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NBA 오프시즌은 동부지구 스타가 서부지구로 이동한 사례가 유독 눈에 띄었다. 폴 밀샙, 폴 조지, 지미 버틀러라는 제법 큰 이름의 선수 3명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각 전 시즌 애틀랜타 호크스, 인디애나 페이서스, 시카고 불스의 에이스들이었다. 단순 득점 외에도 코트 위에서 여러모로 팀을 이끈 선수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전 소속팀들이 이런 손실을 겪으면서까지 에이스와 이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밀샙은 득점 외에도 기록지의 모든 항목을 채울 수 있는 다방면 능력이 있다. ⓒAFPBBNews = News1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최근의 어정쩡한 성적보다는 새로운 팀을 건설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는 꽤 힘든 과정을 각오해야 하는 큰 결단이다. 분명 팀의 재건은 오래 걸리기도 하고 구단과 팬 양측에게 큰 인내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애틀랜타 호크스

애틀랜타는 2014~15시즌 60승22패(승률 73.2%)의 훌륭한 성적으로 지구 1위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당시 플레이오프 지구결승에서 만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게 시리즈 스윕을 당하고 말았다. 1라운드에서 보스턴 셀틱스도 클리블랜드에게 스윕을 당했으나 경기 당 점수 마진은 보스턴(-9.3)이 애틀랜타(-13.3)보다 나았다.

당시 카일 코버의 부상을 이유로 들 수 있지만 차기 시즌인 2015~16시즌에도 그리 나아지진 못했다. 역시 클리블랜드에게 스윕을 당했고 평균 12.5점차로 밀렸다.

애틀랜타는 스타 선수의 위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띈다. 평균 두 자릿수 득점원은 많지만 평균 20득점 이상의 선수는 없다. 최근 3시즌 팀 내 평균 득점 1위였던 폴 밀샙도 전 시즌의 18.1득점이 최고치였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전략으로 시즌을 성공할 수는 있지만 스타의 위력이 커지는 플레이오프에서 고전하는 성격이 강했다.

우선 애틀랜타는 드와이트 하워드의 트레이드로 변화의 시작을 예고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팀 성적에 가장 주축이 됐던 밀샙과의 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결국 밀샙은 덴버 너겟츠와 계약을 했고 이제 데니스 슈로더가 에이스로서 나설 예정이다.

물론 애틀랜타는 워낙 선수층이 깊기 때문에 성적 하락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대신 밀샙이 나가며 크게 줄은 샐러리를 통해 다음 해 여름 큰 움직임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인디애나 페이서스

인디애나는 매우 독특한 내력을 갖고 있었다. 지구 1위까지 올라섰던 2013~14시즌, 플레이오프 지구결승까지 올라갔던 2012~13, 2013~14시즌, 이렇게 최근 정점에 달했던 당시 인디애나의 선수단에는 재미있는 성격이 있다.

당시 주전 5인 중 가장 높은 드래프트 순위가 폴 조지의 10순위였다. 인디애나가 늘 플레이오프 진출 경계선 근처의 순위에 있으면서도 신인 선수 수급을 잘했다는 뜻이다. 대니 그레인저, 폴 조지, 로이 히버트 모두 신인 때부터 인디애나에서 좋은 성장을 거쳤다.

하지만 결국 최고 정점에 있을 때 결실을 보지 못하고 팀은 하락세를 거쳤다. 여기에 결정적인 타격이 올여름 조지의 향후 행선지 언급이었다. 때문에 인디애나는 트레이드 주도권을 잃은 상태에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로부터 빅터 올라디포와 도만타스 사보니스만을 받고 조지를 보냈다.

인디애나는 상당히 오랜 세월 동안 완연한 약체가 돼 본 적이 없다. 조지가 큰 부상으로 인해 시즌 전체를 빠졌던 2014~15시즌에도 38승44패(승률 46.3%)로 지구 9위에 올랐다. 1989~90시즌 이후 4할 밑의 승률을 기록한 적은 2009~10시즌(39.0%) 한 번뿐이다.

자유 계약 선수들에게 큰 인기가 없는 작은 시장의 도시 팀으로서 인디애나는 잘 버텨온 셈이다. 어쩌면 다음 시즌도 인디애나의 성적이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기대주 마일스 터너를 중심으로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지가 떠난 자리는 성적 하락을 가리킬 수밖에 없다.

동부에서 4번 대결했던 조지와 버틀러가 이제 서부에서 4번 대결하게 됐다. ⓒAFPBBNews = News1
▶시카고 불스

앞의 두 팀은 기존 선수들의 분발 여부에 따라 성적이 크게 기우뚱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시카고만큼은 큰 고전을 예상할 수밖에 없다. 워낙 전력에 있어 체중 감량이 컸기 때문이다.

시카고가 여기까지 온 데에는 불운의 스타 데릭 로즈와 큰 연관성이 있다. 2010~11시즌 23세 나이로 MVP에 선정됐던 로즈와 함께 시카고는 플레이오프 지구결승까지 오르는 정점을 맛봤다. 하지만 2011~12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로즈에게 닥친 큰 부상으로 인해 개인과 팀 모두에게 하락이 예고됐다.

다행히 버틀러가 스타로 성장하며 시카고는 약체로 전락하지 않았지만 계약 상황 등 여러모로 꼬이고 말았다. 결국 시카고는 리셋 버튼을 선택했다. 2004~05시즌부터 2016~17시즌까지 2번을 제외하고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시카고에게 큰 결단이다.

35세의 드웨인 웨이드를 제외하면 현재 시카고 선수단에는 팀 성적에 확실한 도움이 될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미완의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마이클 조던이 떠난 뒤 오랫동안 리그 바닥권에 있던 때처럼 고행의 길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성장 가능성

앞의 3개 팀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전 시즌 전력을 이어간다 하더라도 상승은 바라기 힘들다는 점이다. 강력한 우승후보가 되기에는 다들 강력한 한 방이 없다.

이럴 때 드래프트와 샐러리캡이라는 장치를 통해 상승을 기한다면 가능성이 있다. 물론 시간이 걸린다. 샐러리 측면에서 감량들은 많이 했지만 무엇보다 유능한 선수들을 끌어올 매력이 있는 스타 선수가 없기에 당장의 변신이 힘들다.

그럼에도 장기적 측면에서는 지금의 선택이 옳을 수 있다. 현재의 결정이 결실을 맺기까지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결국 강력한 팀의 건설은 확고한 젊은 스타를 들여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를 위해 한때의 전력약화는 선택할 가치가 있다. 다만 가뜩이나 서부에 비해 약세인 동부지구에서 플레이오프 후보들이 약해진다는 것은 당분간 리그 구도에 있어 아쉬운 면이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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