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영구결번 하나로는 코비 브라이언트가 미국 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에 남긴 발자취를 모두 설명할 수 없었다.

미국 스포츠매체 ESPN을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13일 “LA 레이커스가 오는 12월18일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의 경기에 앞서 브라이언트의 영구결번식을 연다”고 보도했다.

특히 레이커스는 브라이언트가 프로 데뷔 때 새긴 등번호 8번 뿐 아니라 2006~07시즌부터 은퇴할 때까지 달았던 24번도 나란히 영구결번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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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레이커스는 브라이언트에 앞서 월트 체임벌린(13번), 엘진 베일러(22번), 게일 굿리치(25번), 매직 존슨(32번) 카림 압둘-자바(33번), 샤킬 오닐(34번), 제임스 워디(42번), 제리 웨스트(44번), 자말 윌크스(52번)의 번호가 영구결번됐다.

적은 숫자는 아니다. 그러나 해당 선수 모두 NBA의 전설적인 스타들이며, 레이커스가 통산 두 번째로 많은 우승을 차지한 명문 구단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레이커스는 그동안 영구결번에 인색했던 편이다.

브라이언트 역시 영구결번 되지 않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기여를 했지만 8번과 24번 유니폼 모두 스테이플스 센터 천장에 걸릴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레이커스가 통큰 결정을 내린 것은 그만큼 브라이언트의 발자취가 위대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199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3순위로 샬럿에 지명된 직후 곧장 레이커스로 트레이드 된 브라이언트는 이후 은퇴할 때까지 20시즌을 오직 레이커스에서만 뛰었다. 통산 3만3643점으로 역대 누적 득점 3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평균 25점 5.2리바운드 4.7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모두 열거하기 힘들 만큼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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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을 새기고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뽐내며 2000년대 초반 샤킬 오닐과 레이커스의 3연패를 함께 이끌었다. 이후 암흑기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24번 유니폼을 입고서는 더욱 완숙한 플레이를 펼치며 2000년대 후반 레이커스의 우승을 두 차례나 더 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등번호로 나란히 10시즌 씩을 양분했고, 우승 뿐 아니라 올스타, 올-NBA 퍼스트팀 등 각종 수상 내역에서도 어느 정도 균형 있는 모습을 보였다. ‘8번’ 브라이언트는 8번의 올스타와 4번의 퍼스트팀, 3번의 우승 등을 경험했고, ‘24번’ 브라이언트는 10번의 올스타, 7번의 퍼스트팀, 2번의 우승 및 파이널 MVP, 정규시즌 MVP(1회) 등의 업적을 이뤘다. 각각의 등번호로 이룬 커리어만 떼어놓고 봐도 영구결번에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20년을 한 팀에서만 뛴 NBA 선수는 브라이언트가 유일하다. 물론 덕 노비츠키가 2017~18시즌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20년을 채우게 되고 향후 브라이언트를 넘어설 여지도 충분하지만 ‘최초’라는 타이틀은 평생 뒤바뀌지 않는 기록이다. 브라이언트는 레이커스의 화끈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충분한 레전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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