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5일(이하 한국시각)은 토요일이었다. 정규 시즌 기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내 NBA 팬들은 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을 안방에서 TV로 볼 수 있었다. 그것도 공중파 채널에서 말이다.

이 날은 지난 7월말 방한 일정을 소화했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가 인기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나왔다.

스테픈 커리와 무한도전의 만남은 농구팬들에게는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다. 골대보다 더 큰 인형, 돌아가는 골대 등을 가지고 NBA 최고의 선수와 국내 연예인들이 농구 대결을 했는데 이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NBA 팬들에게도 큰 화제였다. 그리고 이 날 리그 최고의 스타인 스테픈 커리와 함께했던 선수가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그의 동생인 세스 커리가 그 주인공이다.

형과 함께 무한도전에 출연했던 세스 커리. ⓒAFPBBNews = News1
세스 커리는 형에 비해 차분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자신보다 두 살 위인 스테픈과의 은근한 자존심 대결, 2대5 농구에서의 재치 있는 모습으로 농구 마니아 뿐 아니라 국내의 예능 프로그램 시청자들에게도 꽤 인상을 심어줬다.

하지만 사실 세스 커리는 NBA 데뷔하기까지의 여정이나 자리 잡는 과정을 비교한다면 형과는 비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힘든 길을 걸어온 선수다. 스테픈 커리는 비록 무명 대학인 데이비슨 대학 출신이고 사이즈 문제가 항상 언급되던 선수였으나 로터리픽 지명은 확실시 됐던 선수다.

결국 1라운드 7번으로 골든스테이트에 지명됐고, 당시 스테픈 커리를 눈 앞에서 놓치고 아쉬워했던 뉴욕 닉스 구단과 팬들, 데뷔 시즌부터 일찌감치 주전 가드로 나서기 시작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사실 ‘언더독’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보긴 쉽지 않은 선수다.

2번 포지션 선수로의 사이즈에 대한 의문은 있었지만 전국적으로 주목받던 선수이던 커리.ⓒAFPBBNews = News1
반면 동생인 세스는 형에 비해 명문이라고 할 수 있는 듀크 대학에 진학하긴 했지만 그 이후 행보는 훨씬 힘들었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NBA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는 데 실패했고 멤피스, 클리블랜드, 피닉스 등을 비보장 계약인 ‘10일 계약’ 으로 떠돌며 1경기, 2경기 씩의 제한적인 기회만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5~16시즌 새크라멘토 킹스 소속으로 15분대의 적은 출전시간이지만 경기당 1개 이상의 3점슛을 성공시켰고, 성공률 또한 45%를 기록하며 본인에게 NBA에서 살아남을 무기가 있음을 입증하는 데는 성공했다.

이 모습을 통해 2016-17시즌 시작 전 댈러스와 2년 600만달러 계약에 성공해 비보장 계약 신세 탈출에 성공했다. 형이 데뷔시즌부터 리그에 자리 잡았던 것을 비교하면 상당히 힘든 리그 정착기를 거쳤음을 알 수 있다.

세스 커리는 댈러스에서의 첫 2016~17시즌 평균 29분 출전에 12.8점 2.7어시스트 1.1스틸에 42.5%의 3점슛 성공률까지 기록하며 자신의 진가를 한껏 발휘했다. 여기에 총 70경기 출전을 기록하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중반에 합류한 또 다른 언드래프티 출신 요기 페럴까지 가능성을 보이며 댈러스에서는 꽤 좋은 활약을 펼친 데런 윌리엄스를 과감히 포기할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댈러스가 신인 지명에서 가드인 데니스 스미스 주니어를 뽑긴 했지만 칼라일 감독은 해리슨 반즈가 4번으로 가는 스몰 라인업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선수 기용법에서는 스미스 주니어의 백코트 파트너로 낙점이 된 선수가 커리였기에 저렴한 계약의 마지막 해인 이번 시즌을 앞두고 댈러스 구단은 그를 얼마에 잡아야 할지를 걱정할 만한 상황이었다.

댈러스 최고의 기대주, 데니스 스미스 주니어. ⓒAFPBBNews = News1
하지만 세스 커리는 왼쪽 종아리 피로골절로 무기한 결장이 확정됐다. 사실 이러한 증세가 오프시즌 내내 있던 그는 프리시즌 기간에도 경기는 뛰었지만 훈련은 거의 소화하지 않으며 나름 몸에 신경을 썼다. 그러나 결국 부상이 악화됐고 커리는 기약 없는 부상 결장을 할 처지에 놓였다. 부상 부위의 특성상 휴식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기에 커리 입장에서는 더욱 안타까운 상황이기도 하다.

커리의 이 부상은 결국 해리슨 반즈 4번, 덕 노비츠키 혹은 너렌스 노엘을 5번에 두는 스몰라인업을 구상했던 칼라일 감독의 계획에도 큰 차질을 줬다. 스몰 라인업일 경우 웨슬리 매튜스가 3번 자리로 가기 때문에 커리가 없는 가운데 스미스 주니어의 파트너가 될 만한 선수는 JJ 바레아와 요기 페럴이 있다.

두 선수 모두 득점력으로 봐선 2번 자리에 가도 될 선수들이지만 해당 포지션에서는 너무 언더사이즈의 선수들이다. 이러한 라인업은 변칙적으로는 쓸 수 있어도 주전 라인업으로 쓰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큰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현실적으로 커리가 없는 상태에선 스몰 라인업 대신 노비츠키와 노엘을 동시에 기용하는 빅 라인업을 써야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칼라일 감독의 머리가 아프게 됐다.

언드래프티 출신에 스몰 사이즈 가드임에도 이제 팀 전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세스 커리. 1990년생으로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나이에 이번 부상은 팀 전력으로도 손실이고 본인의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더욱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스포츠한국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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