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A : 7위-4위-5위-6위 유로파리그 우승 1회, FA컵 우승 1회
B : 5위-5위-7위-4위 유로파리그 우승 3회
C : 6위-5위-3위-2위 우승 X
D : 4위-3위-2위-5위 FA컵 우승 3회

지난 4시즌간(2013~2017년) 네 팀의 성적이다. 수치로만 볼 때 누가 가장 뛰어난 성적일까. B는 유로파리그 우승 3회라는 업적이 돋보이고 C는 최근 순위가 상승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D의 경우 FA컵 우승 3회가 눈부시다.

정답 공개. A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B는 세비야, C는 토트넘, D는 아스널이다. 물론 세비야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이기에 직접 비교는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스페인은 UEFA 리그 랭킹에서 최근 5년간 압도적 1위인 리그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독일 분데스리가에도 뒤진 3위 리그다. 새삼 세비야의 위엄이 드러난다.

맨유는 1992년부터 2013년까지 20시즌동안 EPL 최강 중에서도 최강이었다. 20시즌간 13번의 우승은 과연 현대축구에서 가능할까 싶을 정도. 단지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강이 아닌 이 기간동안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2번이나 해냈다. 2000년대 중후반에는 ‘세계 최고’를 뽑을 때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팀이었다.

하지만 위의 순위를 통해 보듯 최근 4시즌간 성적은 20년간 13회 우승의 위엄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달라진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유무다.

ⓒAFPBBNews = News1
2013년 여름 퍼거슨이 은퇴한 후 데이빗 모예스, 루이스 판할, 현재의 조세 무리뉴 감독까지 거쳐 왔다. 맨유는 이 4시즌간 한때 자신들의 아래에 뒀던 세비야나 토트넘보다 리그 성적이 좋지 못했고 라이벌이었던 아스널과도 리그 성적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최근 ESPN과 인터뷰에서 후안 마타가 “세계 최고 클럽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맨유”라고 말한 것은 수치로 볼 때 사실이라기보다 애사심의 발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투자가 되지 않아서일까? 영국 매체 미러지에 따르면 퍼거슨 전 감독은 1986년부터 2013년까지 총 27년간 99명을 데려오는데 5억4650만파운드(약 8천107억원)을 썼다. 하지만 퍼거슨 이후 4년간 19명의 선수를 영입했고 5억8760만파운드(약 8천716억원)를 썼다. 퍼거슨 27년보다 이후 4년간 더 많은 돈을 쓴 것이다. 이는 최근 영입한 네마냐 마티치의 이적료 4000만파운드를 뺀 금액.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이적료 1~3위는 모두 맨유가 지출했다. 폴 포그바(8천900만파운드), 로멜루 루카쿠(7천500만파운드), 앙헬 디 마리아(5천970만파운드)가 1~3위다.

이제 맨유는 20년간 13회 리그우승을 하며 세계를 지배했던 클럽에서 벗어났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냉정히 비효율의 극치였음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한 두 시즌이 아닌 무려 네 시즌이나 그랬다. 프로는 결과로 말해야하는데 그들보다 훨씬 돈을 덜 쓴 토트넘이나 세비야보다 못했던 맨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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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무리뉴 감독이 올 시즌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당장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려야할까? 현실을 봐야 한다. 일단 무리뉴가 할 일은 예전 ‘그 맨유’의 모습에 다가가는 것이다. 퍼거슨이 다시 돌아와도 1년만에 ‘그 맨유’로 돌아갈 수 없다.

일단 팀을 안정적으로 상위권에 올리고, 챔피언스리그 16강권 안에 들며 리그컵 혹은 FA컵 우승을 노려보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 당장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나가고 루카쿠가 영입된 것이 엄청난 플러스일지, 첼시에서 주전에 밀렸던 마티치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물론 무리뉴는 늘 지휘봉을 잡은 2년차 시즌에 놀라운 일을 일궈냈다(포르투 2년차 챔스 우승, 첼시 2년차 리그 2연패, 인터밀란 2년차 트레블, 레알마드리드 2년차 승점100점 우승. 첼시 복귀 2년차 리그 우승).

무리뉴는 세계 최고의 감독이며 토너먼트에서의 승부사 기질도 뛰어나다. 그럼에도 당장 무리뉴가 맨유에서 2년차라는 이유로 리그 우승 혹은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그동안의 맨유를 비춰봤을 때 무리일 수밖에 없다.

지난 4시즌을 통해 맨유는 더 이상 그 옛날의 맨유가 아님이 수치로 드러난다. 그렇다면 기대치를 낮추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상궤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서서히 가야한다. 무리하게 들어갔다가는 튕겨 나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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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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