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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경상도 사투리에 ‘쫌’이라는 재밌는 표현이 있다. ‘하지마’, ‘제발’ 등 다양한 의미가 다양한 상황에서 쓰일 수 있는 ‘쫌’이라는 표현은 아예 1군명단에서 제외된 박주호(30·도르트문트), 벤치에도 앉지 못한 이청용(29·크리스탈 팰리스)의 상황에도 쓸 수 있다.

‘이제는 쫌 새로운 팀을 찾자.’

크리스탈 팰리스는 19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11시 잉글랜드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 리버풀과의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사디오 마네의 후반 28분 결승골이 인상적이었던 이 경기에서 이청용은 크리스탈 팰리스의 벤치에도 앉지 못했다.

지난 12일 하더스필드에게 0-3으로 패할 때는 벤치라도 앉았지만 이번에는 아예 벤치에 앉는 18인명단에도 들지 못한 것. 이미 이청용이 새로 부임한 프랑크 데부어 감독의 옵션이 아님은 개막전 하더스필드전부터 감지됐다.

당시 크리스탈 팰리스는 전반에만 2골을 내주며 뒤지고 있어 공격 옵션이 필요했다. 하지만 7명의 교체명단 중 고작 2명만 교체로 쓰고 한명은 아예 쓰지도 않고 0-3으로 패했다. 분명 교체명단에 이청용이 공격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었지만 이청용을 쓰느니 아예 기존 멤버가 스코어를 반전하는데 옳다고 믿은 데부어 감독이었다.

그러다보니 2라운드 리버풀전에서는 아예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18세에 프로경력도 없는 미드필더 제이슨 로킬로와 21세의 왼쪽 윙어 술래이 카이카이는 벤치에 앉았지만 이청용은 벤치에도 못 앉은 것. 경기를 준비하다 이청용이 특별한 부상이 없었다면 18세와 21세 선수에게도 밀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팰리스는 2경기 연속 스리백 포메이션을 쓰면서 이청용이 설 곳이 마땅치 않다. 스리백을 서면 사이드에는 수비성향이 짙은 윙백이 서게 되고 사이드 윙어인 이청용에게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이다. 팀 전술이나 모든 면에서 이청용이 설 곳이 없어 보인다.

예견된 일이다. 2015년 1월 볼턴에서 이적 후 무려 2년반동안 리그에서 선발 출전은 9회에 지나지 않는다(교체 22경기). 그럼에도 계속해서 팰리스에서 도전을 선택하다 이청용은 선수로서 최전성기를 보내야할 시기에 오히려 20대 초반때의 모습도 보여주지 못하고 기량이 퇴화하고 있다.

박주호 역시 마찬가지다. 19일 오후 10시 30분 열린 도르트문트와 볼프스부르크의 경기에서 역시 벤치에도 앉지 못했다. 포칼컵 조차 벤치에도 앉지 못했던 박주호는 현재 23세 이하가 주축인 2군팀에서 훈련 중인 모습이 구단 SNS를 통해 공개됐다. 최근에는 새롭게 부임한 피터 보츠 감독이 박주호의 존재를 모르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주호 역시 명백히 도르트문트의 23인 로스터에도 들지 못한지 3시즌째다. 이적 첫해에는 약간의 출전기회는 있었지만 지난시즌부터 완전히 전력외 취급을 받았고 현재는 시즌이 시작했음에도 2군에 머물러 있다.

이청용과 박주호는 이제 이적을 해야만 한다. 선수로서 실력 향상을 도모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떠나야만 한다. 누가 봐도 팀에서 자신들이 설 곳은 없다. 하지만 여전히 두 선수는 한국이든 아니면 익숙하게 뛰었던 예전 소속팀 혹은 리그에서든 활용가치가 있는 선수다. 인력풀이 한정된 한국축구의 소중한 인재들이다. 두 선수는 2년여전 올바른 선택만 했더라면 기량 면에서 훨씬 더 났고 한국축구가 위기인 현재 상황에서 대표선수로서 제 역할을 했을 선수들이다.

2년이상 명백히 주전경쟁에 밀렸고 이제는 벤치에도 앉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현실을 인식하고 남은 열흘여의 이적시장동안 급여 삭감 등을 감안해서라도 ‘선수’로서 존재가치를 되살려야한다. 또 1년을, 3년째의 시간을 이렇게 보낼 것인가.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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