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승리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가 따냈지만 진정한 승자는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두 선수의 기본적인 기대치 및 경기 조건 등에서 비롯된 결과다. 단순히 시합에서 보여준 기량만 놓고 본다면 메이웨더의 압도적인 승리나 다름없다. 기록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메이웨더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맥그리거와의 슈퍼웰터급 12라운드 복싱 경기에서 10라운드 TKO로 승리를 거뒀다.

ⓒAFPBBNews = News1
이번 승리로 메이웨더는 복싱 사상 최초로 50전 전승을 기록해 전설적인 헤비급 복서 로키 마르시아노의 49전 전승 기록을 넘어서는데 성공했다. 2015년 은퇴를 선언한 뒤 약 2년 간의 공백기가 있었지만 세계 최고의 복서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그러나 패배한 맥그리거에 대한 찬사의 목소리도 많다. 사실 경기 전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메이웨더의 압도적인 우위를 점쳤다. 맥그리거의 경우 프로 라이센스를 딴 지 8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복싱 룰에서는 압도적인 경험을 가진 메이웨더의 적수가 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맥그리거는 1라운드부터 오히려 상대를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였고,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도 10라운드까지 버티는데 성공하며 패하고도 잘 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 간 기량 차이가 뚜렷했던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영국 BBC가 공개한 심판 채점표에 따르면 3명의 심판 모두 1라운드에서는 10-9로 맥그리거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후에는 사실상 메이웨더가 경기를 지배했다. 단 1명의 심판만이 1~3라운드까지 맥그리거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을 뿐 나머지 2명은 2라운드부터 메이웨더에게 줄곧 10점을 매겼다.

메이웨더-맥그리거 맞대결에서의 심판 채점표. BBC 홈페이지 캡처
특히 메이웨더는 4라운드부터 줄곧 10점을 받았고, 7라운드를 마친 시점에서는 누적 점수에서 모든 심판에게 우위를 인정받았다. 맥그리거의 경우 TKO패를 당하기 전 9라운드에서 2명의 심판에게 8점을 얻는데 그쳤다.

펀치 적중률에서도 제법 격차가 컸다. 미국 스포츠매체 SBNation에 따르면 잽의 경우 메이웨더가 성공률 31%(18/59)로 맥그리거(28%, 27/98)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파워 펀치에서 메이웨더는 무려 58%(152/261)의 적중률을 나타내며 25%(84/332)에 그친 맥그리거를 압도했다. 종합 펀치에서도 메이웨더(53% 170/320)가 맥그리거(26% 111/430) 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를 남기며 훨씬 효율적인 경기를 했다.

화끈한 경기력이 나왔다고 보긴 어렵지만 메이웨더 입장에서는 단지 '메이웨더'다운 경기를 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예상보다 승부가 길어졌으나 초반부터 무리한 맞대응을 가져갈 이유는 전혀 없었다. 메이웨더 스스로도 “종합격투기의 최장 시간이 25분이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맥그리거가 치질 것으로 예상했다”며 장기전 승부가 의도가 담긴 전략이었음을 밝혔다.

하지만 냉정히 봤을 때 맥그리거에게 애초부터 승리하기 힘든 승부였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애초 받았던 기대치와 더불어 얼마나 버텼느냐에 초점을 맞춘다면 맥그리거 역시 남다른 정신력을 발휘해 충분히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볼 수 있다.

메이웨더도 경기 후 “예상보다 강한 상대였다. 거친 상대와 멋진 경기를 치렀다”며 맥그리거의 실력에 대해서만큼은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