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골프선수와 야구선수가 장타 대결을 한다면 과연 누가 이길까? 사실 아무 의미가 없다. 골프는 홀컵에 반드시 공을 넣어야 하고, 야구는 치고 달리고 잡고, 할 일이 많다.

멀리 치는 것 하나로만 대결을 벌인다는 것은 그저 호기심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호기심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리고 그 호기심을 철저하게 이용할 줄 아는 두 선수가 맞붙는다.

'전승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40·미국)와 UFC 최고의 스타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가 오는 8월 27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수퍼웰터급(69.85㎏) 12라운드 복싱 대결을 펼친다.

메이웨더는 복싱(Boxing), 맥그리거는 이종격투기(MMA)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두 선수의 대결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전혀 다른 종목의 맞대결이라는 점에 있다.

격투기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복싱과 이종격투기는 전혀 다르다. '상대를 때려서 쓰러뜨리는 것' 외에는 모든 룰이 다르다.

복싱은 철저히 주먹으로만 싸운다. 이종격투기는 주먹과 킥이 모두 가능한 입식타격, 그리고 매치기, 조르기, 누르기, 관절 꺾기 등이 가능한 그래플링이 섞인 종목이다.

성격이 전혀 다른 종목끼리의 맞대결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1976년 일본에서 세기의 대결이 있었다. 바로 복서 무하마드 알리와 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의 시합이었다.

최고의 흥행 카드였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34개국 생중계를 통해 대략 15억 명이 그 경기를 봤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아쉬웠다. 승패 없이 무승부였다.

애매한 룰로 인해 경기 내내 이노키는 그라운드에 누워서 알리를 불렀고, 알리는 서서 이노키와 승부하려 했다. 무승부가 당연했다.

그러나 이번 메이웨더와 맥그리거의 대결은 다르다. 두 선수는 '복싱'으로 합의했다. 무승부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KO든 판정이든 승패는 가려진다. 그래서 더 기대가 크다.

메이웨더. 연합뉴스 제공
메이웨더와 맥그리거, 누가 더 강한가?

메이웨더에게 '패배'라는 단어는 없다. 오로지 승리뿐이었다. 49전 49승 무패다. 거기에 WBC 슈퍼페더급을 시작으로 라이트, 라이트 웰터, 웰터, 슈퍼 웰터급까지 5체급을 석권했다. 메이웨더는 체급의 벽을 뛰어넘은 천재였다.

그는 철저한 아웃복서다. 안으로 파고 들어가서 맞대결을 펼치는 것을 싫어한다. 대신 왼쪽 어깨를 이용한 철저한 방어와 뛰어난 동체시력을 앞세워 정타를 허용하지 않는다.

공격력이 약한 것도 아니다. 49승 가운데 KO가 무려 26번이다. 그럼에도 메이웨더는 상대가 오길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러다보면 상대가 더 급해진다.

그렇게 상대가 펀치를 난사하다가 체력적으로 빈틈을 보이는 순간, 장기인 카운터로 상대의 턱을 가격해 경기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방어에 타고난 복서다.

그러다보니 재미가 없다. 화끈한 펀치 난타전을 메이웨더 경기에서 보는 것은 애초에 포기해야 한다. 대신 지지 않기 위한 복싱, 그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메이웨더다.

메이웨더가 복싱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면 맥그리거는 종합격투기 최고의 이슈 메이커이자 강자다. 그는 세계 최고의 이종격투기 단체인 UFC의 페더급과 라이트급, 두 체급을 최초로 석권했다.

파이팅 스타일이 화려하다. 우선 상대를 도발하는데 상당히 능하다. 그리고 먼저 때린다. 타격도 날카롭다. 상대의 턱과 안면에 펀치를 꽂아넣는 정확도가 상당히 높다.

왼손잡이 사우스포인데다 리치도 길다보니 원거리에서 타격을 하다가 조금이라도 기회가 생기면 망설이지 않고 덤벼든다. 실제로 맥그리거의 경기는 대부분 2라운드 전후로 끝이 난다.

킥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맥그리거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그렇다고 복싱 스킬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UFC 내에서도 그의 타격은 최상위 수준이다.

메이웨더, 맥그리거. 연합뉴스 제공
전문가들 "복싱룰 입각…메이웨더 우세"

하지만 두 선수가 합의를 본 종목이 '복싱'이라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메이웨더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맥그리거가 복싱에 대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상대는 세계 최고의 복서다.

이미 프로에서 단 1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가 최고 일류 복서와 복싱 룰로 맞붙는다는 점에서 이미 승패는 가려졌다는 평가가 많다.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12라운드 경기라는 점이다.

챔피언 타이틀전에서나 볼 수 있는 3분 12라운드를 끝까지 소화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MMA가 구르고 뒤집고, 여러 동작을 같이 하기에 체력 소모량이 더 크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라운드별로 체력을 배분하고 경기를 몸으로 읽으며 상대와 대결한다는 점에서 맥그리거가 복서 메이웨더를 이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맥그리거는 기죽지 않는다. 맥그리거는 1988년생, 만 29세다. 반면 메이웨더는 1977년생, 만 40세다. 한참 전성기를 구가하는 맥그리거와 달리 메이웨더는 형식적이지만 은퇴를 했다.

타고난 동물적 감각을 바탕으로 젊음이라는 최고의 무기를 가진 맥그리거의 승리를 점치는 이 역시 생각보다 적지 않다.

맥그리거. 연합뉴스 제공
대결의 목적? 그들이 가는 곳에 항상 돈이 있다

사실 두 선수는 이미 붙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주먹이 오고 가지 않았을 뿐, 입으로는 이미 수 차례의 대전을 펼쳤다. 이들은 오는 27일의 맞대결을 위해 3개국 4개 도시(로스앤젤레스·토론토·뉴욕·런던)를 도는 프로모션 투어를 마쳤다.

최대한 흥행 열기를 몰아 현장 티켓 및 유료시청 서비스를 더 팔겠다는 의도였다. 두 선수의 대결을 일종의 '서커스'로 보는 이도 적지 않다. 그만큼 이벤트성이 강한 대회다.

하지만 두 선수는 개의치 않고 온갖 설전을 펼치며 팬들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켰다. 돈을 하늘에 뿌리면서 인종차별적 성격이 담긴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두 선수가 이러한 자극적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돈이다.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경기가 열리는 T-모바일 아레나 경기장의 입장권은 최소 500달러(57만원)부터 최대 1만 달러(1146만원)다.

집에서 TV로 이들의 경기를 볼 수 있는 유료시청 서비스의 가격도 89.95달러(약 10만원)에 이른다. 티켓 판매가 부진하다는 말도 있지만, 대전료 및 중계권료 수익은 역대 최고를 찍을 전망이다.

이 경기를 통해 메이웨더는 1억 5000만달러(약 1700억원), 맥그리거는 1억 달러(약 1150억원)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매치업 성사 자체로 두 선수는 대결을 하지 않고도 벌써 승자가 된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한국 팬들은 이 경기를 무료로 볼 수 있다. KBS가 중계권을 가지고 있던 에이클라 엔터테인먼트에게 TV 중계권을 재매입 했다. 오는 27일 오전 10시 30분부터 공중파 KBS 2TV에서 이들의 경기가 생중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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