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K리그가 지난 24일 챌린지(2부리그) 경기를 끝으로 반환점을 돌았다. K리그는 29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베트남 축구대표팀과의 원정 올스타전과 함께 약 열흘간의 휴식기에 들어간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은 23라운드, 챌린지는 22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과연 올해 프로축구의 전반기 성적표는 어땠을까.

프로축구연맹 제공
▶클래식 : 변함없는 전북의 강세, ‘투자한’ 강원의 약진

압도적인 전력으로 시즌 전부터 ‘절대 1강’으로 평가됐던 전북 현대는 역시 강했다. 23라운드까지 승점 47점으로 2위 수원 삼성을 승점 5점차로 앞서고 있다. 2위 수원이 최근 파죽의 5연승을 거두지 않았다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질 수도 있었다.

전북은 시즌 전 심판 금품수수로 인한 아시아축구연맹의 징계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이것이 전화위복이었다. 전북은 오로지 국내대회에만 집중할 수 있어 반사적으로 더 K리그에 무서운 팀이 됐다.

김신욱, 에두, 이동국 등 어느 누가 터져도 이상치 않은 공격진에 신인 김민재의 성장,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재성의 부상 복귀 등으로 1위에서 쉽사리 내려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귀화설까지 나도는 수원의 공격수 조나탄은 전반기 마지막 4경기에서 9골을 터뜨리며 K리그 최고의 화제선수로 떠올랐다. 수원은 조나탄과 함께 막판 5연승으로 리그 2위로 전반기를 마치며 지난 시즌 한때 강등위기까지 있었던 ‘명가 몰락(리그 7위)’을 만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울산 현대 역시 23경기에서 24골만 넣었지만 리그 3위로 효율성 축구의 끝을 보여줬다.

인상적인 성적을 거둔 팀은 강원FC다. 올 시즌 전 지난 시즌 MVP이자 득점왕이었던 정조국을 영입하는 것은 물론 이범영 골키퍼, 이근호 영입 등 전현직 국가대표를 영입하며 막대한 투자로 K리그에 열풍을 일으켰다.

강원은 막 재승격하자마자 공격적 투자를 바탕으로 한때 리그 2위까지 오르기도 하며 위협적인 팀으로 거듭났다. 전반기를 5위로 마쳐 승격팀으로서는 놀랄 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강원이나 전북의 사례를 통해 역시 ‘투자’하는 팀이 성적도 잡는다는 진리가 새삼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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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제주의 추락-시민구단의 한계

올 시즌 가장 성적이 떨어진 팀은 단연 FC서울이다. 지난 시즌 K리그 챔피언 클럽인 서울은 황선홍 감독의 첫 풀타임 시즌이기에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핵심 공격수 아드리아노의 이적, 유상훈, 윤주태 등의 입대공백을 메우지 못했고 황 감독의 패스축구가 서울에 쉽사리 녹아들지 못했다. 결국 전반기를 승점 34점, 리그 6위로 마쳤다. 지난 시즌 챔피언으로서는 충격적인 결과다.

4위 제주는 기대나 투자대비 성적이 아쉽다. 제주는 올 시즌을 앞두고 거의 선수단 절반을 갈아치울 정도로 많은 영입을 했고 실제로 시즌 초반 전북을 누르고 1위까지 탈환할 정도로 뛰어났다. 하지만 여름이 되자 갈수록 지는 경기가 늘면서 4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우승까지 노리던 투자로는 아쉬운 성과.

최하위권을 형성한 10위 대구FC, 11위 인천유나이티드, 12위 광주FC는 시민구단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자는 되지 않고 주축선수는 상위권 혹은 외국 클럽으로 빠져나갔다. 시즌 초 강등권 경쟁을 할 것으로 봤던 세 팀이 예상대로 하위권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시민구단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듯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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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무관심’ 경남의 질주, ‘꼴찌에서 4위’ 성남의 반전

K리그 챌린지에서 시즌 전 경남FC에 신경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오랜 학원축구와 아마추어 지도경력이 풍부한 김종부 감독은 프로 데뷔시즌을 보낸 후 경남을 완벽하게 다른 팀으로 만들어 놨다. 말컹(21경기 11골)이라는 확실한 공격수를 주축으로 송제헌, 조병국, 배기종 등 이미 한물갔다고 평가받은 선수들을 부활시켰다.

18경기 무패로 챌린지 신기록을 쓴 경남은 22경기에서 단 2패만 기록하며 승점 48점으로 2위 부산 아이파크와 무려 승점 7점차 압도적 1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리그 최다 득점, 최소 실점 2위 등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경남은 예전 사장의 심판매수 등으로 실추됐던 구단의 명예를 되살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경남만큼 챌린지에서 눈에 띈 클럽은 성남이다. 3월초 시작된 시즌에서 성남은 4월말까지 진행된 8경기 동안 무승(3무5패)에 그치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K리그 최다우승 클럽(7회)인 성남은 강등 후 그 누구도 잡아줄 수 없는 늪에 빠져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4월말 안산전 승리부터 성남은 부활했고 이후 13경기에서 8승5무1패로 질주했다. 리그 12경기 연속 무패로 리그 최하위인 10위였던 성남은 전반기 4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챌린지에서 4위는 승격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는 마지노선이기에 성남의 4위 등극은 큰 의미가 있다. 핵심 선수인 황의조가 여름 이적시장에 나갔지만 지난 시즌 챌린지 득점왕 김동찬이 영입돼 해트트릭을 하는 등 전력누수도 잘 메우고 있다.

이외에는 기업구단인 서울 이랜드 FC가 대학축구를 지배했던 김병수 감독 부임에도 투자 부족으로 리그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는 것과 2년전만해도 K리그 클래식에 있던 대전이 리그 꼴찌에 쳐지면서 그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 특이했던 챌린지의 전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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