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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임진록'다운 경기였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오는 8월15일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출시를 앞두고 30일 부산 광안리 특설경기장에서 리마스터 런칭 이벤트 ‘GG투게더’를 개최했다.

출시 19주년을 맞아 다시 탄생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게임 구조를 최대한 보존했지만 4K UHD로의 그래픽 품질 향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을 재해석했다. 이날 행사를 통해서는 추억의 프로게이머들이 총 출동해 수많은 팬들 앞에서 달라진 스타크래프트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살아있는 히드라’ 국기봉, ‘푸른 눈의 전사’ 기욤 패트리, ‘테란의 황제’ 임요환, ‘폭풍 저그’ 홍진호, ‘천재 테란’ 이윤열, ‘영웅’ 박정석, ‘폭군’ 이제동, ‘택신’ 김택용, ‘최종병기’ 이영호에 이르기까지 총 9명의 레전드가 자리를 빛낸 가운데 단연 최고의 주목을 받은 경기는 스타크래프트 최고의 황금기를 이끈 영원한 라이벌 임요환-홍진호의 ‘임진록’이었다.

경기 전 두 선수는 이벤트 경기임에도 승리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내며 분위기를 띄웠다.

임요환은 “어느덧 아이의 아빠고, 직장인이니까 오늘은 꼭 이겨보도록 하겠다”면서 “8년 만에 왔는데 (홍)진호를 공개 심판할 수 있게 됐다. 벙커를 좀 더 선명하게 보게 돼 진호가 안 된 것 같다”는 농담을 던져 팬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관중석에서 ‘준우승’, ‘콩까지마’와 같은 응원 문구를 발견한 홍진호는 “준우승도 훌륭한 것이다. 칭찬한다. 시간이 흘렀지만 오늘 만큼은 다른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홍진호는 이어 2004년 10월11일 EVER 스타리그 2004 4강전에서 소위 ‘3연벙(3연속 벙커링 전략)’에 당한 과거를 떠올린 뒤 “사실 임요환 선수가 워낙 어떤 전략을 쓸지 예측 불가였다. 하지만 오늘은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막고 왔다. 임요환 선수가 은퇴한 뒤 오래 전부터 손이 고장 났다. 오늘 쐐기를 박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투혼 맵에서 펼쳐진 임진록 1차전부터 국기봉-기욤패트리의 경기력을 훌쩍 뛰어넘는 뜨거운 승부가 펼쳐졌다.

경기 초반 벙커링 대신 벌쳐를 통해 저글링의 시선을 빼앗은 임요환이 본인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드랍쉽을 통해 본진과 앞마당을 동시에 흔들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하지만 홍진호 역시 집중력 있는 방어 이후 뮤탈리스크 체제가 갖춰지면서 흐름을 뒤바꿨다. 임요환이 발키리를 생산했지만 저글링 러커 조합을 앞세워 앞마당을 폭풍처럼 몰아쳤고, 그 사이 추가 확장 기지를 늘려나갔다.

이후 임요환이 마린과 메딕, 시즈 탱크, 사이언스 베슬을 앞세워 전진을 시도했지만 하이브 병력 조합을 갖춘 홍진호도 드랍쉽 견제를 적절히 하면서 서서히 승기를 잡아나갔다. 임요환의 공격을 사방에서 둘러싸며 테란 병력을 크게 줄였고, 자원의 우위를 바탕으로 가디언, 울트라리스크 등이 쏟아져 홍진호가 첫 경기를 승리로 가져갔다.

신 개마고원 맵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임요환이 칼을 갈고 나섰다. 센터 팩토리를 준비하며 허를 찌르는 전략을 취한 것. 홍진호가 이러한 전략을 손쉽게 간파한 뒤 히드라리스크로 방어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임요환이 마린과 메딕 조합으로 절묘한 타이밍에 홍진호의 앞마당을 파고들며 승부를 매듭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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