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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는 마르지 않는 샘물 같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세계정상급 실력을 보유한 유망주들이 한도 끝도 없이 나온다. 한 세대라도 쉬어갈 틈이 없이 계속 좋은 선수들이 등장한다.

동시에 기존 선수들도 신예들에게 자극을 받아 동반 성장을 한다. 점점 더 강해지니 다른 나라들의 시기와 질투가 생기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

심지어 미국을 대표하는 크리스티 커(39)는 "한국을 이기려면 내가 아이를 더 많이 나아야 한다"며 "한국은 오로지 골프 아니면 공부 뿐이다"라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언까지 남기기도 했다.

견제가 눈초리가 꽤나 심한데, 어찌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질투다.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에 종료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US오픈의 결과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작년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뛰며 통산 10승을 기록했던 박성현(24)이 올해 LPGA 투어에 입문, 투어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인 제72회 US오픈에서 따냈다.

제대로 뒷심을 보여주며 마지막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기록,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우승했다. 3라운드까지 1위를 지키고 있던 펑산산(중국)의 빈틈을 제대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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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도 주목한 아마추어 여고생 골퍼?

미국무대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일궈낸 박성현도 대단하지만, 이번 US오픈에서 박성현 만큼이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로 준우승을 따낸 만 17세 소녀 최혜진(학산여고 3년)이었다.

고등학생 아마추어 선수가, 그것도 미국에서 가장 큰 대회에서 무서운 실력을 발휘하며 선두와 겨우 2타 차이인 9언더파 279타로 단독 2위를 차지했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3라운드에 이르러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던 그는 마지막 4라운드 16번홀(파3)에서 티샷이 해저드에 빠지며 벌타, 더블보기를 기록하면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완벽에 가까웠다.

심지어 대회 2라운드부터 4라운드 내내 경기장을 찾아 관람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자신의 SNS에 "아마추어 선수가 몇 십년 만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무척 흥미롭다"라는 글을 남길 정도였다.

거기에 이번 US오픈의 '톱10' 가운데 무려 8명의 한국선수가 리더보드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으니 US여자오픈이 아니라 누가 보면 한국여자오픈이라고 봐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기존 선수들도 워낙 강세인데 심지어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인 10대 소녀가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신분으로 준우승을 따내니 태극 낭자의 저력이 이만저만 아니다.

더욱 재밌는 것은 최혜진은 US오픈에서 2위를 했음에도 불구, 아마추어 신분이라는 제약으로 인해 상금을 단 1달러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규정 3조 1항에서 '상금이 걸린 골프대회에 출전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은 상금을 받을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회 총상금이 무려 500만달러에 우승 상금이 90만 달러, 그리고 준우승 상금이 54만 달러다. 우리 돈으로 약 6억1000만원의 거금이지만, 최혜진은 상금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막상 금액을 보니 아깝기도 했지만, 참가 자체만으로 영광이었고 더 잘해낼 수 있었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고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찌감치 최혜진은 세간의 주목을 받는 유망주였다. 올해 7월에 열린 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 2위를 시작으로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 우승을 따내며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그리고 이번 US오픈에서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세계랭킹 역시 기존 62위에서 38계단이나 껑충 뛰어오른 24위까지 올라섰으니 태극낭자의 새로운 신성이 등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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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아마추어' 수식어 부족하지 않은 성은정

그리고 또 하나의 신성이 최혜진과 함께 나란히 서 있다. 그 역시 1999년생, 최혜진과 동갑내기 친구인 여고생이다. 바로 성은정(영파여고 3년)이다.

그는 아마 최강의 선수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2006년부터 골프채를 잡은 그는 5년 뒤인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뛰면서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2016년 KLPGA 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도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 준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해 US 여자 주니어 골프 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그는 멈추지 않고 US 여자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십까지 출전, 연달아 우승을 차지하며 역대 최초 한 시즌 두 대회 동시 석권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아마추어 최강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실력이었다. 세계적인 톱스타인 박인비(28)나 리디아고(20)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었다. 더욱 긍정적인 것은 그의 성장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175cm라는 큰 신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력은 여느 다른 선수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더한 정교한 퍼팅 능력은 선수 본인이 이야기를 꺼낼 만큼 수준급, 그 이상이다.

게다가 지난 4월에는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에 출전해 공동 1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그가 프로로 전향해 곧바로 LPGA 투어에 뛰어들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이어서 출전한 LPGA투어 텍사스 슛아웃에서는 40위로 마감했지만, 3라운드까지 공동 2위에 오르며 마지막 라운드를 '챔피언조'에서 뛰기도 했다. 아직 우승은 없지만 언제든 가능한 선수가 성은정이다.

올해 나란히 프로 데뷔 예약…'여자골프 10년 책임질 재목'

최혜진과 성은정, 두 선수 모두 아마추어 최강으로 불리는 선수들이다. 여자골프 세계 아마추어 랭킹에서도 상위 20위 내에 있는 한국 선수는 최혜진과 성은정이 유이하다. 최혜진은 2위, 성은정은 5위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면서 실력을 갈고 닦으며 아마추어 때부터 골프계를 떠들썩 하게 만든 두 선수는 올해 나란히 프로의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역대 한국여자골프 선수 가운데 '완전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기대감도 커진 상황이다. 지금까지 두 선수가 남긴 발자취만 보면 이러한 기대도 무리가 아니다.

US오픈은 지난 1998년 박세리를 시작으로 2017년 박성현까지 20년간 태극낭자가 무려 9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박인비, 유소연, 전인지 등, 태극낭자와 인연이 깊은 대회다.

그 인연이 이어져 올해 US오픈 준우승과 작년 US 주니어 및 US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을 했던 두 명의 신인이 이제 한국 여자 골프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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