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겐나디 골로프킨(35·카자흐스탄)과 카넬로 알바레즈(27·멕시코)가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골로프킨과 알바레즈는 17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협회(WBA)·국제복싱연맹(IBF) 미들급 통합챔피언전에서 12라운드 판정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골로프킨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라이트미들급 금메달,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미들급 은메달 등 아마추어 시절부터 화려한 명성을 쌓은 뒤 프로에서는 무려 37전 전승 행진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33차례나 KO승을 거뒀고, 지난 3월 다니엘 제이콥스에 판정승을 거두기 전까지는 무려 9년 동안 KO로만 승리를 쌓아왔다. 이날 19차 타이틀 방어전에 나서며 버나드 홉킨스의 20차 방어 기록에도 바짝 다가섰다.

알바레즈 역시 만만치 않은 전적을 쌓아왔다. 무려 49승을 기록한 가운데 지난 2013년 9월 ‘복싱계의 전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의 운영에 말려 판정패한 것이 유일한 패배였다. 알바레즈의 우세를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상당수 있었을 만큼 골로프킨에게도 이번 대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1라운드부터 2라운드까지 두 선수는 저돌적인 모습보다 상대의 움직임을 주로 간파하며 팽팽한 탐색전을 펼쳤다. 골로프킨은 잽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흐름을 본인의 것으로 가져오지 못했고, 알바레즈 역시 묵직한 유효타를 꽂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3라운드 들어 알바레즈가 어퍼컷을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타는 듯 했지만 골로프킨도 서서히 적극적인 모습을 가져가면서 경기가 점점 뜨거워졌다. 골로프킨은 4라운드에도 알바레즈를 코너로 몰아가며 알바레즈를 압박해나갔다. 그러나 알바레즈도 빼어난 가드를 선보이며 반격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노렸다.

5라운드에는 두 선수의 신경전이 더욱 거세졌다. 약 1분 여를 남기고 한 차례씩 강한 펀치를 주고받았고, 이후 골로프킨이 충격을 줄 수 있는 라이트를 또 한 차례 꽂았다. 하지만 알바레즈도 고개를 흔들며 미소를 짓는 등 여유로운 태도를 취했고, 콤비네이션을 시도하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6, 7라운드에도 골로프킨의 공격적인 성향이 계속 이어진 가운데 알바레즈 역시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카운터 펀치를 적절히 활용했다. 특히 8라운드에서는 골로프킨의 턱에 어퍼컷을 명중시키며 순간적으로 분위기를 뒤집는 모습을 보였다.

두 선수는 9라운드 들어 다시 불타올랐다. 골로프킨이 초반부터 강렬한 펀치를 통해 알바레즈를 몰아붙이는 듯 했지만 알바레즈도 묵직한 라이트를 앞세워 골로프킨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10라운드 들어 알바레즈가 거센 펀치를 연이어 쏟아내면서 골로프킨이 휘청거리는 모습이 나왔다. 골로프킨도 압박을 풀지 않으며 이를 만회하고자 했지만 전반적으로 알바레즈의 영리한 운영이 돋보인 라운드였다. 반면 11라운드에는 골로프킨이 한 차례 좋은 펀치를 적중시키면서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승부가 이어졌다.

12라운드 마지막 3분 동안 두 선수는 모든 힘을 쏟아냈다. 알바레즈는 2분 여를 남기고 첫 레프트를 성공시킨 것을 비롯해 7연속 소나기 펀치를 퍼부었고, 골로프킨도 1분 여를 남기고 알바레즈의 가드를 뚫는 공격을 성공시켰다. 경기가 종료되는 순간 두 선수 모두 손을 치켜들며 본인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판정 이후에는 두 선수 모두 활짝 웃지 못했다. 심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결국 어느 선수의 손도 들어주지 못하는 상황이 나왔기 때문.

결국 골로프킨은 38번째 경기에서 처음으로 무승부를 기록하게 됐으며 2경기 연속 KO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알바레즈 역시 커리어 두 번째 무승부에 찜찜한 기색을 드러낸 것은 마찬가지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두 선수는 나란히 본인이 더 우세했던 경기였음을 강조한 뒤 재대결에 대한 의사도 내심 드러냈다.

화끈한 펀치를 자랑해온 선수들 간의 대결이었던 만큼 전세계 복싱 팬들의 높은 기대가 모아졌지만 ‘소문난 잔치’에 결국 KO도 승자도 없었다. 결국 두 선수의 승부는 재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