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케빈 듀란트(29·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관련한 해프닝을 인정하며 전 소속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관련 인사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듀란트는 17일에 어느 한 팬이 소셜 미디어로 올린 질문에 자신의 계정을 통해 답변한 적이 있다. 그 팬은 왜 듀란트가 2016년 여름 오클라호마시티를 떠나 골든스테이트로 갔는지 이유를 물었다. 여기에 듀란트는 마치 자신이 아닌 것처럼 3인칭 주어를 통해 전 구단과 빌리 도노반 감독 휘하에서 뛰기 싫어했다고 답변했다.

소셜 미디어에 듀란트가 남긴 비난 토로가 전 세계에 그대로 퍼졌다. SNS 캡처
이어 당시 오클라호마시티의 선수단에 대해 러셀 웨스트브룩을 빼면 아주 형편없게 되며 그런 인원들과는 우승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런 내용이 아주 직설적이고 비난을 담은 어조로 나왔기에 파장이 컸다.

결국 20일 USA 투데이 스포츠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듀란트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전 동료들을 향해 날렸던 비난을 주워 담을 수는 없다. 이미 에네스 칸터는 곧바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반응을 내놓았다.

여기에서 살펴볼 것은 듀란트가 직설적으로 밝힌 당시 오클라호마시티 동료들에 대한 소회가 그럴 만했느냐다. 왜냐하면 당시 듀란트와 오클라호마시티는 우승에 가까이 진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즌을 통해 드러났던 벤치의 약점

듀란트가 2015~16시즌 오클라호마시티에 대해 기억하는 바가 오래 기간 축적된 것에 토대를 둔다면 답답함을 쌓아둘 수 있었다. 시즌 동안 벤치 싸움에서 오클라호마시티는 고전을 겪곤 했기 때문이다.

특히 승부처인 4쿼터가 두드러진 문제를 보였다. 2015~16시즌 오클라호마시티는 55승27패(승률 67.1%)의 좋은 성적으로 마감했다. 경기 당 점수 마진에서는 리그 3위(7.3)까지 올랐던 팀이다.

하지만 4쿼터는 이렇게 큰 경기 점수 차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82경기 동안 오클라호마시티가 4쿼터에 쌓은 마진은 단 1점차였기 때문이다. 즉 4쿼터에는 경기 당 0.0점차의 결과로 리그 15위의 숫자였다.

다른 각도로 보자면 2015~16시즌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3쿼터를 리드하며 마쳤음에도 14번이나 역전패를 당했다. 당시 리그에서 가장 많은 3쿼터 리드 후 역전패였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는 벤치 선수진이 약했던 것이 큰 몫을 했다. 4쿼터 중반까지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곤 했다.

또한 2015~16시즌 경기 당 7.3점차로 앞섰던 오클라호마시티는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이 같이 코트 위에 있을 때 경기 당 29분 동안 7.9점차로 앞섰다. 이런 결과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듀란트가 팀의 한계를 느꼈을 수 있다.

이제 듀란트와 오클라호마시티 선수들 사이에는 옛 동료로서의 관계가 완전히 지워지게 됐다. ⓒAFPBBNews = News1
▶플레이오프에서 일어났던 반전

2015~16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오클라호마시티가 만났던 팀은 당시 리그 2위 샌안토니오 스퍼스였다. 시리즈 전의 예측 분위기는 시즌 동안 오클라호마시티보다 12승이나 더 거둔 67승 팀 샌안토니오의 승리가 주로 점쳐졌다. 1차전에는 32점차로 오클라호마시티가 대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오클라호마시티는 4승2패로 샌안토니오를 물리치고 지구결승에 올랐다. 나름 큰 이변이라 할 수 있었다. 그 2라운드 시리즈에서 오클라호마시티는 시즌 동안 지적됐던 두 가지 큰 약점들이 완전히 수정됐다.

수비 그리고 4쿼터 경기력이었다. 당시 6경기 동안 오클라호마시티의 4쿼터 평균 마진은 2.7점차였다. 특히 4차전과 5차전은 3쿼터까지 지던 경기를 4쿼터에 뒤집었다.

기세를 몰아 오클라호마시티는 지구결승에서 만난 골든스테이트에게도 1차전 승리를 따냈다. 이 승리도 3쿼터까지 뒤져 있다가 4쿼터에 뒤집으며 승리했다. 그 뒤 3승2패로 시리즈를 앞서나가며 오클라호마시티는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는 다르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주던 차였다.

▶한 발 모자랐던 마지막

이렇게 3승2패로 앞선 상태로 홈에서 맞이한 6차전은 분위기상 여러모로 오클라호마시티 쪽의 분위기였다. 홈경기이기도 했고 3쿼터 종료 후 83-75로 앞서기도 했다. 한 쿼터만 잘 버티면 홈팬들 앞에서 NBA 파이널에 진출하는 자축연을 열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5분이 이런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었다. 경기 종료 5분 남았을 무렵 7점차 앞서고 있던 오클라호마시티는 이후 단 5득점만 올린 반면 골든스테이트는 19득점이나 올렸다. 에이스들인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이 번갈아 슈팅 실패와 턴오버를 범하며 식어버렸다.

승리 기회를 놓친 오클라호마시티는 마지막 7차전에서도 패하며 시리즈를 내줬다. 당시 6차전은 매우 묘한 숫자들을 남겼다. 우선 탐슨이 3점슛을 11개나 성공시켰다. 당시의 역전의 1등 공신이었다. 또한 2점슛 정확도에서 골든스테이트(34.9%)에 비해 크게 앞섰던 오클라호마시티(52.2%)가 패한 이유도 3점슛이었다. 3점슛 적중률은 골든스테이트(46.7%)가 오클라호마시티(13.0%)를 크게 앞섰으며 성공 개수는 21-3으로 압도적 차이였다.

듀란트는 6차전에서 3점슛 8회 시도 중 1개만 성공시켰고 야투율도 32.2%의 아쉬운 부진을 남겼다. 그래도 듀란트가 시리즈 내내 부진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외 동료들 역시 패배의 탓을 매몰차게 돌릴 만큼 부족하지도 않았다.

골든스테이트와의 지구결승 시리즈에서 오클라호마시티는 턴오버와 공격 리바운드 싸움에서 골든스테이트를 이겼다. 이는 분명 팀 차원의 노력이 따라야 하는 부문이다. 그리고 전체적 수비 측면에서도 서부지구 팀들 중 가장 골든스테이트를 고생시킨 팀이 오클라호마시티였다. 73승을 거두던 강력한 골든스테이트의 모습이 오클라호마시티를 상대로는 한풀 꺾였다.

이번 시즌 오클라호마시티의 홈팬들은 듀란트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AFPBBNews = News1
▶돌이킬 수 없는 관계

이같은 팀 차원의 노력에 듀란트는 만족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물론 듀란트는 오클라호마시티를 떠난 뒤로 전 동료들이 아닌 오클라호마시티의 경영진에 아쉬움을 토로하곤 했다. 인원 보강에서 불만족을 느꼈다고 밝히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자신이 전 동료들을 내심 직접적으로 비난하고 있음을 세상에 밝힌 해프닝이 일어났다. 가뜩이나 좋지 못했던 서로의 감정에 골만 더욱 깊게 파였다.

NBA 역사에서 경쟁 관계를 넘어선 적대심을 가지고 맞붙었던 팀들의 경우는 있었지만 이보다 큰 적대심의 분위기는 찾기 힘들어 보인다. 이번 시즌 골든스테이트가 오클라호마시티를 방문할 때 어떤 장면이 나올지 흥미도 있지만 보기 불편한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생길 정도다. 오클라호마시티가 골든스테이트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경기는 11월말과 4월초, 2번에 걸쳐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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