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실버 총재가 NBA 역사에 있어 큰 변혁을 일으킬 수 있는 말을 꺼냈다.

실버 총재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던 NBA 시범경기 후의 기자회견에서 플레이오프 대진을 동서 지구에 상관없이 짤 것을 NBA가 고려중이라 밝혔다.

플레이오프 동안 각각의 지구에서 우승팀을 가린 뒤 NBA 파이널에서 최종 우승팀을 가리는 것은 NBA가 시작된 뒤로 줄곧 유지된 체제다. NBA 전신인 BAA 시절 1946~47시즌부터 70년을 이어온 전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리그 16위 안에 든 팀들을 지구에 상관없이 대진을 짜겠다는 것은 큰 변화를 암시한다. 그동안 계속 이어져왔던 동서 지구 체계의 의미부터 시작해 시즌 경기 일정의 재조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한다.

최근 여러 가지 NBA 제도의 변화를 통해 실버 총재가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AFPBBNews = News1
그렇다면 이렇게 큰 변화를 일으킬 만큼 NBA 플레이오프 대진 재조정의 이유가 클까. 21세기 동안 지속돼 온 큰 경향을 통해 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복구되지 않고 있는 동서 지구 불균형

NBA의 시즌 일정 중 플레이오프의 중요성은 정말 크다. 일반적인 신규 NBA 팬의 유입이 가장 큰 시기라 할 수 있다. 강팀끼리의 대결에서 나오는 긴장감과 극적인 상황이 가져다주는 흥미와 짜릿함이 가장 큰 때다.

하지만 현재의 플레이오프 대진 체계는 이러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 서부지구는 너무 경쟁도가 높고 동부지구는 너무 경쟁도가 헐거운 추세가 21세기 동안 줄곧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생기는 반갑지 않은 결과들이 나왔다. 우선 기회의 불공정성이다. 1999~00시즌부터 2016~17시즌까지 18시즌 동안 리그 상위 16팀 안에서 동서부의 균형은 기울어져 있었다. 지난 18시즌 중 리그 상위 16팀 중 동부 서부가 각각 8팀씩 들어있던 경우는 단 3차례였다. 나머지 15시즌 중 서부지구 팀들이 더 많았던 경우가 13차례, 동부지구 팀들이 더 많았던 경우가 2차례였다.

그리고 리그 16위 안에 동부 쪽이 더 많았던 최근 두 시즌을 놓고 이른바 서고동저 현상이 해결됐다 말하긴 힘들다. 우선 르브론 제임스(33·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7연속 파이널 진출을 이뤘듯이 특정 팀에게 다른 동부지구 팀들이 계속해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3시즌 클리블랜드는 PO에서 동부 팀들 상대로 12승을 거두는 동안 2패를 초과한 적이 없다. 제임스의 마이애미 히트 시절에는 있던 호적수도 이제 없어졌다는 뜻이다.

반면 클리블랜드가 7전4선승제 시리즈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서부 팀들은 최근 시즌마다 있었다. 때문에 기회의 불균형이란 쟁점이 플레이오프 때마다 나오곤 했다.

▶싱거운 상위 무대 대결의 가능성

최근 시즌들에서는 가라앉은 문제이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 수면 위에 올라오곤 했던 현상이 있었다. 재미없는 파이널이라는 문제제기다.

특히 NBA 파이널에서 스윕이 일어난다면 NBA 팬들의 실망감은 크다. 이런 파이널 시리즈의 스윕이 2001~02시즌과 2006~07시즌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났던 적이 있다. 모두 서부지구 팀이 동부지구 팀을 상대로 얻어낸 일방적인 승리들이었다. 게다가 부상 등의 어떤 특정 사유 없이 순수 전력 측면의 열세로 생긴 결과였다.

NBA 팬들은 최고의 두 팀 간의 대결을 통해 챔피언이 탄생하길 원한다. ⓒAFPBBNews = News1
반면 2001~02시즌 우승팀 LA 레이커스와 2006~07시즌 우승팀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각각 서부지구를 통과하는 동안 고비를 겪었다. 저마다 기적 같은 버저비터의 힘으로 위기를 넘겼던 공통점이 있다. 대신 파이널에서는 일체의 고비 없이 내리 4승을 거뒀다.

흥미가 높은 경기들의 순서가 이렇게 뒤바뀐다면 사업적 측면에서 NBA 사무국이 반길 리 없다. 되도록 마지막 대결 무대에서 긴장감과 짜릿함이 클수록 좋다.

▶바꿔야 할 것이 많은 난제

이렇게 합리적 측면에서 본다면 분명 플레이오프 시드를 1번부터 16번까지 통합해 대진을 짜는 것이 현재의 체제보다 좋다. 하지만 이를 위해 바꿀 것이 많기도 하고 장애물도 많다.

우선 정서적 측면에서 전통이 사라지게 된다. 70년여의 NBA 역사에서 LA 레이커스-보스턴 셀틱스로 대표되는 동서 대결은 오랫동안 NBA를 지켜봐온 사람들에게 큰 스토리라인이었다.

현실적 측면에서 보자면 경기 일정을 크게 손봐야 한다. 리그 전체적으로 16번까지 시드를 정하기 위해서는 현재 경기 일정으로는 불공평하다. 같은 지구끼리는 시즌 동안 3,4번을 대결하는 반면 반대 지구끼리는 2번만 대결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현재까지 50년 동안 지속됐던 82경기라는 체계를 바꿔야 한다.

마침 실버 총재도 같은 날 인터뷰에서 82경기 체계를 바꿀 수 있음을 밝혔다.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동거리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현행의 체계는 3라운드 동안 비교적 이동 거리가 짧은 같은 지구 팀들을 상대한다. 대신 1라운드부터 먼 거리 도시의 팀을 상대한다면 이동거리에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태평양 또는 대서양 연안 도시의 팀들에게는 상대적 불이익이 닥친다. 이를 위해선 시리즈 안의 경기 순서 배치를 바꾸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변화에 적극적인 현재의 사무국

이와 같은 큰 변화들을 NBA 사무국이 실행에 옮길 수 있음을 시사한 전조가 있다. 지난 10월4일 NBA와 NBA 선수 조합이 공동으로 내놓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시즌부터 올스타 경기는 동서 대결이 아니라고 한다. 대신 각 지구에서 가장 투표를 많이 받은 선수가 각 지구에서 선정된 선수들을 놓고 드래프트해서 올스타 선수단을 짠다.

또한 드래프트 로터리 추첨 방식도 현행의 큰 틀을 깨는 개혁 방안을 9월말 통과시켰다. 이 역시 상당히 오랫동안 유지돼 온 전통을 깬 큰 변화다. 어찌 보면 동서 대결의 NBA 파이널 전통도 이렇게 막상 바꾸면 쉽게 뒤로 할 수 있는 옛일이 될 수 있다.

대신 무엇보다 큰 현실적 벽은 82경기 제도의 변화다. 실버 총재는 선수들의 휴식도 늘릴 겸 경기 수의 축소를 지향하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여러 사업적 손익 관계가 발생할 수 있어 간단하지가 않다. 만약 실버 총재와 NBA 사무국이 이 장애물을 넘을 수 있는 복안을 마련한다면 합리적인 NBA 플레이오프 대진 구성이 가시권에 들어올 수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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