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

김응용 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 해태 감독 시절 남긴 대표적인 유행어다. 1997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이종범(현 MBC SPORTS+ 해설위원)이 선동열(전 KIA 감독)에 이어 주니치 드래곤즈로 떠나게 됐고, 모기업 해태의 상황도 IMF로 좋지 않아 구단이 어려워지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오래 전 유행어지만 이를 다른 스포츠 종목에도 조금만 응용하면 NBA팀인 애틀랜타 호크스 팬들의 입장을 나타낼 수도 있는 말이기도 하다.

데니스 슈뢰더, 켄트 베이즈모어, 타보 세폴로샤, 폴 밀샙, 드와이트 하워드는 지난 시즌 애틀랜타에서 가장 많이 선발로 출장한 5인이다. 그리고 여기에 시즌 중반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 키 식스맨 팀 하더웨이 주니어를 더하면 2015~16시즌 애틀랜타 소속으로 30번 이상 선발 출전한 6명이 된다.

지난시즌 애틀랜타의 주전 포인트가드 데니스 슈뢰더. ⓒAFPBBNews = News1
하지만 이들 중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각) 2017~18시즌을 준비하는 애틀랜타에 여전히 남아 있는 선수는 단 두 명이다. 우선 지난달 21일 한 명이 먼저 떠났다. 8번의 올스타, 8번의 올-NBA 팀 선정, 5번의 수비팀 선정, 그리고 3번의 올해의 수비수 선정 기록까지 한 때 리그 최고의 센터였던 하워드는 2라운드 31번 지명권과 함께 샬럿 호네츠로 트레이드가 됐다.

그 대가가 수준급 3점 슈터지만 리딩 스코어러 감이라고는 할 수 없는 마르코 벨리넬리, 2라운드 41번 지명권, 샬럿의 ‘연봉 잡아먹는 하마’ 마일스 플럼리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하워드의 가치가 얼마나 하락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3일에는 4년간 애틀랜타 농구의 핵심이었으며 2016~17시즌 팀 내 평균 출전시간 1위, 득점 1위, 리바운드 2위, 어시스트 2위, 스틸 2위, 블록 2위, 대체 선수 대비 가치를 나타내는 VORP 1위 밀샙이 덴버 너게츠로 향했다. 3년 9000만달러(약 1010억원)의 계약을 통해 이적했다. 다재다능한 빅맨으로 애틀랜타 특유의 ‘시스템 농구’의 핵심 역할을 했던 밀샙의 이적은 많은 팬들의 아쉬움과 놀라움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또한 지난 시즌 중반에 눈에 띄는 기량 발전을 보여줬고 애틀랜타 보드진 역시 합리적인 재계약을 노리던 하더웨이마저 뉴욕 닉스로 떠났다. 제한적 FA 신분으로 다른 팀의 어떤 계약도 애틀랜타가 매치시켜 잔류시킬 수 있던 하더웨이였지만 애틀랜타는 뉴욕의 하더웨이에 대한 4년 7100만달러(약 796억 8,330만 원) 계약을 매치시키지 않고 포기했다. 하더웨이는 2017년 들어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으나 실질적으로 반 시즌 보여준 선수에게 큰 돈을 쓰길 포기한 애틀랜타였다.

결국 친정팀 뉴욕 닉스로 돌아간 팀 하더웨이 주니어. ⓒAFPBBNews = News1
이 밖에 뛰어난 수비수 세폴로샤를 잡지 않음으로써 지난 시즌 애틀랜타의 주전급 선수 6명 중 4명이 떠나게 됐다.

남은 선수는 베이즈모어와 슈뢰더다. 하지만 둘 중 한 명은 처치 곤란 상태가 돼 잔류 시킬 수밖에 없는 선수가 될 기세다. 바로 베이즈모어가 그 주인공이다.

큰 기대속에 재계약을 맺은 베이즈모어의 지난 시즌은 어디 하나 만족스러운 부분이 없었다. 40.9%의 필드골 성공률, 34.6%의 3점슛 성공률은 모두 애틀랜타 입성 후 커리어 로우였다. 2015~16시즌 눈에 띄는 발전을 보여줬던 자유투 성공률도 다시 10% 가량 떨어졌다.

수비에서는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곤 하지만 공격 쪽에서 너무나 떨어지는 효율성을 보여준 베이즈모어는 반등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제 골칫거리로 전락할 지도 모르는 선수가 됐다.

하지만 애틀랜타가 중심으로 선택한 슈뢰더는 다르다. 강렬한 인상 덕에 한 번 보면 쉽게 잊기 힘든 선수이기도 한 슈뢰더는 애틀랜타가 2016~17시즌 전 제프 티그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팀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택한 선수다.

11월까지 초반에 다소 아쉬웠던 슈뢰더는 평균 20.4점 6.9어시스트 51.2%의 필드골 성공률을 보여줬던 12월을 기점으로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그 이후 시스템 농구의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밀샙보다도 더 많은 슛 시도를 가져가며 결국 시즌을 17.9점 3.1리바운드 6.3어시스트 0.9스틸로 마쳤다. 득점에서 지난 시즌보다 7점 가까운 향상을 이뤄낸 것이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이다.

하지만 슈뢰더의 진정한 가치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나왔다. 비록 애틀랜타는 워싱턴의 벽을 넘지 못하고 1라운드에서 떨어졌지만 그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6경기 35.2분 출전하며 24.7점 7.7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특히 플레이오프 마지막 두 경기에서는 29점 11어시스트, 26점 10어시스트로 2경기 연속 더블-더블까지 기록하며 고군분투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드와이트 하워드의 존재감이 매우 적었던 시리즈에서 사실상 밀샙과 함께 팀을 이끄는 역할을 보여줬다.

하지만 밀샙, 하더웨이 주니어, 하워드 같은 선수들이 없는 와중에 그들의 자리를 시즌 플럼리, 드웨인 데드먼, 벨리넬리 같이 새로 영입된 선수들이 차지하게 됐는데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2년차를 맞는 타우린 프린스의 성장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슈뢰더의 어깨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이제 그가 이 부담감을 극복하고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스포츠한국 김영택 객원기자 piledriver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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