들이 한데모여 새 시즌 출사표를 던졌다.

어느 감독도, 어느 선수도 자세를 낮추거나, 발톱을 숨기지 않았다. ‘디펜딩챔피언’ 현대캐피탈은 정상의 자리를 지키겠다고 공언했고, 그 뒤를 쫓는 팀들의 시선은 저마다 정상을 향했다.

하위권에 머물렀던 KB손해보험이나 OK저축은행마저도 저마다 변화와 도약을 예고했다. 전력평준화로 인해 예고된 뜨거운 경쟁은, 이날 각 팀들의 출사표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목표는 우승” 두 주먹 불끈 =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정상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 감독은 “외국인선수가 늦게 합류하지만, 국내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신뢰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면 작년 못지않은 성적을 이뤄낼 것”이라면서 “반드시 2연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에 덜미를 잡혔던 박기원 대한한공 감독은 당시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챔피언결정전 패배 이후 20~30분의 시간을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며 이를 갈았다.

지난달 팀을 KOVO컵 정상으로 이끈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 역시 ‘V리그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김 감독은 “초보감독이지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선수들도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며 당찬 각오를 전했다.

지난 시즌의 돌풍을 KOVO컵 준우승으로 이어간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의 시선 역시 리그 정상을 향해 있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돌풍의 팀이었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올 시즌은 봄 배구는 물론, 챔피언까지 될 수 있는 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신진식(왼쪽) 삼성화재 감독과 박철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하위권팀들은 변화·도약에 초점 = ‘명가재건’의 특명을 안은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부담감도 있지만 오히려 더 편하다”면서 ‘삼성화재다운 배구’를 천명했다. 신 감독은 “주위에서 우리다운 배구를 해야 한다고 말씀들을 하신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KB손해보험의 키워드는 ‘새로운 모습’이었다. 권순찬 신임 감독은 “연고지 이전(구미→의정부) 선수 트레이드 등 변화가 제일 많았다”면서 “걱정했던 선수들의 동요는 없었다.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두 시즌 연속 정상에 오르고도 지난 시즌 최하위 추락의 고배를 마셨던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도 “절치부심했다”며 이를 갈았다. 김 감독은 “열심히 노력도 했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 나름의 방법들도 동원했다. 우리의 색깔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자신했다.

박기원(왼쪽) 대한항공 감독과 정지석. 스포츠코리아 제공
◇장내 웃음바다 만든 김세진·김철수·정지석 = 긴장된 분위기 속에 진행된 미디어데이의 분위기메이커는 김세진 감독이었다. 대한항공 대표선수로 참석한 정지석은 감독들의 짓궂은 장난에 진땀을 흘리며 장내에 웃음을 번지게 했고, 최태웅 감독은 김철수 감독으로부터 ‘한 방’을 먹었다.

“1등 했다가, 꼴찌 했다가 별 짓을 다 한다”며 마이크를 잡은 김세진 감독은 “신진식 감독이 지난 시즌 봄배구를 나가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는데, 1등하다가 꼴찌를 하면 더 심하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정지석을 향해 “FA(자유계약)가 언제냐”고 공개적으로 질문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고, 자신과 달리 OK저축은행을 다크호스로 꼽지 않은 ‘절친’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을 향해서는 “너는 왜 말을 안했냐”면서 농을 치며 장내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정지석은 감독들의 장난에 진땀을 흘렸다. 그는 소속팀의 강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박기원 감독이 마이크를 들이미는 바람에 고개를 푹 숙여야 했다. FA시기를 묻는 김세진 감독의 질문에도 진땀을 뺀 그는 “대한항공이 좋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철수 감독은 “(외국인선수)바로티를 뽑지 말라고 했는데, 왜 뽑았느냐”면서 최태웅 감독에게 화살을 돌렸다. 장내가 웃음바다가 된 가운데, 최 감독은 “한 방을 먹었다”면서 “한국전력에서 잘 활용하지 못해서 우리가 잘 해보려고 했다”고 답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V리그 14일 개막, 6개월 대장정 돌입 = 도드람양돈농협을 새 스폰서로 맞이한 V-리그는 오는 14일 남자부 현대캐피탈-대한항공(오후2시·천안) 여자부 IBK기업은행-흥국생명(오후4시·화성)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장장 6개월 간의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정규리그는 3월 14일까지 진행되며, 이틀 뒤 남자부 준플레이오프(정규리그3위-4위)를 시작으로 포스트시즌이 시작된다. 5판3선승제로 진행되는 챔피언결정전은 여자부와 남자부 각각 23일과 24일부터 시작된다.

한편 올 시즌부터는 같은 연고지를 두더라도 남자부와 여자부가 같은 날 열리지 않는다. 예컨대 지난 시즌에는 대한항공과 흥국생명이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같은 날 홈경기를 치렀지만, 올 시즌부터는 서로 다른 날 홈경기를 개최한다.

지난 시즌까지 경북 구미를 연고로 뒀던 KB손해보험은 의정부에서 새 출발에 나서고, 남자부 한국전력과 삼성화재, KB손해보험, 여자부 현대건설은 새 사령탑과 함께 새롭게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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