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측면에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는 한때 제법 기대를 받던 팀이었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선수들 중심으로 최근 팀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2015~16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 당시 디트로이트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게 스윕을 당하며 물러나긴 했지만 동부 플레이오프 진출 팀들 중 클리블랜드와 가장 적은 평균 점수 차(-8.5)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대를 받고 들어선 2016~17시즌 디트로이트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실망감을 남겼다.

주전 센터 안드레 드러먼드(24)도 책임을 피해갈 순 없었다. 루키 계약 신분에서 벗어나 맥시멈의 대형 계약을 따낸 첫 시즌에서 좋은 신호를 보여주지 못했다. 오롯이 드러먼드만의 탓은 아니겠지만 팀의 모든 선수들 중 2번째로 가장 안 좋은 코트 위 마진(-3.4)을 드러먼드가 남겼다.

드러먼드의 커리어 초창기 비교대상이었던 앤써니 데이비스와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AFPBBNews = News1
그렇다면 팀의 중심으로 삼으며 맥시멈 계약을 안겨줬던 디트로이트의 선택은 틀렸던 것일까. 몇 가지 시각들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리그 19번째로 높은 연봉

이번 2017~18시즌에 드러먼드가 받는 샐러리는 2377만5506달러(약 268억원)로 리그 공동 19위의 높은 액수다. 드러먼드와 동일 액수를 받는 다른 선수들로는 앤써니 데이비스(뉴올리언스 펠리컨스), 브래들리 빌(워싱턴 위저즈), 하산 화이트사이드(마이애미 히트)가 있다. 이 중 1989년생의 화이트사이드를 빼면 모두 1993년생의 같은 나이다.

또한 데이비스와 빌은 드러먼드와 같은 년도인 2012년 드래프트에서 뽑힌 공통점도 있다. 드러먼드를 제외한 나머지 세 선수들은 저마다 2016~17시즌에 자신들의 첫 대형 계약에 걸맞은 활약을 보였다. 이들에 비하면 드러먼드에게 향한 조명은 그리 밝지 못했다.

이제 다음 년도면 드러먼드는 25세, 즉 마냥 성장의 여지를 놓고 평가할 수 없는 때가 된다. 지금 보여주고 있는 기량과 숫자가 바로 평가의 잣대가 된다는 뜻이다. 받는 액수로나 나이로나 드러먼드는 엄격한 평가의 대상이 됐다.

▶하락해 버린 숫자들

농구 기록지에 드러먼드가 남긴 숫자는 오히려 5년차에 더 줄어들고 말았다. 평균 13.6득점 13.8리바운드 1.1블락의 주요 기록들을 남긴 그는 우선 평균 출전시간(29.7분)에서 신인 때(20.7분)를 제외하고 가장 낮았다.

또한 NBA 통계 사이트 바스켓볼 레퍼런스를 통해 보면 하나의 숫자로 표현하는 농구 기록 생산성이 가장 낮기도 하다. 플레이어 이피션시 레이팅(PER)에서 20.9는 커리어 중 가장 낮으며, 윈 셰어(WS) 6.7은 신인 때(4.7)를 제외하고 가장 낮다. 리그 2위에 오른 평균 13.8리바운드를 기록했음에도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데에는 공격 쪽에서 활용도가 줄은 이유가 크다.

▶낮은 공격 진영 활용도

드러먼드가 팀의 중심으로서 존재를 굳히기 가장 힘든 이유가 공격 진영에서 나온다. 드러먼드의 손에 볼이 들어갔을 때 괜찮은 효율성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선 근본적인 문제가 자유투다. 2013~14시즌의 41.8%를 제외하면 자유투 성공률 40%를 넘긴 시즌이 없다. 때문에 빅맨으로서 효율성을 올릴 좋은 수단이 없는 셈이다. 자유투 정확도가 커리어에 따라 성장하지 못하는 경향을 놓고 봤을 때 결국 좋은 야투 기회를 찾아내는 방법 외엔 없다.

하지만 아직 드러먼드가 능동적으로 좋은 야투 기회를 찾아내기는 부족해 보인다. 포스트에서 상대 수비와 대치할 때 효과적으로 골밑으로 파고드는 장면이 많지 않다. 때문에 확률에 크게 기대는 훅 위주로 승부를 보고 있지만 부족한 자유투 능력을 메우고 남을 정도는 아니다. 이런 문제들 탓인지 드러먼드의 전 시즌 야투 시도 11.2회는 최근 3시즌 중 가장 낮다.

▶높은 리바운드 숫자와 잘 연결되지 못한 수비

2016~17시즌 드러먼드의 평균 수비 리바운드(9.5개)는 리그 3위였다. 게다가 코트 위에 있는 동안 상대방이 실패한 샷들 중 37.3%를 걷어낸 드러먼드의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은 리그 1위에 올랐다.

이런 드러먼드를 보유한 디트로이트 역시 리그 1위의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81.2%)을 기록했다. 상대 턴오버와 함께 수비의 종료 행위인 수비 리바운드에서 강세인 디트로이트는 수비에서 강한 편이었을까. 다소 애매하다. NBA닷컴에 따르면 전 시즌 디트로이트는 100포제션 당 105.3실점을 기록하며 리그 11위의 수비지표를 기록했다.

이제 드러먼드가 자신의 뛰어난 신체 재능을 리바운드 외에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AFPBBNews = News1
상대방 턴오버가 27위(12.8개), 상대방 야투율이 20위(46.0%)에 그치며 수비 리바운드의 강세가 많이 퇴색됐다. 그런데 디트로이트는 드러먼드가 코트에 있을 때 자신들의 평균보다 못한 수비를 보였다.

2016~17시즌 3961분 동안 100포제션 당 105.3실점을 기록한 디트로이트는 드러먼드가 코트 위에 있던 2409분 동안 108.9실점을 남겼다. 이는 1000분 이상 뛴 디트로이트 선수들 중 레지 잭슨(110.5)에 이어 2번째로 안 좋은 개인 수비지표다.

다행히 같은 시간에 뛴 동료와 상대방의 변수를 최소화시킨 ESPN의 리얼 플러스-마이너스(이하 RPM)에 따르면 드러먼드가 수비에서 도움이 됐다. 수비 때 디트로이트는 드러먼드와 함께 한 동안 리그 평균의 선수보다 100포제션 당 1.55점의 이득을 냈다. 다만 센터 64명 중 27위는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은 성과다. 공격 때 -1.80점만큼의 손해를 상쇄하지 못하는 크기이기도 하다.

▶현실적인 위치

일단 전 시즌 드러먼드의 성과는 높은 샐러리라는 기대를 채우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농구 기록지의 측면으로든 팀의 성과 연계성으로 보든 돋보이는 스타의 신호는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인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면 공격보다는 수비가 빠를 것이다. 볼을 가지고 있을 때 능동적으로 좋은 결과를 내기에는 아직 소질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수비에서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우선 강력한 리바운드 능력을 보여줬다. 다만 현재로써 문제는 리바운드 외의 활동에서 아직 자신의 거대한 몸을 효과적으로 쓰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대가 더 어렵게 슛하도록 만드는 움직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성장의 폭이 아직 완전히 막히지 않았음을 볼 수 있는 다른 선수의 사례가 있다. 디안드레 조던(29·LA 클리퍼스)이 드러먼드와 비슷한 신체조건으로 25세의 2013~14시즌부터 도약을 이룬 적이 있다. 조던도 스스로의 공격에 소질이 없지만 수비로 크나큰 기여를 하고 있는 선수다.

적어도 수비에서만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줘도 현 리그에서 센터의 효용성은 매우 크다. 따라서 향후 시즌에서 본인의 계약 값어치를 증명할 가능성은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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