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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한국축구는 위기에 빠져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막바지에 다다랐는데, 아직까지 본선 진출 여부가 불투명하다. 남은 2경기 결과에 따라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도, 혹은 두 차례 플레이오프라는 관문을 거쳐 진출 여부를 가려야 할 수도 있다.

이란-우즈베키스탄으로 이어지는 남은 일정을 두고 ‘한국축구의 명운이 걸려있다’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신태용(47) 감독이 위기에 빠진 대표팀을 구하기 위해 소방수로 나섰다. 거듭된 부진 속에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이 경질된 뒤 지난달 신 감독이 지휘봉을 이어 잡았다.

당면과제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 걸린 운명의 2연전을 무사히 통과하는 것. 이를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던 신 감독은, 베테랑들의 파격적인 발탁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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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생’ 이동국 필두로 베테랑 ‘속속’ 합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부임 직후부터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의 ‘변화’를 천명했다. 그는 “슈틸리케 감독과는 성향도, 스타일도 다르다”면서 전임 감독의 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선수들의 나이 역시 그에게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신 감독은 나이와 무관하게 경기력만 좋으면 대표팀에 뽑겠다는 의지를 늘 내비쳤다.

이는 한동안 대표팀과 인연이 닿지 않았던 베테랑들에게 고스란히 동기부여가 됐다. K리그를 무대로, 나이와는 무관한 활약이 거듭 이어졌다. 신 감독도 그들의 활약에 답했다. 지난 14일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베테랑들의 대거 발탁 소식을 전했다.

1979년생 이동국(38·전북현대)의 승선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4년 10월, 자신의 103번째 A매치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그는 약 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신 감독은 “슈팅 타이밍이나 침투하는 동료들을 향한 패스는 여전히 최고의 클래스“라면서 그의 재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또 ‘왼발의 마술사’ 염기훈(34·수원삼성)도 대표팀의 재부름을 받았다. 날카로운 왼발 킥력으로 소속팀의 공격을 이끌던 그는 2015년 6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대표팀에 재승선했다. 스스로 “(이)동국이 형이 와서 이제는 적은 나이가 됐다”며 웃어 보인 이근호(32·강원FC) 역시 신 감독이 선택한 ‘베테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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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으로 뽑힌 베테랑들, 그리고 ‘플러스 알파’

물론 이들의 발탁은 좋은 경기력이 전제되어 있다. 이동국(19경기 4골3도움)과 이근호(27경기 5골4도움)는 공격포인트는 많지 않더라도, 전방에서 헌신적인 플레이로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지난해 K리그 도움왕인 염기훈은 올 시즌 역시 27경기에 출전, 4골 9도움으로 맹활약 중이다.

여기에 신태용 감독은 이들에게 ‘또 다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주는 정신적인 지주 역할이다. 앞서 대표팀의 기강 해이나 부족한 정신력 등이 도마 위에 올랐던 것과도 맞닿아 있다. 신 감독의 표현대로 원팀(One Team)이 되기 위한 구심점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신태용 감독은 이를 ‘플러스 알파’라고 표현했다. 그는 “베테랑들은 정신적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 왜 월드컵에 나가야 하는지 선수들의 정신력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마흔이 다 된 이동국이 열심히 뛰는데, 후배들이 안 뛰겠나”라고 말했다.

후배들에게도 이들의 존재는 든든하다. 김신욱(29·전북)은 이동국을 향해 “전북을 잘 이끌어가는 것처럼 대표팀도 잘 이끌어 가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근호 역시 “형들이 있는 대표팀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팀이 어려울 때 상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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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진에도 형님들 합류… 훈련장에서도 존재감

비단 선수들뿐만이 아니다. 신태용호 코치진에도 ‘형님들’이 합류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중심에 섰던 김남일(40) 차두리(37) 코치다. 신 감독은 이들의 경험과 수비적인 노하우가 대표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극과 극인 두 코치의 성향이 대표팀의 중심을 잘 잡아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김남일 코치는 선수 시절부터 ‘카리스마’로 유명했다. 코치 부임 직후에도 “대표팀에 간절함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음 같아서는 빠따(방망이)’라도 치고 싶은데, 시대가 시대인 만큼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며 후배들의 정신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면 차 코치는 선수 시절부터 후배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성격이었다. 비교적 최근까지 선수와 코치로 대표팀에 몸을 담았던 만큼, 현 대표팀 선수들이 낯설지도 않다. 신 감독은 “차두리 코치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간 가교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러한 형님들의 존재감은 훈련장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동국 염기훈 등은 큰 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후배들을 이끌었고, 차두리 코치의 웃음소리는 훈련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끌어 올렸다. 훈련을 모두 마친 뒤에는 선수단이 둥그렇게 모인 뒤 신 감독과 차 코치, 이동국 순으로 마무리 멘트를 전했다.

지난 21일부터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모여 담금질에 돌입한 신태용호는 오는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9차전을 치른다. 그리고 내달 5일 자정(한국시각)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승점13점(4승1무3패)을 기록 중인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승점12점)에 1점 앞선 A조 2위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려면 2위 자리를 지켜야만 한다. 3위로 떨어질 경우, 아시아예선 B조 3위, 그리고 북중미예선 4위팀과의 두 차례 플레이오프를 모두 통과해야 월드컵에 나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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