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6시즌이 끝난 후 2016년 여름은 FA 신분이 된 선수들에게 정말 꿀같은 기간이었다.

7000만 달러이던 샐러리캡이 9414만 3000달러로 늘어나면서 선수들의 몸값이 뛰는 것은 당연지사였고, 그 와중에 눈에 띄는 수혜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신호탄을 쏘아올린 선수는 바로 LA 레이커스와 4년 6400만 달러 계약에 성공했던 티모페이 모즈고프(현 브루클린 네츠)였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여줬던 모즈고프를 레이커스가 거액을 주고 데려가자 많은 NBA 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려대로 결국 모즈고프는 레이커스가 시즌에 미련을 버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잉여 자원으로 전락했고, 이번 여름 브루클린 네츠로 향하고 말았다.

하지만 모즈고프가 끝은 결코 아니었다. 빌리 킹 전 단장의 유산으로 2017년 1라운드 지명권 순서를 보스턴 셀틱스와 바꿨던 브루클린은 일단 어떤 식으로든 전력 보강을 해야만 했다. 결국 3점슛이 좋고 수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던 포틀랜드의 ‘식스맨’ 앨런 크랩에게 무려 4년 7500만 달러의 계약을 제시했다.

2016년 FA시장의 대표적 수혜자였던 앨런 크랩. ⓒAFPBBNews = News1
많은 농구팬들은 벤치 자원인 크랩에게 이같은 계약 제시가 왔다는 것에 상당히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크랩은 제한적 FA 신분이었기에 포틀랜드가 금액을 매치시킨다면 포틀랜드에 남아야만 했다. 크랩 입장에서는 내심 주전으로 뛸 확률이 높은 브루클린이었기에 계약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였지만 2015~16시즌 예상외의 성과를 거뒀던 포틀랜드는 전력 유지를 위해 크랩을 잔류시켰다.

결국 2015~16시즌에서의 주요 전력을 유지한 채 2016~17시즌을 맞이한 포틀랜드에서 크랩은 평균 득점(10.3점->10.7점), 출전시간(26분->28.5분), 필드골 시도(8.4회->8.2회)에서도 드러나듯 더 큰 역할을 부여받는 것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수비에 약점을 보이는 주전 백코트 듀오인 데미언 릴라드와 CJ 맥컬럼을 대신해 수비 강화가 필요한 시점에 투입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특히 3점슛 성공률 44.4%는 카일 코버의 45.1%에 이은 리그 2위였다.

하지만 부쩍 성장한 3점슛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포틀랜드 입장에서는 크랩의 계약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2016~17시즌 팀 페이롤 2위로 사치세 라인을 훌쩍 넘겼기 때문에 릴라드, CJ 맥컬럼, 유수프 너키치를 핵으로 팀을 꾸려야하는 입장에서 추가 전력 보강을 하는데도 크랩은 걸림돌이나 다름없었다.

반면 브루클린 입장에서는 2016년 여름에 놓쳤던 크랩이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2016~17시즌 3점슛 시도에서 4위에 올랐지만 성공률은 뒤에서 5번째에 그치며 매우 비효율적인 3점슛 생산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크랩은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사치세 부담이 큰 포틀랜드와는 달리 팀 페이롤에도 여유가 있었다.

결국 브루클린은 잉여자원인 앤드류 니콜슨을 포틀랜드에 보냈고, 앨런 크랩을 데려오는 것에 성공했다. 니콜슨을 쓸 생각이 없던 포틀랜드는 남은 연봉을 분할 지급하는 스트레치 프로비전 조항을 통해 그를 방출했고, 크랩은 브루클린의 유니폼을 입었다.

사실 브루클린에 왔지만 다음 시즌 브루클린의 주전 백코트는 제레미 린과 디안젤로 러셀이 맡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린은 부상 위험이 높은 편이다. 린이 없을 시에는 크랩이 2번, 러셀이 다시 1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린의 부상이탈 여부에 따라 크랩의 역할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AFPBBNews = News1
크랩은 포틀랜드에서 릴라드, 맥컬럼과 함께 나올 경우 3번 수비도 했으나 더마레 캐롤을 이미 영입한 브루클린 입장에서는 변칙적인 스몰 라인업 구사를 할 경우가 아니면 크랩에게 주전 3번 역할을 줄 확률이 높아보이진 않는다.

물론 릴라드, 맥컬럼 듀오와 한 팀 일때도 28분 대의 출전시간을 보장받은 선수인 크랩이기에 린과 러셀 백코트 콤비가 버티고 있다고 해도 역할 감소가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연봉에 걸맞은 더 큰 역할을 부여 받을 여지도 충분하다. 결국 돌고 돌아 한솥밥을 먹게 된 앨런 크랩과 브루클린 네츠의 궁합은 어떤 결과를 보여줄까. 스포츠한국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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