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올시즌 성적은 메이저리그 전체 30개팀 중에 29위(승률 0.376, 30위 필라델피아 필리스 0.371 - 3일 기준).

이 전체 29위팀의 모든 포지션 통틀어 가장 낮은 타율(0.230), OPS(0.599)를 보이고 있는 포지션은 3루수.

단순히 팀 내에서만 부진한 포지션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30개팀의 3루수 포지션 중에 최하위의 bWAR(대체선수이상의 승수)인 -2.4밖에 기록하지 못하는 샌프란시스코다.

기존 주전 3루수였던 에두아르도 누네즈는 지난달 29일부로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돼 3루수 포지션은 그 누구도 주전이라고 말하기 힘든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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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샌프란시스코의 3루수 포지션은 ‘1.메이저리그 최하위팀에서 2.가장 못하는 포지션이며, 3.메이저리그 전체를 둘러봐도 가장 약한 3루수 포지션인데 4.기존 주전조차 떠나 무주공산’인 곳이다.

그럼에도 황재균은 두 번째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았다. 지난달 29일 재승격 후 6일간만 꾸었던 단꿈이다.

지역언론 SF게이트에 따르면 3일(이하 한국시각) 오클랜드 에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서 1-6으로 패한 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3루수 포지션의 대대적인 로스터 변경을 했다.

트리플A 새크라멘토팀에 있던 3루수 라이더 존스를 메이저리그로 다시 승격시키고 백업 외야수 제러드 파커를 부상자명단에서 복귀시켰다. 메이저리그에서 기존 3루수 플래툰을 번갈아보던 코너 길라스피는 지명할당을 황재균에게는 트리플A행을 지시했다.

황재균으로서는 변명하기 힘든 조치다. 지난달 29일 LA다저스와의 3연전을 앞두고 메이저리그로 7일만에 복귀했던 황재균은 6일간 팀의 6경기에서 5경기 선발 출전했지만 1할2푼5리의 타율에 그쳤다(16타수 2안타). 수비에서 괜찮은 모습이 있었다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타격이 뒷받침되야하는 3루수로서는 낙제점이다.

사실 샌프란시스코의 3루수 포지션에 대한 기준점은 높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 최하위팀에서도 가장 부진한 포지션이자 메이저리그 전체 3루수 포지션 중에서도 가장 떨어지는 곳이 3루수이기에 어느정도만 해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심지어 지난달 말 누네즈의 보스턴행으로 그누구도 주전으로 여기기 힘든 상황이다.

크게 샌프란시스코 3루수 경쟁은 5파전이다. 황재균, 코너 길라스피, 켈비 톰린슨, 라이더 존스, 파블로 산도발.

길라스피는 우투수에게는 강하지만 좌투수에게는 자동아웃 수준(우투수 타율 0.260, 좌투수 타율 0.202)이다. 톰린슨은 2루수가 주포지션이지만 만년 백업에서 성장하지 못하는 선수며 존스는 팀내 유망주랭킹 14위(MLB.com 기준)지만 메이저리그에 나왔던 7경기에서 1안타에 그치며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산도발은 2019년까지 계약이 남았음에도 보스턴에서 조기방출될 정도로 태도, 몸무게 논란을 벗지 못하고 있다.

즉 황재균이 조금만 활약하면 충분히 주전을 꿰찰 수도 있는 포지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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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황재균은 이 기회를 놓치고 두 번째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았다. 이번에 내려갔으니 언제 올라올지 기약은 없다. 지난번 강등은 3루수가 너무 많아서 강등시켰다면 이번에는 정말 순수하게 ‘못해서’ 내려갔기에 더 콜업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 9월 확장로스터를 일단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황재균은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간단하게 ‘칠 공을 못쳐서’였다. 브룩스 베이스볼에 따르면 황재균은 스트라이크존을 9등분했을 때 한가운데에 온 7번의 안타 기회에서 단 한번도 안타로 만들지 못했다. 또한 스트라이크존 상단부터 볼이 되는 상단의 공에서 10타수 2안타로 높게 오는 공에도 약했다.

또한 메이저리그 수준의 빠르고, 움직임이 심한 구질들에 대해서 속수무책이었던 점도 뼈아프다. 황재균은 올 시즌 총 21개의 커터를 봤는데 삼진만 3개 당하고 단 하나의 안타(타율 0)도 치지 못했다. 21개의 공 중에 57%의 스윙률을 가져갔지만 모두 헛스윙 또는 파울이었던 것. 아예 손을 대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정도다.

또한 커터보다 더 같은방향으로 휘는 슬라이더에도 52개의 공 중 단 1안타만 만들어내는데 그쳤다(슬라이더 타율 0.091). 포심 패스트볼을 90개나 봐 가장 많이 상대한 구종이지만 1할4푼8리의 타율에 그쳤다는 점도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인 패스트볼 상대 대처(타율 0.367 장타율 0.683)와는 확연히 달랐다.

즉 KBO나 마이너리그 수준에서 볼 수 없었던 분명한 수준차와 구속에서 황재균은 명확한 취약점을 드러냈다. 물론 이는 다소 제한된 기회, 급격한 환경 변화에 따른 적응 시간 부족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결국 프로는 결과로 말해야했고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니 돌아온건 재강등이었다.

한달 후면 시즌이 종료되는 마이너리그에서 황재균은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이 부족했던 부분은 물론 자신감을 되찾아야만 ‘승격 후 강등’의 아픔을 세 번 겪지 않을 것이다.

분명 도전은 아름다웠고 그 아름다운 도전이 ‘메이저리그 승격’으로 성공으로 끝났다 느꼈을 때 모두가 함께 기뻐했다. 하지만 인생의 ‘해피엔딩’에서 ‘해피’는 있어도 ‘엔딩’은 없고 탈환보다는 지키고 버티는 것이 더 어려운 일임을 새삼 깨닫고 있는 황재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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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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