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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프로야구 초창기의 삼성은 해태의 벽을 좀처럼 넘지 못하며 만년 2인자의 설움을 겪었다. 때문에 ‘1등 제일주의’를 지향해온 그룹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력 향상에 박차를 가했다.

1999시즌을 앞두고는 당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 임창용을 영입하기 위해 팀의 간판 타자였던 양준혁 뿐 아니라 곽채진, 황두성, 여기에 현금 20억원까지 얹어주는 초대형 빅딜을 성사시켰다.

또한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 라이벌팀 해태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우승 청부사’ 김응용 감독-선동열 코치를 차례로 영입했다. 결국 삼성은 2002년 한국시리즈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 이제는 과거의 영광으로만 남게 된 2014시즌 삼성의 통합 4연패. 스포츠코리아 제공
삼성의 투자는 우승 후에도 계속됐다. 특히 2004년에는 심정수를 4년 60억원, 박진만을 4년 39억원에 FA 영입하며 야구계를 발칵 뒤집었다.

13년이 지난 현 시점에는 40억~60억원이 준척급 선수들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금액이지만 당시에는 정수근 외에 총액 30억원 규모를 받은 선수조차 찾을 수 없었다. 삼성 선수단의 연봉 총액이 약 39억원 내외였음을 감안하면 삼성의 투자가 얼마나 공격적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이 2005년과 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돈으로 우승을 사려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거세졌다. ‘돈성’이라는 비아냥거림이 가장 심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은 2004년 이후 10년을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더 이상 외부 FA를 보강하지 않았다. 이미 충분한 전력이 갖춰졌다는 판단 하에 내부 육성으로 투자의 방향을 전환해 팜 시스템 강화에 초점을 맞췄고,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김상수, 안지만 등이 그 과정에서 팀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특히 새로운 30년의 미래를 내다본 선택으로 ‘BB 아크(Baseball Building Ark)’를 설립하는 등 3군 시스템을 더욱 강화했고 시설과 인력 등에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FA 내부 단속만으로도 충분히 강한 전력이 계속 유지됐고, 결국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통합 4연패의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몰락이 시작됐다. 삼성은 2015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주축 투수 3인방이 해외원정도박 논란에 휩싸여 이들을 엔트리에서 제외시켰고, 결국 5년 연속 통합 우승의 꿈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삼성 입장에서는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지만 2015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5년 연속 1위에 올랐기 때문에 팀을 빠르게 수습했다면 정상 탈환을 다시 노려볼 수도 있었다.

  • 2년 연속 9위는 삼성이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적 현실이다. 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삼성 왕조의 영광은 이듬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65승78패1무의 초라한 성적으로 창단 이후 가장 낮은 9위에 머문 것.

물론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을 남겼고, 부상자들이 속출하는 등 악재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삼성의 전력 보강 의지가 전혀 없었던 것도 몰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특히 박석민을 내부 FA 단속하는데 실패했고 외국인 타자 나바로와 결별한 부분도 아쉬웠다. 삼성 측에서 밝힌 ‘성실성 조항’에 대한 나바로와의 의견 차이보다 실질적으로는 일본과의 머니게임에서 밀렸다는 해석이 많았다.

페넌트레이스 1위에서 9위까지 추락한 삼성은 ‘30년 삼성맨’ 류중일 감독과의 재계약을 과감히 포기했다. 김한수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하는 한편 단장까지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투자는 이번에도 인색했다. 최형우, 차우찬 등 투타 핵심 역할을 해줘야 할 집토끼를 모두 놓치면서 팬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이원석과 우규민을 영입해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삼성이 내세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투자로 보기에는 오히려 위험 요소가 뒤따르는 보강이었다.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상당히 소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며, 그 팀이 과거 ‘1등 제일주의’를 외친 삼성이었다는 점에서 180도 달라진 변화에 어색함을 느낀 이들이 많았다.

  • 이건희 회장(좌)과 이재용 부회장(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소속이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면서 지원이 눈에 띄게 감소했지만 이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면에 나선 순간부터 스포츠단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분위기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달리 이재용 부회장은 스포츠단을 비즈니스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컸다고 전해지고 있다. 2015년 테니스, 럭비팀을 연이어 해체했고, 프로축구 수원 삼성도 야구단과 마찬가지로 긴축재정 여파가 찾아오면서 지난해에는 강등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다.

이같은 행보가 반드시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 FA 시장의 거품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투자를 택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두산, 넥센의 경우 우수한 젊은 자원들을 끊임없이 발굴해내면서 구단들이 지향해야 할 투자의 방향성을 제시했고, 반대로 외부 수혈에 모든 것을 올인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구단들도 그동안 많았다.

문제는 삼성이 명예회복을 이루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2000년대 중후반 젊은 선수들을 다수 키워낸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에는 팀에 무게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들도 많았다.

든든한 선배들을 따라 큰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하며 승리 DNA까지 장착할 수 있다면 성장 가능성과 속도도 그만큼 높고 빠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의 삼성은 간판 선수들 다수가 팀을 떠난 상황이고, 젊은 선수들에게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는 이승엽 역시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결정한 상태다. 직접 나서는 경험 뿐 아니라 보고 배우는 경험 역시 중요하지만 삼성은 선수단을 이끌 확실한 구심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또한 왕조 시절 신인 지명 순위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면서 타 구단보다 잠재력 있는 선수 충원이 어려웠던 점도 반등을 노리는 삼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이다.

실제 BB 아크에서 잠재력이 제대로 터진 선수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류중일 전 감독 역시 BB 아크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육성은 그만큼 ‘모’ 아니면 ‘도’의 성향이 강하다.

올시즌 투수 쪽에서는 장필준을 필두로 최충연, 김승현 등이 충분한 기회를 부여받았고,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1차 최채흥,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 양창섭 등을 영입했기 때문에 이들의 성장 여부에 따라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단 타선에서는 이승엽의 뒤를 이을 간판으로 자리 잡은 구자욱 외에는 미래 전망이 썩 밝지 못하다.

삼성은 올해도 14일 현재 51승78패4무로 2년 연속 9위에 머물러 있다. 포스트시즌 탈락은 이미 확정됐다. 여기에 팀 최초 3할 승률이라는 위기까지 찾아온 상황이지만 다음 시즌에도 화끈한 투자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최강 삼성’의 자긍심을 스스로 일찌감치 내려놓은 만큼 이제는 암흑기를 버틸 인내심을 기르고 확실한 중장기적 비전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방법 밖에 남아있지 않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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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9/17 0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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